『보이지 않는 친구』, 스티븐 크보스키 Yujin's Book Story

보이지 않는 친구 2 - 10점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박아람 옮김/북로드


호러라고 해서 긴장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다른 의미로 무서웠다.

폭력을 휘두르는 엄마의 남자친구를 피해 구석진 도시 밀그로브로 이사한 7살 크리스토퍼. 난독증을 앓고 있고, 가난한 엄마에 대한 걱정이 한가득이라 자신감이 없고 소심한 크리스토퍼는 엄마가 데리러 오는 게 늦어진 어느 날 하늘의 웃는 구름을 따라 도시 외곽의 숲으로 들어간다. '착한 아저씨'를 따라 숲 바깥으로 나온 크리스토퍼는 마침 지나던 메리 캐서린에게 구조된다. 엿새 동안이나 실종 상태였던 크리스토퍼는 돌아온 뒤 난독증이 고쳐졌을 뿐 아니라 뛰어난 학습 능력까지 갖게 되고, 수학 쪽지 시험의 답을 바탕으로 산 로또까지 당첨된다. 크리스토퍼는 숲 속의 나무 위에 집을 지어야 한다며 밤마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작업을 한다.

호러는 맞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건 바깥의 위협만은 아니다. 얼핏 위험은 '뱀 같은 여인'에게서 오는 것만 같다. 대로를 벗어나면 안 되지만 '뱀 같은 여인'의 목소리를 따라 갔다가 실종된 27년 전의 그 아이처럼, 크리스토퍼 또한 어떤 위험에 처한 건지, '뱀 같은 여인'에게 고문받는 '착한 아저씨'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독자로서는 긴장을 하며 읽어나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크리스토퍼 자신에 대한 걱정도 멈출 수 없다. 과연 이 작은 아이가 세상의 구원을 감당할 수 있는지, 꼭 이 아이여야 하는지. 게다가 아이가 타인과 세상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갈아 넣는 게 너무나 아슬아슬하다. 아이가 과연 이 모든 상황이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하지만 정작 진실은 다르게 드러난다. 2권 269쪽에서 반전이 있다. 물론 계속 의심을 하긴 했다. 그래도 막상 닥치면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 전개가 너무 휘몰아쳐서 허겁지겁 따라가고 있었기에.

작가는 밀도 깊은 이 이야기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스스로 눈과 입을 꿰맨, 보아야 할 것을 외면하고 말해야 할 것에 입 닫은 사람들이 스스로 그것을 풀어내는 모습을 통해 억압도 해방도 자신으로부터 비롯됨을 이야기하고, 학대를 대물림하는 엄마와 이복 동생을 성추행하는 오빠, 그리고 그것을 자신보다 약한 이들에게 풀어내 가해자가 되어 버린 피해자들을 통해 폭력의 악순환을 이야기하고, 이 작은 도시를 뒤덮은 팬데믹을 통해 보이지 않는 사회 계급과 차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의 해답은 바로 사랑이다. 데이비드의 필리아 philia는 크리스토퍼의 아가페 Agape로 확장된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케이트의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모성애가 있다. 1000억 개의 별빛에 에워싸여 있는(346쪽) 것만 같은 케이트의.

밀그로브의 지옥 같은 상황은 결국 가라앉지만 모든 악이 사라진 건 아니다. 악은 봉인되어 있을 뿐. 언제 다시 지옥이 펼쳐질 지는 모른다. '천국과 지옥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순간순간의 결정이죠'(362쪽)라는 메리 캐서린의 말처럼, 천국과 지옥을 만드는 건 지금 여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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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인에게 말걸기 : 9월의 독서 목록 2022-09-30 10:44:04 #

    ... 원하는 모두의 심정과 같았을 것이다. 둘의 로맨스는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 사실 조금 유치하기도 하다 - 해피엔딩은 좋았다. 4. 보이지 않는 친구 1,2(스티븐 크보스키, 박아람 역. 북로드. 2021. 560쪽, 504쪽) 5. 파리에서 길을 잃다(엘리자베스 톰슨, 김영옥 역. 하빌리스. 2022. 460쪽) : 런던에서 '제인 오스틴 투어' 가이드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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