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어도어 스터전(시어도어 스터전, 박중서 역. 현대문학. 2020. 788쪽)
: SF에 무지한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흥미로웠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나을지도 모를 디스토피아. 나만이 아니라 모두 함께니까. 결국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SF같지 않은 이야기들도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성」. 가장 아름다웠던 작품은 「바다를 잃어버린 사람」.
2. 여름비(마르그리트 뒤라스, 백수린 역. 창비. 2020. 215쪽)
: 파리 외곽 소도시 비트리. 여동생 잔을 비롯한 여러 동생들과 살고 있는 열두 살(어쩌면 그 이상) 에르네스토. 가난한 부모는 아이들을 방치하다시피 하고, 에르네스토는 집 근처에서 불에 탄 책 한 권을 발견하고 그 책을 읽은 후 세상의 모든 진리를 알아버린다.
저자 특유의 간결하고도 시적인 문체가 아름다웠다. 삶과 사랑과 이별에 관한 통찰.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의 비의들. 어쩌면 모든 책은 그 불탄 책이 될 수도 있을 지 모르겠고, 어쩌면 모든 독자는 에르네스토가 될 수도 있을 지도.
3. 블랙 머니(로스 백도널드, 박미영 역. 황금가지. 2017. 359쪽)
: 탐정 루 아처. 부유하고 유약한 청년 피터로부터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 한때 약혼까지 했던 사이였던 버지니아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버지니아는 돌연 나타난 프랑스인 프란시스 마텔에게 홀려 자신에게서 떠났다고. 피터는 프란시스 마텔의 신분을 의심하고, 아처는 의뢰인의 요구에 따라 마텔을 시험해 보는 한편 조사를 진행하다가 7년 전 버지니아 아버지의 자살 사건에 이르게 된다.
재미있었다. 작은 사건의 실마리들이 조금씩 그 영역을 넓히며 과거와 현재, 사람과 사람이 엮이는 전개가 자연스러우면서도 흥미진진했다. 처음부터 살인이나 신분 위조 사건을 들이미는 게 아니라 주위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사설 탐정에게 의뢰해 봤으면 하고 생각해 봤을 사건부터 시작되어 결국 커다란 비극으로 맺어지는 결말. 캐릭터들도 각자 성격이 뚜렷했다. 배경이 너무 오래전이라 실소를 자아내는 장면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4. 졸업(윤이형. 내인생의책. 2016. 192쪽)
: 가까운 미래. 환경오염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식 능력을 잃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모든 아이들은 난자/정자 등급 검사를 해야 한다. 졸업을 앞둔 '나'는 두 통의 통지서를 받는다. 대학 합격 통지서와 내게 생식 능력이 있음을 말해주는 통지서. 아이를 낳으면 정부의 보조금 덕분에 편하게 살 수 있다. 그리고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빨리 선택을 해야 한다.
흔히 환경 보전을 이야기할 때 지금의 환경은 미래에서 빌려온 것이라는 말을 쉽게 한다. 이 책은 그 말의 구체화 버전이랄까. 인공 임신도 불가능하고 한창 때인 10대들에게 인류의 지속을 기대해야만 하는, 생선은 물론 버섯이며 자연산 나물 따위를 먹는 건 꿈도 못 꿀 디스토피아. 그런 세상도 그럭저럭 버틸만 할 지 모르겠다. 다만 그 짐을 다음 세대에 지워야하는 게 미안할 뿐. 그래서 화자의 선택이 차라리 반가웠고 기특했다.
5. 호반. 대학시절(T.슈토름, 홍경호 역. 범우사. 2008. 153쪽)
: 진짜 낭만주의 문학이란 이런 게 아닐까. 이제껏 읽었던 낭만주의를 표방하는 작품들은 모두 시시하고 싱거웠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진하다. 마치 희곡같은 장면 구성을 보여준 「호반」이나 과장된 심리 묘사나 대화 없이도 아름다움 그 자체였던 「대학시절」 둘 다 마냥 좋았다.
6.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제프리 디버 외, 오토 펜즐러 엮음, 김원희 역. 북스피어. 2020. 431쪽)
: 아, 오토 펜즐러 너무 좋아! 이번엔 책에 관한 미스터리이다. 조금은 평범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대부분 재밌었다. 사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 미스터리란 달콤할 수 밖에 없지 않나. 물론 책 속 모든 등장 인물들에게 공감하지는 않았고 때론 말도 안 되는 소리들에 잠깐 화가 나기도 했지만 결국엔 다 재밌었다고 할 수 밖에. 특히 맘에 들었던 인물은 「모든 것은 책 속에」의 벨다. 책상 아래로 권총을 쥐고 있다니.
7. 단지살인마(최제훈. 현대문학. 2020. 193쪽)
: 살인 후 손가락을 자르는 살인마가 나타났다. 처음엔 연쇄 살인인 줄 몰랐으나 살인마는 첫번째 희생자에게서는 새끼 손가락을, 다음 희생자에게서는 약지 손가락을 잘라낸다. 살인 방식은 다르지만 손가락이 잘라진 희생자가 늘어가는데, 이게 연쇄 살인이라는 걸 화자는 일찌감치 깨닫는다.
처음에는 미스터리 추적극 뭐 그런 건 줄 알았는데 뜻밖의 복수극으로 흘러간다. 그 와중에 화자를 응원하게 되는 건 나만은 아니리라.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범죄물이긴 하지만 범죄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주어진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건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그리고, 그 본능은 성악설을 뒷받침한다. 작가의 이름만 보고 선택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8. 우연 제작자들(요아브 블룸, 강동혁 역. 푸른숲. 2020. 422쪽)
: 우연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랑이나 그 안의 시인을 불러내기 위해 펜을 떨어뜨리거나 커피를 쏟거나 버스를 늦춘다. 우연 제작자 가이, 에밀리, 에릭은 3년 전 우연 제작자 수련 과정 동기이다. 가이의 전직은 상상 속 친구. 셋은 늘 브런치를 함께하지만 에밀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 하지 않고, 가이에게는 상상 속 친구 시절의 단 하나뿐인 사랑 커샌드라를 못 잊고 있다.
