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독서 목록 Yujin's Book Story

1.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김솔. 아르테. 2020. 311쪽)
: 요즘 짧은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는 듯 하다. 이 책도 짧은 소설 40편이 수록되어 있다. 대체로 재미보다는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데,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면서 살아남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를 - 그 방식이 옳든 그르든 -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나쁘진 않았지만 막 좋지도 않았다.


2. 업루티드(나오미 노빅, 오정아 역. 노블마인. 2017. 675쪽)


3. 화성의 인류학자(올리버 색스, 이은선 역. 바다출판사. 2015. 439쪽)
: 뇌신경학자인 저자가 만난 일곱 명의 환자들 이야기. 치료를 위해 만났다기 보다는 책을 쓰기 위해 인터뷰했고, 저자의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각 챕터의 주인공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다. 첫 번째 사례 - 교통사고로 색맹이 된 화가 - 가 너무 끔찍한 기분이 들었지만 저자의 따뜻함 덕분에 괜찮았다. 각 환자들은, 1. 교통사고로 대뇌의 색 재구성하는 부분이 파괴되어 색맹이 된 환자. 2. 양성이긴 했지만 전두엽의 종양이 오렌지만큼 커질 때까지 방치되는 바람에 시력을 잃고 심한 건망증과 성격 변화까지 겪어야 했던 히피. 3.뚜렛 증후군이지만 자신의 직업을 잘 수행하고 있는 외과의사. 4. 50년 만에 시력을 회복한 시각 장애인. 5. 병을 앓고 난 후 환영으로 고향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려 그리는 화가. 6. 어릴 때부터 엄청난 능력을 보였던 자폐 천재 소년 화가. 7. 역시 자폐 천재 의사.

얘기했듯, 따뜻한 시선으로 병증만이 아닌 환자의 삶 전체를 들여다보는 저자 덕에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다. 큰 병이든 아니든 병이 있다는 건 생활은 물론 삶의 방식, 인생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달라지게 한다. 마지막 챕터의 주인공이 얘기했듯 환자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과 맞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느낌을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4. 문학을 홀린 음식들(카라 니콜레티, 정은지 역. 뮤진트리. 2017. 355쪽)


5. 새벽의 방문자들(장류진 외. 다산책방. 2019. 282쪽)
: 페미니즘 시각에서 본 현실의 모습들. 읽으면서, 예상했지만, 뒷골 땡기기도 했고 씁쓸하기도 했으며 대체로 슬펐다. 가장 좋았던 건 「룰루와 랄라」. 작가의 말이 작품보다 더 좋았던 것도 있었다.


6. 닥터 셰퍼드 - 죽은 자들의 의사(리처드 셰퍼드, 한진영 역. 갈라파고스. 2019. 461쪽)
: 30년이 넘게 법의학자로 일한 저자의 회상록. 저자는 비행기를 타고 헝거포드 상공을 지나다가 공황발작을 경험하고, 자신이 처음 주도적으로 맡았던 30여년 전의 헝거포드 대학살 사건의 트라우마가 자신에게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남겼음을 알게 된다. 중학생 때 친구가 가져온 법의학 책을 읽은 후 진로를 확신하고 오랫동안 시신을 부검하는 일을 해 온 저자가 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법의학자로서 판단한 사건의 진실을 통해 저자가 말해주고 싶은 건 죽음은 늘 삶과 함께한다는 것. 유족을 대하는 어려움, 장비와 시간과 기타 여건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죽은 이의 신원을 확인하고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저자의 이야기는 사건 자체에 대한 이야기들보다 인상깊었다.


