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순간에 - ![]()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열린책들 |
눈길에 사고가 났다. 열 여섯 살 '나' 핀은 죽었다.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절친 모린과 엄마 친구 캐런 이모네 가족들을 지켜보며 갑작스런 재난이 어떻게 이들의 본성을 드러내는지 지켜보고, 또 이들이 어떻게 사고를 딛고 일어서는 지 응원한다.
줄거리만 요약하면 참 단순하다. 위의 문장만 보면 슬프지만 얼핏 따뜻해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책에는 사고 현장에서 구조될 때까지 협력해서 서로를 돕고 돌보며 기다리는 미덕 따윈 보이지 않는다. 조금은 가공되었을지언정 자신과 가족의 안위만을 위해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 것 같은 것들을 제거해버리는, 죽은 이의 방한 용품을 탐내는 이기심이 날것으로 드러난다. 저자는 영리하게도 이미 죽은 핀의 시선을 통해 인간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읽으면서 열 받긴 했지만 세상이 그렇다. 나쁜 인간들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스스로가 만든 거짓말에 매몰되지도 않고 그저 평온하게. 하지만 착한 사람들은 늘 작은 실수에도 죄책감 느끼고 괴로워하며 자신을 나락으로 밀어 넣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갈 수 있었던 건, 그래도 나쁜 인간들보다는 착한 사람들의 수가 좀더 많아서였다. 막판에 핀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극복을 하는 계기가 - 물론 극복의 도구라거나 그게 없었으면 극복을 못했던 건 아니겠지만, 그리고 극복 후의 결과이기도 했지만 - 로맨스를 통해서인 건 좀. 고통을 딛기 위해 혹은 딛고 난 후에 꼭 옆에 애인이 있을 필요는 없다. 혼자서도 잘 해요.
PS. 작가의 말에서 읽은 진짜 밥 삼촌 얘기고 오히려 더 어이없었다. 이 책을 꼭 그가 읽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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