아이디어가 기발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야기의 전개가 꽤 맘에 들었다. 어쩌면 뻔한 로맨틱 코미디일 수도 있겠지만 난 마지막의 반전에 꽤 놀랐다. 아마 나만 놀랐을 것 같지만. 뒷표지에 여러 작가를 언급한 추천사들이 있는데 이탈로 칼비노 보다는 커트 보니것 스타일이 좀 더 보인다. 마지막의 기차역/공항 장면도 좋았다.
9. 아름다운 수수께끼(루이즈 페니, 김예진 역. 피니스아프리카에. 2020. 588쪽)
10. 유령(정용준. 현대문학. 2018. 194쪽)
: 정부 고위급 인사와 정치인을 비롯한 열 두 명이 살해된다. 범인은 유령으로 불리는 수감번호 474번. 주민등록이 없으며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그를 새로 맡게 된 교도관 윤은 그에게 흥미를 느끼고 그에게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어쩌면 흔한 신파일 수도 있겠다. 사연 없는 무덤은 없다고, 악인들의 배경과 과거사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불쌍하지 않은 사람을 없을 수도. 하지만 474가 내 맘을 끈 건 그의 고요함 때문이었다. 해야할 말을 하고 타인의 존재를 지워버리면서도 유지되는 靜. 그래서 신해경의 등장이 기껍지만은 않았다. 의도하지는 않았을지라도 474에게 파문을 일으키려는 그녀가. 그래서 결말도 좀... 하지만 잘 쓴 이야기이다. 정말로.
11. 미국식 결혼(타야리 존스, 민은영 역. 문학동네. 2020. 426쪽)
: 신혼부부 로이와 셀레스철은 로이의 부모님 댁을 방문한 후 근처 모텔에 묵기로 한다. 그 곳에서 셀레스철에게 자신의 출생에 얽힌 사연을 이제야 말하는 로이. 그들은 말다툼을 하고, 잠시 열을 식히러 밖으로 나갔던 로이는 자신의 엄마와 비슷한 연배의 부인을 도와 그녀의 방까지 들어갔다 나온다. 셀레스철과 화해 후 잠이 들었던 그들 부부는 방에 들이닥친 경찰들에 의해 잠에서 깨고, 로이는 성폭행범으로 체포된다.
로이가 부당한 혐의와 재판에 의해 감옥에 갇히지 않았더라도 둘은 헤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삐걱거렸던 둘. 나는 전적으로 셀레스철 편이었다. 내가 여자여서가 아니라 난 중요한 얘기는 모두 한 다음에 중요한 일(결혼)이 이루어져야 하고, 정신적 외도가 육체적 외도보다 더 상처가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로이가 셀레스철에게 부적당했던 이유는 셀레스철을 독립적인 여성으로 키운 셀레스철의 아빠에게 셀레스철의 손을 넘겨달라고 얘기하는 사람이어서이다. '남자를 진실로 집에 맞아들여 그의 발을 씻기고 밥상을 차려주는 일은 오로지 여자만이 할 수 있다(178쪽)'고 얘기하는 남자라서. 니 발은 니가 씻고 밥은 네 손으로 차려먹어!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옳지 않은 사람은 없다. 잘못이 없는 사람도 없다. 결국 흘러가야 할 방향대로 흘러간 것이다. 상처는 어쩔 수 없다. 각자 자신의 몫을 감당해야만 하는 것. 그게 결혼이고 삶이다.
12. 배심원단(마이클 코넬리, 한정아 역. RHK. 2020. 582쪽)
: 미키 할러 시리즈 5권. 검사장 선거에서 떨어지고, 자신이 변호해서 석방시킨 인간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이는 바람에 그나마 있던 평판도 바닥에 떨어지고 전부인은 물론 딸과의 사이도 멀어질 대로 멀어졌다. 일감을 찾다가 자신이 관리하는 매춘부를 죽이고 방화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디지털 포주와 마주치고, 죽은 매춘부가 자신을 추천했다는 얘기에 기억을 맞춰보니 예전에 특별하게 여겼던 글로리아였다. 새 출발을 한다고 해놓고 이름을 바꿔 다시 매춘을 하고 있던 그녀의 죽음에 다른 뭔가가 있음을 알게 된 미키.
역시 재미있었다. 우리말 제목은 좀 평범하고 제한적이지만 '단죄의 신 The Gods of Guilt' 이라는 원제는 강렬하다. 단지 재판정의 배심원단 뿐 아니라 미키 마음 속에 있는 양심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수임료만 많이 받으면 의뢰인의 유죄 여부는 상관없다고 말하던 미키가 수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진짜 죄인을 잡으려는 건 단지 피해자가 자신에게 특별했기 때문만도,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기 때문만도 아니다. 미키의 가슴 속에도 분명 정의 실현을 향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미키를 지켜보는 게 즐겁다.
ps. 4권과 역자가 같은데도 번역에 통일성이 없다. 교정 때문인 듯. 4권에서는 불럭이라고 불렀던 제니퍼를 여기서는 송아지라고 부르고, 해리에게도 존댓말을 썼는데 여기선 너무도 편하게 반말을 한다. 그 외에도 문체가 좀 달라진 것도 같고...
13.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이장욱. 문학동네. 2019. 321쪽)
: 목소리에 관한 9편의 단편들.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당연하면서도 또 얼마나 큰 기쁨인가. 가장 좋았던 건 「크리스마스 캐럴」. 「양구에는 돼지코」는 슬펐고, 잘 썼다. 슬픈 건 내게도 멀지 않았을까봐.
14. 셜록 홈즈와 엉킨 실타래(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 하현길 역. 책에이름. 2016. 341쪽)
: 바스커빌 가의 사건을 해결한 후 런던의 셜록에게 위협적인 소포가 온다. 튀어나오는 칼날로 살해당할 뻔한 셜록은 바스커빌 사건의 범인 스태플턴이 살아 있음을 직감한다. 한편 런던 및 외곽에서는 목에 상처가 있는 핏기 없는 소녀들이 발견되고, 홈즈는 흡혈귀의 존재를 알게 된다.
재미없었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거의 베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전형적인 뱀파이어 얘기에다가 홈즈와 왓슨만 끼워넣었다. 차라리 스태플턴 추적기를 쓸 것이지, 홈즈 이야기에 드라큘라라니...