7. 시티 픽션(조남주 외. 한겨레출판. 2020. 344쪽)
: 부제가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여서 집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고 집어들었고, 조금 기대했다가 실망했다. 집보다는 장소에 관한 이야기들인데, 어거지로 끌어다 붙인 작품들이 꽤 있었다. 기대에 부응했던 건 조남주의 작품 정도. 하지만 내용 자체는 너무 뻔하게 흘러가서... 엔솔로지 주제와 상관없이 작품 자체만 놓고 봤을 때 가장 좋았던 건 김초엽. 정용준도 좋았다. 나머지 작품들도, 이 엔솔로지가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8.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패티 유미 코트렐, 이원경 역. 김영사. 2020. 247쪽)


9. 6인의 용의자(비카스 스와루프, 조영햑 역. 문학동네. 2009. 627쪽)


10. 나인 드래곤(마이클 코넬리, 한정아 역. RHK. 2015. 471쪽)
: 제목을 보고 구룡각이 생각났는데, 역시 중국 삼합회 이야기. 해리 보슈 시리즈 14권이다. 차이나타운의 식료품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해리는 식료품점 주인의 죽음이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던 삼합회와 관련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수금원을 잡아들이는데, 이 때 홍콩에서 엄마 엘리노어와 살고 있는 열 세 살 딸의 납치 동영상이 온다.

해리 인생 최대의 위기이고 내게는 이 시리즈 중 가장 마음 아픈 이야기였다. 이별은 어떤 방식으로든 아플 수 밖에. 이 이야기는 또 해리의 가장 인간적이고 나약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해리를 좋아한 건 그가 완벽해서는 아니었지만 이 이야기에서 해리는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을 드러낼 뿐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다.

이 시리즈의 단점은 읽다보면 과하게 초조해지는 것. 차분히 해리의 뒤를 따라 단서를 좇는 게 아니라 결말부터 보고 싶게 만든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범인은 내가 처음 의심했던 그 인간이고 덕분에 해리는 아주 글로벌하게 삽질을 한다. 처음은 아니지만.


11. ,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마리즈 콩데, 정혜용 역. 은행나무. 2019. 289쪽)


12.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모리스 르블랑, 바른번역. 코너스톤. 2015. 264쪽)
: 뤼팽 시리즈는 내 어린 시절 로망이었다. 부모님이 보시기에 이른바 ('문학 전집'에 속할 만한) '명작'이 아니었으므로 책을 구입해서 읽는다는 건 꿈도 못 꿨고 반에서 책이 돌면 순서가 돌아와야 읽을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시리즈를 차례대로 읽기는 힘들었다. 아마 전권을 다 읽지도 못했을 것이다. 얼마 전 문득 생각이 나서 이 시리즈를 구입했고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내 기억 속 뤼팽은 중년의 신사였는데, 사실은 젊은이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단편 9편이 실려있고 뤼팽이 크루즈에서 체포되는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뤼팽의 뛰어난 변장술과 절도 스킬과 탄탄한 인맥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어 이 희대의 절도범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리고 어릴 때는 몰랐는데 - 중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 뤼팽이 참 금사빠였어. 수미쌍관 넬리 양.


13.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모리스 르블랑, 바른번역. 코너스톤. 2015. 303쪽)
: 1권에서 등장했던 헐록 숌즈와의 대결이 본격화된다. 뤼팽은 어느 순간에는 욕심 가득하고 뻔뻔한 절도범이지만 또 다른 때에는 동정심과 연민, 그리고 자신만의 원칙이 확고한 그야말로 신사다. 이게 뤼팽의 매력이겠지. 코난 도일의 작품에서는 세상 스마트하던 탐정이 이 시리즈에선 그냥 영국 아저씨일 뿐이다. 외모는 코난 도일의 묘사와 비슷하지만 읽다보면 자꾸만 키 작고 배 나온 아저씨가 떠오를 정도로 희화화 했다. 물론 서로를 인정하는 걸로 결말을 맺기는 했지만. 아마도 저자가 원했던 건 이런 거였을 지도. 코난 도일과 자신이 서로를 인정하는 것.


14. 플로리다(로런 그로프, 정연희 역. 문학동네. 2020. 345쪽)
: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한, 혹은 플로리다 출신의 사람들 이야기. 첫 작품 「유령과 공허」가 꽤 좋았어서 내내 기대감을 갖고 읽었고, 저자는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특히 이전 장편들에서는 미쳐 몰랐는데, 이 작가의 문장들이 정말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등장인물들의 한 순간들이, 그 마음 상태를 섬세하면서도 무심하게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한 게 정말 좋았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아이월」.


