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프레드릭 배크만

우리와 당신들 - 10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다산책방


어쩌면 너무 안일한 맘으로 집어들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베어타운 그 이후의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이건 따라가거나 빠져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견뎌야 하는 이야기일 거라고. 하지만 다행히 견뎌야 하는 시간은 너무 길지 않았다. 곧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었고, 곧 빠져들었다.

견뎌야 하는 이야기를 만들었던 원흉은 비겁하게도 도망쳐버렸고 베어타운은 다시 일어나야만 한다. 아, 이 마을을 어찌하면 좋을까. 이 세상의 모든 모습을 다 갖고 있으면서 이 세상에서 유일한 이 마을과 이 사람들을. 미라는 왜 페테르에게 자기에게도 자기만의 NHL이 있다는 걸 얘기하지 않는 걸까. 페테르는 왜 티무에게 자신이 한 협상은 팀을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말하지 않는 걸까. 이 이야기에서, 베어타운에서 원하는 걸 원하는 방식으로 얻어내는 건 리사르드 테오밖에 없다. 현실에서 정치인들이 그러하듯. 그래서 사켈이 좋았다. 감정을 밀쳐둘 줄 아는 사켈이. 난 아나와 마야와 레오에게 공감했지만 어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사켈은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빠져들었지만 견뎌야 했다. 결국 모든 좋은 이야기는 한가지 특징만을 지니지는 않는다. 마야는, 벤이는 이야기 속에서 뿐 아니라 이야기 밖에서도 여전히 견디고 있고 우리는 모두 마야이며 미라이고 벤이이며 아맛이다.

세상이 소설처럼 단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현실에 치였을 때 소설 속으로 도망치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곳에 베어타운은 아니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당장의 상황과 당장의 사람만 상대하면 되기에 이 이야기보다 단순하다. 내 입장만, 내 팀만 보면 되니까. 하지만 이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을 그의 입장에서 보고 그의 팀이 되게 한다. 그래서 힘들었다. 이 이야기의 모두는, 아니 세상의 모두는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견디고 있다. 심지어 리샤르드 테오조차도. 모든 선수가 그러하듯,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악마와 싸우고 있다. 그래도 견뎌야 할 지라도 이야기가 있는 현실은 견딜 수 있다. 이야기를 만들 줄 아는 이 작가가 다음 번엔 또 어떤 이야기로 날 울릴 지 기대된다.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9/07/31 16:22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oblivion.egloos.com/tb/417378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타인에게 말걸기 : 7월 독서.. at 2019/08/02 14:59

... 고 재밌기도 하다. 다만 읽은 후 뭔가가 묵직하게 남거나 하진 않는다. 적당히 낄낄거리면서 무게 잡을 줄 아는 작가의 스킬이 느껴지는 작품. 8. 우리와 당신들(프레드릭 배크만, 이은선 역. 다산책방. 2019. 619쪽) 9.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에릭 드 케르멜, 강현주 역. 뜨인돌. 2018. 341쪽) : 프랑스 작은 마을 위제의 중심 에르브 광장에 ... more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