15. 항구의 사랑(김세희. 민음사. 2019. 171쪽)
: 2000년대 초 목포. 당시 여고생들 사이에서는 '이반'이라며 학교에서 동성의 선배/친구와 사귀는 게 유행이었다. 중학교 때 중성적 매력의 친구와 친했지만 멀어진 기억이 있는 '나'는 친구의 연극부 일을 도와주다가 민선 선배를 알게 되는데, 그녀에게 자꾸만 마음이 쏠리고 나의 매력을 어필하고 싶어진다.
뭐랄까, 공감보다는 그냥 신기해하며 읽었다. 당시 모든 고등학생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어느 시대고 있을 법한 이야기였고, 첫사랑이 반드시 이성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그 대상이 아이돌이건 동성이건 혹은 실존하지 않는 예술 작품 속 인물이건 사랑은 사랑이기에 그저 잘 지나가기를 바라며 읽었다. 신기했던 건 당시 고등학생들의 문화와 언어들. 다만,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그 시절의 추억?
16. 비극 숙제(엘리자베스 라밴, 엄일녀 역. 문학동네. 2016. 333쪽)
: 새 학년이 시작되는 기숙 학교 어빙 스쿨. 이 학교의 3학년은 전통적으로 영문학의 사이먼 선생의 리포트 '비극 숙제'를 써내야 한다. 3학년 대표인 덩컨은 새로 배정된 기숙사 방으로 향한다. 전통에 따라 작년에 그 방을 사용했던 3학년 선배가 남긴 선물을 궁금해 하며. 덩컨은 자신이 기숙사에서 가장 구석방을 배정받은 걸 알고 실망하지만, 곧 작년 선배인 팀 맥베스가 남긴 녹음 CD를 발견하고, 그것이 작년의 비극과 관련된 이야기임을 알고 그 내용에 빠져든다.
비극의 시초는 무엇일까. 팀의 숙제에서 팀은 자신이 알비노인게 시작일 거라고 얘기하지만 글쎄. 잔인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난 버네사를 만난 게 시초라고 생각한다. 모든 비극의 시작은 관계에서 온다. 관계만큼 어려운 것도 없고, 관계만큼 상처를 주는 것도 없지. 모노마니아. 한 목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부른 비극.
제목 때문에 망설이다가 읽었고, 역시 제목 덕분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팀과 버네사가 치러야 할 댓가가 그 정도에서 그쳐서 다행이었다.
17. 호재(황현진. 민음사. 2019. 206쪽)
: 호재의 고모 두이. 공인중개사를 하는 남편이 어느 저녁 강도의 손에 죽는다. 재개발이 확정된 동네에서 어떻게든 버티며 둘이 살아가고 있었는데. 두이는 연락이 끊기다시피 한, 자신이 키웠던 호재에게 연락을 하고 빈소에 앉아 멍하니 호재의 아빠인 두오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제목은 호재이지만 호재의 시선보다는 호재가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근원 - 두이가 두오를 감싸안을 수 밖에 없었던, 두오가 어리석게도 삶의 방향을 잡을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한다. 안타깝지만, 모든 건 자신의 손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마냥 동정이 가지도 않는 삶.
18. 올해는 다른 크리스마스(메이브 빈치, 이은석 역. 문학동네. 2019. 278쪽)
: 작가 특유의, 그리고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흔히 연상되는 따뜻한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모든 이야기가 그렇지는 않았다. 혼자라도 괜찮은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은 좋았으나 씁쓸한 이야기들도 많았다. 가령, 크리스마스니까 하며 그냥 주저앉아 웃어 넘긴 이야기들. 특히 「오늘은 다를거야」는 뒷골 땡겨서 혼났다. 그래도 가볍게 읽고 넘기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19. 최선의 삶(임솔아. 문학동네. 2015.195쪽)
: 읍내동 강이의 부모는 강이의 주소를 전민동 아파트 단지로 옮겨서 강이가 그곳 아이들과 같은 중학교에 배정받도록 한다. 부모는 학업을 위해 그렇게 했지만 전민동에서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강이는 손을 내민 아람과 소영의 무리에 섞이고, 셋은 가출을 한다.
무모하면 인생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강이는 옳다고 생각한 대로 행동했지만 실제의 삶에서 옳음보다 중요한 건 무엇을 가졌느냐이다. 강이가 가엾긴 했지만 강이를 집 밖으로 내몬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학교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집에서도 도망쳐야 했던 걸까. 그런데, 그 바깥에서 강이는 정말 최선을 다했나?
20. 사라진 후작(낸시 스프링어, 김진희 역. 북레시피. 2018. 259쪽)
: 셜록 홈즈의 어리디 어린 동생 에놀라 시리즈 1권. 에놀라의 열네 살 생일에 엄마는 사라진다. 여성참정권자이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엄마는 에놀라에게 여러 단서를 남긴 채 산책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에놀라는 오빠들에게 연락하지만 오빠들과 엄마와의 오래된 갈등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오빠들 몰래 엄마를 찾아 나선 에놀라. 런던으로 향하던 중 어린 후작도 실종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당대의 생활상을 들여다보기 쉽지 않다. 그저 전보와 거리의 소년들과 기차며 오페라 등의 단편적인 정보들 뿐.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는 전적으로 여성들의 시각으로 당시의 사회상을 볼 수 있다. 평생을 헌신해도 남편이 죽으면 재산은 몽땅 장자에게 상속되어 아들의 손에서 생활비를 받아쓸 수 밖에 없고 여성은 혼자 사업은 커녕 혼자 여행을 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 우리 에놀라는 멋진 엄마의 딸답게 모든 것을 비상하게 처리한다. 재밌었고, 머리 식히기 좋았다.
21. 왼손잡이 숙녀(낸시 스프링어, 장여정 역. 북레시피. 2019. 248쪽)
: 에놀라 시리즈 2권. 런던에서 '퍼디토리언(사라진 물건이나 사람을 찾아주는 사람)'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한 에놀라. 그런데 하필이면 첫 방문인이 왓슨 박사이다. 그에게서 레이디 세실리 실종 사건을 알게 된 에놀라는 왓슨에게는 핑계를 대서 돌려보내고 혼자서 이 사건을 수사한다.