15. 방콕(김기창. 민음사. 2019. 344쪽)


16. 내 인생은 열린 책(루시아 벌린, 공진호 역. 웅진지식하우스. 2020. 375쪽)
: 왜 '단편의 정수'라고 하는 지 알 것 같은 단편들. 전작과 마찬가지로 작가 자신의 생에서 기인한 이야기들이다. 한심하고 쓸모없는 남자들이 등장하고, 천진한 아이들과 그들을 기르는 엄마이면서 여자인 이들이 등장한다. 책 소개글에는 '따뜻한 시선' 어쩌고 했던데 내가 느낀 건 따뜻함도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주어진 상황을 순하게 받아들이는 혹은 뭔가가 일어날 듯한 긴장감을 눅이는 여자들의 섬세한 시선. 조금 마음이 아팠다.


17. 기암성(모리스 르블랑, 바른번역. 코너스톤. 2015. 276쪽)
: 뤼팽 전집 3권. 제스브르 백작의 영지에 도둑들이 침입하고, 비서인 장 다발이 살해당한다. 백작의 조카인 레이몽드는 도망치는 남자를 목격하고 장총을 쏘아 맞힌다. 부상을 입은 게 분명한 남자를 하인과 쫓지만 남자는 홀연히 사라지고, 다음 날 백작의 성에 모여든 기자들 중 앳된 외모의 고등학생 이지도르 보트를레가 나타난다.

기억난다, 이지도르 보트를레. 뿐만 아니라 납골당의 뤼팽의 시신과 보트를레가 엎드려 생각하는 모습,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읽은 기억이 난다. 그래도 재밌게 읽었다. '에기유 크뢰즈'를 추적하는 부분이 꽤 어설프다는 생각은 어릴 때는 안 했는데... 헐록 숌즈는 여기서 완전히 셜록 홈즈와는 다른 인물임을 드러낸다. 진짜 풍자(혹은 돌려까기)를 할 거였으면 캐릭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뤼팽에게 당하는 모습을 그렸어야지. 진짜 홈즈라면 실수는 있을지언정 그렇게 파렴치한 술수는 쓰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18. 이선동 클린센터(권정희. 고즈넉이엔티. 2019. 375쪽)
: 아버지는 차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는 떠났다. 장의사를 하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서 사랑 받으며 살고 있던 선동은 어느 날 이웃집 상화 누나의 영혼과 대화를 나눈 후 형사들에게 상화 누나의 스쿠터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하지만 상화 누나가 얘기한 거미 문신의 남자를 장례식에서 마주친 후 선동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고, 할머니 할아버지마저 한꺼번에 돌아가신 후 철저히 귀신을 외면하는 삶을 산다. 청년이 되어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던 선동은 우연히 고독사를 주로 처리하는 클린센터에 취직하게 된다.

죽은 자들의 한을 달래주는 전형적인 이야기로 가지도 않았고 귀신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편한 스토리로 가지도 않아서 좋았다. 결말이 좀 미진한 감이 없지 않고 문장이 늘어지는 경향도 있지만 단선적이지 않은 스토리가 좋았다.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흥미로웠지만 속 시원한 부분은 없어서, 그리고 캐릭터들이 좀 짜증나서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은 망설일 것 같다.


19. 한밤의 미술관(이소라. 혜다. 2018. 291쪽)
: 제목에 '한밤'이 들어갔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약간 오글거리는 감성의 미술 작품 소개서이다. 난 워낙에 미술 쪽에 까막눈이라 이런 책들을 자주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역시 읽는 것 보다 읽고 나서 기억하는 게 더 중요한 듯. 이 책은 오글거리는 감상적인 문장들을 참으며 읽느라 책장을 덮으니 더 남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그렇게까지 별로라는 건 아니다. 누군가에겐 입문서로서 충분히 도움이 될 수도 있을 듯. 그래도 당대 유명 화가 - 드가, 로트레크 등 -의 모델에서 자화상을 그리는 화가가 된 수잔 발라동과 끊임없이 자신을 들여다 본 비비안 마이어를 알게 된 건 기쁘다.