열네 살 짜리 소녀가 살아가기에 런던은 만만치 않음을 넘어서 무서운 곳이다. 하지만 에놀라는 꼭 닮은 셜록만큼 변장에 능하고 머리가 좋을 뿐 아니라 행동도 민첩하다. 그래도 어린만큼 무모한 건 어쩔 수 없고 그게 에놀라를 위험에 빠트린다. 첫번째 권보다 재미있었고 당대의 사회상을 더 디테일하게 드러낸다. 특히 마르크스의 등장과 대중들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22. 디미트리오스의 가면(에릭 앰블러, 최용준 역. 열린책들. 2020. 411쪽)
: 교수이자 추리소설 작가인 래티머는 이스탄불을 방문했다가 터키의 보안책임자인 대령과 알게 된다. 그를 통해 스파이이자 거리낌없이 중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디미트리오스에 대해 알게 되고 디미트리오스의 시체까지 확인한 래티머. 디미트리오스에게 매혹된 래티머는 그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연대가 좀 헷갈리긴 했지만 대체로 흥미롭게 읽었다. 홍보 문구처럼 디미트리오스가 악의 근원이나 악의 화신까지는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내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훨씬 더 잔혹한 범죄를 접했기에 그런 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디미트리오스의 이기심을 이해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구하고 자신을 부유하게 하기를 원하기에. 재미있게 읽었고, 마지막의 작은 반전은 예상하긴 했지만 즐거웠다.
23. 해적판을 타고(윤고은. 문학과지성사. 2017. 227쪽)
: 아빠네 회사인 '센터'에서 우리 집 마당을 빌린다고 한다. 마당을 파고 묻힌 자루들. 대체 뭐가 들어있을까? 마당에 자루가 묻힌 이후로 엄마아빠의 싸움은 잦아지고, 아빠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환경 오염과 동물권에 관한 이야기를 중학생의 시선으로 풀었다. 책임을 미루는 어른들과 화제성에 따라 부화뇌동하는 언론. 뻔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결말을 찾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록 해적판일지언정 다른 결말을 원한다면.
24. 죽음의 전주곡(나이오 마시, 원은주 역. 시공사. 2012. 489쪽)
: 노골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도입부는 평화롭다. 보통의 추리 소설처럼 사건이 먼저 터지지 않는다.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 치핑의 펜쿠쿠 영지. 조슬린 저닝햄은 아들 헨리가 교구 목사의 딸 다이나와 연인 사이라는 사실 때문에 심란하다. 먼 친척이자 집안 살림을 봐주고 있는 나이든 독신녀 엘리너는 조슬린을 은근히 부추겨 둘 사이를 반대하게 하고, 헨리는 그러잖아도 싫었던 엘리너에게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한다. 이 와중에 교구 모임이 열려 목사 및 다이나, 엘리너의 절친이자 라이벌인 부유한 프렌티스 양, 의사인 템플릿 박사와 그의 내연녀로 의심받는 매력적인 로스 부인이 모여 기금 마련을 위한 연극을 공연하기로 한다.
사건이 먼저가 아니라 등장 인물들과 배경에 대한 서술이 먼저라서 정말 좋았다. 작가 이름이 일본인으로 오해하기 십상이어서 안 읽으려다가 책 날개를 보고 집어들었는데 읽기를 잘했다. 평범한(?) 빅토리아 시대 배경의 작품처럼 시작해서 차근차근 쌓아 올려가는 캐릭터와 사건 이야기가 작품에 더 깊이 빠질 수 있게 했다. 거기에 더해 엘린 경감의 차근차근한 성격과 날카로움도 맘에 들었다. 이 작가의 작품 중 유일하게 번역 출간된 작품인 게 너무나 아쉬웠다. 정말 매력적인 작가와 작품인데...
25. 일곱 해의 마지막(김연수. 문학동네. 2020. 246쪽)
: 시인 백석의 이야기. 시인을 시인이게 하는 건 무엇일까? 이 작품은 백석이 자신을 시인이 아닌 번역가로 칭하게 된 시기를 들여다본다. 1958년 기행(백석)은 자신이 일하는 번역실로 배달된 러시아 시인 벨라의 편지를 받는다. 전해에 그녀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은 인연이 있는 벨라의 편지는 개봉되어 있었고 편지는 사라졌으며 그녀의 러시아어 시 두 편만이 있다.
이제껏 읽은 이 작가의 작품들 중 가장 재미없었다. 왜였을까. 난 백석을 좋아하는데. 난 김연수도 좋아한다. 그리고 김연수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 기대에 부풀어서 신나하며 읽기 시작한 것도 아니다. 어쩌면 기행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배경과 기행의 무력감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또 어쩌면 그냥 내 마음상태가 다른 누군가의 불행을 들여다볼 만큼 여유롭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다만 계속 안타깝긴 했다. 하지만 안타까움이야말로 무의미하지. 백석은 북한이든 남한이든, 분단 국가에서는 영원히 시인일 수 없었을 게다. 육체의 죽음이 언제였는지와는 별개로 시인의 죽음을 읽는 건 힘들었다.
26. 해리 오거스트의 열 다섯 번째 삶(클레어 노스, 김선형 역. 미래인. 2018. 623쪽)
: 해리 오거스트는 계속 태어난다. 같은 사람으로, 같은 생년월일에 같은 부모에게서, 같은 장소에서. 1919년 1월 1일 기차역 화장실에서, 주인에게 강간당해 임신한 하녀 출신의 어머니 리사는 기차역장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출산을 하다 사망하고, 해리는 생부인 헐너 가문의 정원 관리사 오거스트 부부에게 입양되어 자라난다. 1989년 사망한 해리는 다시 1919년 태어난다,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그냥 대체역사물이었다면 끝까지 안 읽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제대로 된 SF다. 물론 대체역사물의 요소도 갖고 있기는 하지만 평행 우주적인 세계관이 더 강하다. 같은 삶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모임 크로노스 클럽. 선행적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지 않으며 그저 개인의 삶을 조금씩 변형해가며 사는 건 고통일까 아님 즐거움일까? 물론 받아들이기 나름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난 시간을 후회하며 다시 돌아가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해리 같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번복할 수 있다. 다만 책에서도 얘기했듯 유년 시절의 지루함은 선행적 인간들은 상상하기 힘들겠지. 해리의 다양한 삶의 변주 뿐 아니라 명백한 빌런과의 대결도 긴장감을 채워줘서 좋았고, 무엇보다 죽음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 위로가 되었다. 다만 결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면 완벽했을 텐데.
: SF에 무지한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흥미로웠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나을지도 모를 디스토피아. 나만이 아니라 모두 함께니까. 결국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SF같지 않은 이야기들도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성」. 가장 아름다웠던 작품은 「바다를 잃어버린 사람」.
2. 여름비(마르그리트 뒤라스, 백수린 역. 창비. 2020. 215쪽)
: 파리 외곽 소도시 비트리. 여동생 잔을 비롯한 여러 동생들과 살고 있는 열두 살(어쩌면 그 이상) 에르네스토. 가난한 부모는 아이들을 방치하다시피 하고, 에르네스토는 집 근처에서 불에 탄 책 한 권을 발견하고 그 책을 읽은 후 세상의 모든 진리를 알아버린다.
저자 특유의 간결하고도 시적인 문체가 아름다웠다. 삶과 사랑과 이별에 관한 통찰.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의 비의들. 어쩌면 모든 책은 그 불탄 책이 될 수도 있을 지 모르겠고, 어쩌면 모든 독자는 에르네스토가 될 수도 있을 지도.
3. 블랙 머니(로스 백도널드, 박미영 역. 황금가지. 2017. 359쪽)
: 탐정 루 아처. 부유하고 유약한 청년 피터로부터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 한때 약혼까지 했던 사이였던 버지니아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버지니아는 돌연 나타난 프랑스인 프란시스 마텔에게 홀려 자신에게서 떠났다고. 피터는 프란시스 마텔의 신분을 의심하고, 아처는 의뢰인의 요구에 따라 마텔을 시험해 보는 한편 조사를 진행하다가 7년 전 버지니아 아버지의 자살 사건에 이르게 된다.
재미있었다. 작은 사건의 실마리들이 조금씩 그 영역을 넓히며 과거와 현재, 사람과 사람이 엮이는 전개가 자연스러우면서도 흥미진진했다. 처음부터 살인이나 신분 위조 사건을 들이미는 게 아니라 주위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사설 탐정에게 의뢰해 봤으면 하고 생각해 봤을 사건부터 시작되어 결국 커다란 비극으로 맺어지는 결말. 캐릭터들도 각자 성격이 뚜렷했다. 배경이 너무 오래전이라 실소를 자아내는 장면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4. 졸업(윤이형. 내인생의책. 2016. 192쪽)
: 가까운 미래. 환경오염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식 능력을 잃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모든 아이들은 난자/정자 등급 검사를 해야 한다. 졸업을 앞둔 '나'는 두 통의 통지서를 받는다. 대학 합격 통지서와 내게 생식 능력이 있음을 말해주는 통지서. 아이를 낳으면 정부의 보조금 덕분에 편하게 살 수 있다. 그리고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빨리 선택을 해야 한다.
흔히 환경 보전을 이야기할 때 지금의 환경은 미래에서 빌려온 것이라는 말을 쉽게 한다. 이 책은 그 말의 구체화 버전이랄까. 인공 임신도 불가능하고 한창 때인 10대들에게 인류의 지속을 기대해야만 하는, 생선은 물론 버섯이며 자연산 나물 따위를 먹는 건 꿈도 못 꿀 디스토피아. 그런 세상도 그럭저럭 버틸만 할 지 모르겠다. 다만 그 짐을 다음 세대에 지워야하는 게 미안할 뿐. 그래서 화자의 선택이 차라리 반가웠고 기특했다.
5. 호반. 대학시절(T.슈토름, 홍경호 역. 범우사. 2008. 153쪽)
: 진짜 낭만주의 문학이란 이런 게 아닐까. 이제껏 읽었던 낭만주의를 표방하는 작품들은 모두 시시하고 싱거웠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진하다. 마치 희곡같은 장면 구성을 보여준 「호반」이나 과장된 심리 묘사나 대화 없이도 아름다움 그 자체였던 「대학시절」 둘 다 마냥 좋았다.
6.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제프리 디버 외, 오토 펜즐러 엮음, 김원희 역. 북스피어. 2020. 431쪽)
: 아, 오토 펜즐러 너무 좋아! 이번엔 책에 관한 미스터리이다. 조금은 평범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대부분 재밌었다. 사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 미스터리란 달콤할 수 밖에 없지 않나. 물론 책 속 모든 등장 인물들에게 공감하지는 않았고 때론 말도 안 되는 소리들에 잠깐 화가 나기도 했지만 결국엔 다 재밌었다고 할 수 밖에. 특히 맘에 들었던 인물은 「모든 것은 책 속에」의 벨다. 책상 아래로 권총을 쥐고 있다니.
7. 단지살인마(최제훈. 현대문학. 2020. 193쪽)
: 살인 후 손가락을 자르는 살인마가 나타났다. 처음엔 연쇄 살인인 줄 몰랐으나 살인마는 첫번째 희생자에게서는 새끼 손가락을, 다음 희생자에게서는 약지 손가락을 잘라낸다. 살인 방식은 다르지만 손가락이 잘라진 희생자가 늘어가는데, 이게 연쇄 살인이라는 걸 화자는 일찌감치 깨닫는다.
처음에는 미스터리 추적극 뭐 그런 건 줄 알았는데 뜻밖의 복수극으로 흘러간다. 그 와중에 화자를 응원하게 되는 건 나만은 아니리라.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범죄물이긴 하지만 범죄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주어진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건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그리고, 그 본능은 성악설을 뒷받침한다. 작가의 이름만 보고 선택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8. 우연 제작자들(요아브 블룸, 강동혁 역. 푸른숲. 2020. 422쪽)
: 우연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랑이나 그 안의 시인을 불러내기 위해 펜을 떨어뜨리거나 커피를 쏟거나 버스를 늦춘다. 우연 제작자 가이, 에밀리, 에릭은 3년 전 우연 제작자 수련 과정 동기이다. 가이의 전직은 상상 속 친구. 셋은 늘 브런치를 함께하지만 에밀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 하지 않고, 가이에게는 상상 속 친구 시절의 단 하나뿐인 사랑 커샌드라를 못 잊고 있다.
아이디어가 기발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야기의 전개가 꽤 맘에 들었다. 어쩌면 뻔한 로맨틱 코미디일 수도 있겠지만 난 마지막의 반전에 꽤 놀랐다. 아마 나만 놀랐을 것 같지만. 뒷표지에 여러 작가를 언급한 추천사들이 있는데 이탈로 칼비노 보다는 커트 보니것 스타일이 좀 더 보인다. 마지막의 기차역/공항 장면도 좋았다.