20. 체리토마토 파이(베로니크 드 뷔르, 이세진 역. 청미. 2019. 427쪽)
: 아흔 살의 잔은 시골 농가에서 혼자 살고 있다. 춘분 전날, 잔은 일기를 써보기로 마음 먹는다. 친구들과 카드 놀이를 하고, 때때로 찾아오는 자손들을 거둬 먹이고, 마음으로 의지가 되는 이웃 부부의 생활을 지켜보며 때로는 도움을 주기도 하고 또 받기도 하는 하루하루의 삶. 마냥 잔잔하지도 않고 마냥 평온하거나 혹은 무기력하지도 않다. 장례식은 꽤 잦고 텃밭을 수확하기는 점점 힘들어지며 운전도 무서워진다. 하지만 체리토마토를 체리로 착각하고 파이로 구워버리는 건 늙어서는 아니다. 젊을 때도 정신은 없었다.

예전엔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그저 먼 데 사는 백인 할머니를 떠올렸는데 이젠 나 자신의 나이든 모습을 떠올린다. 언제부턴가 난 차라리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바란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그저 곱게 늙은 후의 모습이길. 잔처럼 편히 죽을 걱정만 남았기를. 하지만 그러려면 그 나이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다 살아내야겠지. 이 이야기의 주제는 'To be continued'. 삶은 계속된다. 죽음이 더 가까운 나이라고 해도 살아있는 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지 죽어가는 게 아니다. 그래서, 마지막 문장이 내가 해석한 그게 아니기를 바란다. 계속되어야 할 삶을 위해.


21. 일의 기쁨과 슬픔(장류진. 창비. 2019. 235쪽)
: 소름끼치도록 현실적인 단편들. 주위에서, 친구들에게서나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에서 흔히 보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비루한 현실을 굳이 문학 작품을 통해 보고 싶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꼭 읽어야 하나 싶은 작품들이 꽤 있었다. 물론 문학 속 현실이 마냥 아름답게 각색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문학은 당연히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기만 할 거라면 굳이 이 작가를 찾아 읽을 이유가 없다.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 작가만의 특색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비단 이 작가만을 두고 하는 비판도 아니다. 그래도 그 중 좋았던 건 「탐페레 공항」.


22. 813(모리스 르블랑, 바른번역. 코너스톤. 2015. 591쪽)
: 뤼팽 전집 4권. 유럽의 대부호 케셀바흐는 파리의 호텔에서 극도의 경계심을 가지고 머물고 있다. 자신이 지정한 사람 외에는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던 그는 기다리던 사람이 왔다는 전갈에 맞아들이지만 대신 아르센 뤼팽이 들어오고,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하라는 뤼팽의 협박에도 입을 열지 않던 그는 다음날 시체로 발견된다.

우리의 신사 뤼팽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믿었다. 다만 이 모든 흑막의 배후는 꽤 잘 감추어져 있었고, 중간에 의심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밝혀졌을 때 조금 놀랐다. 아니기를 바랐거든. 기암성 사건 이후에 4년이 지나긴 했지만 뤼팽은 참 여전히 금사빠구나 싶고, 유럽의 운명이 뤼팽 손 안에서 휘둘리는 것도 한편으로는 재밌지만 한편으로는 실소도 나오는 게, 다 커서 읽으니 이렇구나 싶기도 했다.