9. 아름다운 수수께끼(루이즈 페니, 김예진 역. 피니스아프리카에. 2020. 588쪽)
10. 유령(정용준. 현대문학. 2018. 194쪽)
: 정부 고위급 인사와 정치인을 비롯한 열 두 명이 살해된다. 범인은 유령으로 불리는 수감번호 474번. 주민등록이 없으며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그를 새로 맡게 된 교도관 윤은 그에게 흥미를 느끼고 그에게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어쩌면 흔한 신파일 수도 있겠다. 사연 없는 무덤은 없다고, 악인들의 배경과 과거사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불쌍하지 않은 사람을 없을 수도. 하지만 474가 내 맘을 끈 건 그의 고요함 때문이었다. 해야할 말을 하고 타인의 존재를 지워버리면서도 유지되는 靜. 그래서 신해경의 등장이 기껍지만은 않았다. 의도하지는 않았을지라도 474에게 파문을 일으키려는 그녀가. 그래서 결말도 좀... 하지만 잘 쓴 이야기이다. 정말로.
11. 미국식 결혼(타야리 존스, 민은영 역. 문학동네. 2020. 426쪽)
: 신혼부부 로이와 셀레스철은 로이의 부모님 댁을 방문한 후 근처 모텔에 묵기로 한다. 그 곳에서 셀레스철에게 자신의 출생에 얽힌 사연을 이제야 말하는 로이. 그들은 말다툼을 하고, 잠시 열을 식히러 밖으로 나갔던 로이는 자신의 엄마와 비슷한 연배의 부인을 도와 그녀의 방까지 들어갔다 나온다. 셀레스철과 화해 후 잠이 들었던 그들 부부는 방에 들이닥친 경찰들에 의해 잠에서 깨고, 로이는 성폭행범으로 체포된다.
로이가 부당한 혐의와 재판에 의해 감옥에 갇히지 않았더라도 둘은 헤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삐걱거렸던 둘. 나는 전적으로 셀레스철 편이었다. 내가 여자여서가 아니라 난 중요한 얘기는 모두 한 다음에 중요한 일(결혼)이 이루어져야 하고, 정신적 외도가 육체적 외도보다 더 상처가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로이가 셀레스철에게 부적당했던 이유는 셀레스철을 독립적인 여성으로 키운 셀레스철의 아빠에게 셀레스철의 손을 넘겨달라고 얘기하는 사람이어서이다. '남자를 진실로 집에 맞아들여 그의 발을 씻기고 밥상을 차려주는 일은 오로지 여자만이 할 수 있다(178쪽)'고 얘기하는 남자라서. 니 발은 니가 씻고 밥은 네 손으로 차려먹어!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옳지 않은 사람은 없다. 잘못이 없는 사람도 없다. 결국 흘러가야 할 방향대로 흘러간 것이다. 상처는 어쩔 수 없다. 각자 자신의 몫을 감당해야만 하는 것. 그게 결혼이고 삶이다.
12. 배심원단(마이클 코넬리, 한정아 역. RHK. 2020. 582쪽)
: 미키 할러 시리즈 5권. 검사장 선거에서 떨어지고, 자신이 변호해서 석방시킨 인간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이는 바람에 그나마 있던 평판도 바닥에 떨어지고 전부인은 물론 딸과의 사이도 멀어질 대로 멀어졌다. 일감을 찾다가 자신이 관리하는 매춘부를 죽이고 방화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디지털 포주와 마주치고, 죽은 매춘부가 자신을 추천했다는 얘기에 기억을 맞춰보니 예전에 특별하게 여겼던 글로리아였다. 새 출발을 한다고 해놓고 이름을 바꿔 다시 매춘을 하고 있던 그녀의 죽음에 다른 뭔가가 있음을 알게 된 미키.
역시 재미있었다. 우리말 제목은 좀 평범하고 제한적이지만 '단죄의 신 The Gods of Guilt' 이라는 원제는 강렬하다. 단지 재판정의 배심원단 뿐 아니라 미키 마음 속에 있는 양심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수임료만 많이 받으면 의뢰인의 유죄 여부는 상관없다고 말하던 미키가 수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진짜 죄인을 잡으려는 건 단지 피해자가 자신에게 특별했기 때문만도,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기 때문만도 아니다. 미키의 가슴 속에도 분명 정의 실현을 향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미키를 지켜보는 게 즐겁다.
ps. 4권과 역자가 같은데도 번역에 통일성이 없다. 교정 때문인 듯. 4권에서는 불럭이라고 불렀던 제니퍼를 여기서는 송아지라고 부르고, 해리에게도 존댓말을 썼는데 여기선 너무도 편하게 반말을 한다. 그 외에도 문체가 좀 달라진 것도 같고...
13.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이장욱. 문학동네. 2019. 321쪽)
: 목소리에 관한 9편의 단편들.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당연하면서도 또 얼마나 큰 기쁨인가. 가장 좋았던 건 「크리스마스 캐럴」. 「양구에는 돼지코」는 슬펐고, 잘 썼다. 슬픈 건 내게도 멀지 않았을까봐.
14. 셜록 홈즈와 엉킨 실타래(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 하현길 역. 책에이름. 2016. 341쪽)
: 바스커빌 가의 사건을 해결한 후 런던의 셜록에게 위협적인 소포가 온다. 튀어나오는 칼날로 살해당할 뻔한 셜록은 바스커빌 사건의 범인 스태플턴이 살아 있음을 직감한다. 한편 런던 및 외곽에서는 목에 상처가 있는 핏기 없는 소녀들이 발견되고, 홈즈는 흡혈귀의 존재를 알게 된다.
재미없었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거의 베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전형적인 뱀파이어 얘기에다가 홈즈와 왓슨만 끼워넣었다. 차라리 스태플턴 추적기를 쓸 것이지, 홈즈 이야기에 드라큘라라니...
15. 항구의 사랑(김세희. 민음사. 2019. 171쪽)
: 2000년대 초 목포. 당시 여고생들 사이에서는 '이반'이라며 학교에서 동성의 선배/친구와 사귀는 게 유행이었다. 중학교 때 중성적 매력의 친구와 친했지만 멀어진 기억이 있는 '나'는 친구의 연극부 일을 도와주다가 민선 선배를 알게 되는데, 그녀에게 자꾸만 마음이 쏠리고 나의 매력을 어필하고 싶어진다.
뭐랄까, 공감보다는 그냥 신기해하며 읽었다. 당시 모든 고등학생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어느 시대고 있을 법한 이야기였고, 첫사랑이 반드시 이성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그 대상이 아이돌이건 동성이건 혹은 실존하지 않는 예술 작품 속 인물이건 사랑은 사랑이기에 그저 잘 지나가기를 바라며 읽었다. 신기했던 건 당시 고등학생들의 문화와 언어들. 다만,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그 시절의 추억?
16. 비극 숙제(엘리자베스 라밴, 엄일녀 역. 문학동네. 2016. 333쪽)
: 새 학년이 시작되는 기숙 학교 어빙 스쿨. 이 학교의 3학년은 전통적으로 영문학의 사이먼 선생의 리포트 '비극 숙제'를 써내야 한다. 3학년 대표인 덩컨은 새로 배정된 기숙사 방으로 향한다. 전통에 따라 작년에 그 방을 사용했던 3학년 선배가 남긴 선물을 궁금해 하며. 덩컨은 자신이 기숙사에서 가장 구석방을 배정받은 걸 알고 실망하지만, 곧 작년 선배인 팀 맥베스가 남긴 녹음 CD를 발견하고, 그것이 작년의 비극과 관련된 이야기임을 알고 그 내용에 빠져든다.
비극의 시초는 무엇일까. 팀의 숙제에서 팀은 자신이 알비노인게 시작일 거라고 얘기하지만 글쎄. 잔인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난 버네사를 만난 게 시초라고 생각한다. 모든 비극의 시작은 관계에서 온다. 관계만큼 어려운 것도 없고, 관계만큼 상처를 주는 것도 없지. 모노마니아. 한 목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부른 비극.
제목 때문에 망설이다가 읽었고, 역시 제목 덕분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팀과 버네사가 치러야 할 댓가가 그 정도에서 그쳐서 다행이었다.
17. 호재(황현진. 민음사. 2019. 206쪽)
: 호재의 고모 두이. 공인중개사를 하는 남편이 어느 저녁 강도의 손에 죽는다. 재개발이 확정된 동네에서 어떻게든 버티며 둘이 살아가고 있었는데. 두이는 연락이 끊기다시피 한, 자신이 키웠던 호재에게 연락을 하고 빈소에 앉아 멍하니 호재의 아빠인 두오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제목은 호재이지만 호재의 시선보다는 호재가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근원 - 두이가 두오를 감싸안을 수 밖에 없었던, 두오가 어리석게도 삶의 방향을 잡을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한다. 안타깝지만, 모든 건 자신의 손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마냥 동정이 가지도 않는 삶.
18. 올해는 다른 크리스마스(메이브 빈치, 이은석 역. 문학동네. 2019. 278쪽)
: 작가 특유의, 그리고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흔히 연상되는 따뜻한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모든 이야기가 그렇지는 않았다. 혼자라도 괜찮은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은 좋았으나 씁쓸한 이야기들도 많았다. 가령, 크리스마스니까 하며 그냥 주저앉아 웃어 넘긴 이야기들. 특히 「오늘은 다를거야」는 뒷골 땡겨서 혼났다. 그래도 가볍게 읽고 넘기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19. 최선의 삶(임솔아. 문학동네. 2015.195쪽)
: 읍내동 강이의 부모는 강이의 주소를 전민동 아파트 단지로 옮겨서 강이가 그곳 아이들과 같은 중학교에 배정받도록 한다. 부모는 학업을 위해 그렇게 했지만 전민동에서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강이는 손을 내민 아람과 소영의 무리에 섞이고, 셋은 가출을 한다.
무모하면 인생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강이는 옳다고 생각한 대로 행동했지만 실제의 삶에서 옳음보다 중요한 건 무엇을 가졌느냐이다. 강이가 가엾긴 했지만 강이를 집 밖으로 내몬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학교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집에서도 도망쳐야 했던 걸까. 그런데, 그 바깥에서 강이는 정말 최선을 다했나?
20. 사라진 후작(낸시 스프링어, 김진희 역. 북레시피. 2018. 259쪽)
: 셜록 홈즈의 어리디 어린 동생 에놀라 시리즈 1권. 에놀라의 열네 살 생일에 엄마는 사라진다. 여성참정권자이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엄마는 에놀라에게 여러 단서를 남긴 채 산책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에놀라는 오빠들에게 연락하지만 오빠들과 엄마와의 오래된 갈등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오빠들 몰래 엄마를 찾아 나선 에놀라. 런던으로 향하던 중 어린 후작도 실종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당대의 생활상을 들여다보기 쉽지 않다. 그저 전보와 거리의 소년들과 기차며 오페라 등의 단편적인 정보들 뿐.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는 전적으로 여성들의 시각으로 당시의 사회상을 볼 수 있다. 평생을 헌신해도 남편이 죽으면 재산은 몽땅 장자에게 상속되어 아들의 손에서 생활비를 받아쓸 수 밖에 없고 여성은 혼자 사업은 커녕 혼자 여행을 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 우리 에놀라는 멋진 엄마의 딸답게 모든 것을 비상하게 처리한다. 재밌었고, 머리 식히기 좋았다.
21. 왼손잡이 숙녀(낸시 스프링어, 장여정 역. 북레시피. 2019. 248쪽)
: 에놀라 시리즈 2권. 런던에서 '퍼디토리언(사라진 물건이나 사람을 찾아주는 사람)'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한 에놀라. 그런데 하필이면 첫 방문인이 왓슨 박사이다. 그에게서 레이디 세실리 실종 사건을 알게 된 에놀라는 왓슨에게는 핑계를 대서 돌려보내고 혼자서 이 사건을 수사한다.