23. 릴리와 옥토퍼스(스티븐 롤리, 박경희 역. 이봄. 2020. 406쪽)
: 게이인 테드와 열 두 살 닥스훈트 릴리의 목요일은 귀여운 남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날이다. 여느 목요일처럼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테드의 눈에 릴리의 머리에서부터 발을 내려뜨린 옥토퍼스가 눈에 들어온다. 이 이야기는 릴리와의 이별 이야기이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릴리에게 들어간 옥토퍼스가 자신이 없는 사이에 스스로 떠나주길 바라면서 밖으로 돌고, 그러면서 옥토퍼스와 싸워 무찌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 심지어는 상어 튜브까지 사들이면서 - 하려 하고, 추억을 돌아보며 미리 애도하는 테드. 모든 장면들이 아팠던 건 아니다. 릴리와 테드의 사랑은 굳건하고 아름다웠고 테드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절대로 어떤 생명체도 키우지 않을 것이다. 나보다 평균 수명이 짧은 생명체라면 더욱더.


24. 수정마개(모리스 르블랑, 바른번역. 코너스톤. 2015. 328쪽)
: 뤼팽 전집 5권. 이제까지의 뤼팽 중 가장 허당미가 폭발한다. 시간적으로는 813 사건보다 먼저라고 작품 속 화자가 얘기하기는 한다. 부하 두 명이 설계한 대로 하의원 도브레크의 별장을 털던 뤼팽. 계획과는 달리 별장의 하인이 경찰에 신고를 하고 부하들 중 보슈레이가 하인을 죽여버린다. 체포의 위기 속에서 뤼팽은 부하들을 꼭 구해주겠노라 약속한 후 현장을 빠져나가 부하 둘이서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던 수정마개의 비밀을 조사하는 한편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렇게 잘 들키고 이렇게 악인에게 휘둘리는 뤼팽이라니. 덕분에 스토리는 꽤 쫄깃해졌다. 멍청한 경찰 외에는 모두 뤼팽의 변장을 꿰뚫어보고, 악인 도브레크는 늘 뤼팽보다 한 발 앞서며, 뤼팽이 원하는 한 여인은 그를 완전히 믿지는 못한다. 해피엔딩임을 믿었지만 읽는 내내 가슴이 뛰었다. 악인의 결말이 좀 허무하긴 했지만 역시나 재미있었다.

에디터가 말썽인건지, 개별로 올린 리뷰들 링크가 안 되네요...

덧글

  • 우람이 2020/09/03 00:11 # 답글

    와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고 제 친구들도 다 <탐페레 공항>이 제일 좋았다고 했는데 저는 <도움의 손길>이 가장 좋았어요. 이번 달에도 잘 읽었습니다 :)
  • 달을향한사다리 2020/09/09 13:49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일의 기쁨과 슬픔>을 칭찬하는 기사들을 정말 많이 봤는데, 언플인가 싶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도 분명 있을 테고 또 이런 부분이 어쩌면 책을 전혀 안 읽는 사람들을 문학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동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ㅎㅎㅎ 저는 다음번에는 이 작가를 스킵할 거 같긴 하지만요...ㅎㅎㅎ

    이번 달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 우람이 2020/09/15 20:53 #

    ㅎㅎㅎ 제 친구들이랑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면서 한국 문학을 자주 접하지 않던 신규 독자들이 많이 읽은 게 맞긴 맞나보더라고요. 저는 친구가 없지만 (..) 친구들의 이야기로는 주변에 평소에 독서가 취미가 아니었던 사람들도 많이 접했다고 해요. 저희끼리는 다음 작품을 꼭 챙겨 읽을 작가로 꼽지는 않더라도 다음 작품이나 장편이 궁금하기는 하다고 얘기 마무리했던 것 같아요. <- 사실 첫 댓글에 이런 내용 쓰다가 정리가 안 되어서 다 지웠는데 ㅎㅎㅎ 여튼.. 우윳빌깔 사다리님 사랑해요 사다리님 (급하지만 진심을 담아 마무리♥;;;)
  • 달을향한사다리 2020/09/15 10:52 #

    장류진 작가나 조남주 작가가 신규 독자 유입(?)에 도움이 된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쨌든 책 읽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기쁜 일이지만... 사실 저도 정리가 잘 안 되긴 합니다 ㅎㅎㅎ

    우윳빛깔이라고 불린 거 처음이에요, 꺄~ 감사합니당~저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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