열네 살 짜리 소녀가 살아가기에 런던은 만만치 않음을 넘어서 무서운 곳이다. 하지만 에놀라는 꼭 닮은 셜록만큼 변장에 능하고 머리가 좋을 뿐 아니라 행동도 민첩하다. 그래도 어린만큼 무모한 건 어쩔 수 없고 그게 에놀라를 위험에 빠트린다. 첫번째 권보다 재미있었고 당대의 사회상을 더 디테일하게 드러낸다. 특히 마르크스의 등장과 대중들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22. 디미트리오스의 가면(에릭 앰블러, 최용준 역. 열린책들. 2020. 411쪽)
: 교수이자 추리소설 작가인 래티머는 이스탄불을 방문했다가 터키의 보안책임자인 대령과 알게 된다. 그를 통해 스파이이자 거리낌없이 중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디미트리오스에 대해 알게 되고 디미트리오스의 시체까지 확인한 래티머. 디미트리오스에게 매혹된 래티머는 그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연대가 좀 헷갈리긴 했지만 대체로 흥미롭게 읽었다. 홍보 문구처럼 디미트리오스가 악의 근원이나 악의 화신까지는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내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훨씬 더 잔혹한 범죄를 접했기에 그런 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디미트리오스의 이기심을 이해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구하고 자신을 부유하게 하기를 원하기에. 재미있게 읽었고, 마지막의 작은 반전은 예상하긴 했지만 즐거웠다.
23. 해적판을 타고(윤고은. 문학과지성사. 2017. 227쪽)
: 아빠네 회사인 '센터'에서 우리 집 마당을 빌린다고 한다. 마당을 파고 묻힌 자루들. 대체 뭐가 들어있을까? 마당에 자루가 묻힌 이후로 엄마아빠의 싸움은 잦아지고, 아빠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환경 오염과 동물권에 관한 이야기를 중학생의 시선으로 풀었다. 책임을 미루는 어른들과 화제성에 따라 부화뇌동하는 언론. 뻔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결말을 찾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록 해적판일지언정 다른 결말을 원한다면.
24. 죽음의 전주곡(나이오 마시, 원은주 역. 시공사. 2012. 489쪽)
: 노골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도입부는 평화롭다. 보통의 추리 소설처럼 사건이 먼저 터지지 않는다.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 치핑의 펜쿠쿠 영지. 조슬린 저닝햄은 아들 헨리가 교구 목사의 딸 다이나와 연인 사이라는 사실 때문에 심란하다. 먼 친척이자 집안 살림을 봐주고 있는 나이든 독신녀 엘리너는 조슬린을 은근히 부추겨 둘 사이를 반대하게 하고, 헨리는 그러잖아도 싫었던 엘리너에게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한다. 이 와중에 교구 모임이 열려 목사 및 다이나, 엘리너의 절친이자 라이벌인 부유한 프렌티스 양, 의사인 템플릿 박사와 그의 내연녀로 의심받는 매력적인 로스 부인이 모여 기금 마련을 위한 연극을 공연하기로 한다.
사건이 먼저가 아니라 등장 인물들과 배경에 대한 서술이 먼저라서 정말 좋았다. 작가 이름이 일본인으로 오해하기 십상이어서 안 읽으려다가 책 날개를 보고 집어들었는데 읽기를 잘했다. 평범한(?) 빅토리아 시대 배경의 작품처럼 시작해서 차근차근 쌓아 올려가는 캐릭터와 사건 이야기가 작품에 더 깊이 빠질 수 있게 했다. 거기에 더해 엘린 경감의 차근차근한 성격과 날카로움도 맘에 들었다. 이 작가의 작품 중 유일하게 번역 출간된 작품인 게 너무나 아쉬웠다. 정말 매력적인 작가와 작품인데...
25. 일곱 해의 마지막(김연수. 문학동네. 2020. 246쪽)
: 시인 백석의 이야기. 시인을 시인이게 하는 건 무엇일까? 이 작품은 백석이 자신을 시인이 아닌 번역가로 칭하게 된 시기를 들여다본다. 1958년 기행(백석)은 자신이 일하는 번역실로 배달된 러시아 시인 벨라의 편지를 받는다. 전해에 그녀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은 인연이 있는 벨라의 편지는 개봉되어 있었고 편지는 사라졌으며 그녀의 러시아어 시 두 편만이 있다.
이제껏 읽은 이 작가의 작품들 중 가장 재미없었다. 왜였을까. 난 백석을 좋아하는데. 난 김연수도 좋아한다. 그리고 김연수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 기대에 부풀어서 신나하며 읽기 시작한 것도 아니다. 어쩌면 기행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배경과 기행의 무력감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또 어쩌면 그냥 내 마음상태가 다른 누군가의 불행을 들여다볼 만큼 여유롭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다만 계속 안타깝긴 했다. 하지만 안타까움이야말로 무의미하지. 백석은 북한이든 남한이든, 분단 국가에서는 영원히 시인일 수 없었을 게다. 육체의 죽음이 언제였는지와는 별개로 시인의 죽음을 읽는 건 힘들었다.
26. 해리 오거스트의 열 다섯 번째 삶(클레어 노스, 김선형 역. 미래인. 2018. 623쪽)
: 해리 오거스트는 계속 태어난다. 같은 사람으로, 같은 생년월일에 같은 부모에게서, 같은 장소에서. 1919년 1월 1일 기차역 화장실에서, 주인에게 강간당해 임신한 하녀 출신의 어머니 리사는 기차역장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출산을 하다 사망하고, 해리는 생부인 헐너 가문의 정원 관리사 오거스트 부부에게 입양되어 자라난다. 1989년 사망한 해리는 다시 1919년 태어난다,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그냥 대체역사물이었다면 끝까지 안 읽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제대로 된 SF다. 물론 대체역사물의 요소도 갖고 있기는 하지만 평행 우주적인 세계관이 더 강하다. 같은 삶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모임 크로노스 클럽. 선행적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지 않으며 그저 개인의 삶을 조금씩 변형해가며 사는 건 고통일까 아님 즐거움일까? 물론 받아들이기 나름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난 시간을 후회하며 다시 돌아가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해리 같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번복할 수 있다. 다만 책에서도 얘기했듯 유년 시절의 지루함은 선행적 인간들은 상상하기 힘들겠지. 해리의 다양한 삶의 변주 뿐 아니라 명백한 빌런과의 대결도 긴장감을 채워줘서 좋았고, 무엇보다 죽음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 위로가 되었다. 다만 결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면 완벽했을 텐데.
덧글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에서 벨다는 비중은 좀 작아요. 근데 저자의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벨다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