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독서 목록

1.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엘레나 페란테, 김지우 역. 한길사. 2017. 624쪽)
: 나폴리 4부작 중 3권. 읽으면서 역시 잘 쓴 책이라고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이제 레누와 리나의 삶은 점점 멀어진다. 레누는 자신의 능력을 펼쳐나가고 리나는 나폴리에서 생활에 치여 퇴색해간다. 레누의 가족 모두는 2권 마지막에서 우연히 만난 레누의 첫사랑 니노와 친해지고, 리나는 당시 일하고 있던 햄 공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해 고발했다가 곤경에 처한다.

이번 권에서는 리나와 레누 모두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만큼 당시(60년대) 이탈리아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던 사회상이 잘 그려져 있다. 결국 개인적인 것이 사회적일 수 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두 여성의 이야기이다. 서로에게서 완전히 분리되지 못한, 서로 함께일 때 만큼은 자라지도 못한 어린 소녀들이 상처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이야기. 아무래도 화자가 레누이기에 리나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겠지만, 이건 평생 성숙하지 못했던 어린 마녀에 대한 보고서이다. 물론 레누 또한 그러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레누는 글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기는 한다. 그리고 리나에게서 벗어나 무엇인가가 되고 싶어한 자신을 알고 결심하고, 어른답게 슬퍼한다. 하지만... 조금 나아지는가 싶으면 다시 퇴보하는 레누를 보는 건 안타까움 이상의 감정이다.


2. 지도에서 사라진 나라들(도현신. 서해문집. 2019. 352쪽)
: 세계사상 큰 족적을 남겼든 그렇지 못했든, 사라진 나라들을 이야기한다. 재밌을 것 같아서 도서관 새 책 서고에서 얼른 집어오긴 했는데 이런 책들이 대게 그러하듯 전반적으로 단편적이어서 큰 정보를 얻진 못했다. 게다가 문장도 군더더기가 너무 많고 비문과 오타도 많아서 편집자명을 확인해 두었을 정도. 내용 또한 아무래도 망한 나라를 소개하는 책이므로 멸망 즈음의 전투에 관해 상세히 - 저자가 굉장히 신나하는 게 느껴질 정도로 - 서술했는데 난 기본적으로 전쟁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기에 원하는 정보는 적고 관심없는 얘기만 잔뜩 적혀 있었다. 난 각 나라의 풍습과 생활상, 종교 이야기가 알고 싶었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건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군대가 있던 다호메이 왕국. 다만 그 여전사들이 노예무역에만 능력을 발휘했던 것과 왕의 아내로 간주되었던 건 유감이다.


3.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엘레나 페란테, 김지우 역. 한길사. 2017. 680쪽)


4. 하버 스트리트(앤 클리브스, 유소영 역. 구픽. 2017. 400쪽)
: 형사 베라 스텐호프 시리즈. 이런 시리즈물을 접할 때마다 드는 의문인데, 왜 시리즈의 첫 권부터 번역출간하지 않는 걸까. 간보느라? 어쨌든 이 형사도 꽤나 매력있다. 큰 덩치에 어울리게 먹는 걸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부하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잘 이끄는 것도, 심지어 친구가 없는 것도 호감. 이 작품에선 베라의 부하 중 하나인 형사 조가 딸과 함께 전철을 타고 가다가 꽤 유복해 보이는 옷차림을 한 노파의 시신을 발견한다. 피해자가 하버 스트리트의 하숙집에서 살며 일을 거들었다는 걸 알고 조사를 이어가던 중 하버 스트리트에서 몸을 팔던 주정뱅이 여자도 살해당하는데...

막 긴박하거나 복잡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작가가 단서를 모두 오픈하지는 않고 조금씩 흘리는데 그게 막 답답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베라와 조 등 형사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놓치지 않는 것도 맘에 들었다. 큰 반전이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등장 인물들의 생활인으로서의 모습과 평범한 인생이 느껴져서 좋았다. 배경이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쓸쓸한 분위기도 감돌고. 이 시리즈 계속 읽어야겠다.


5. 기억의 제본사(브리짓 콜린스, 공민희 역. 청미래. 2019. 522쪽)
: 크게 앓고 난 후의 에밋. 예전만큼 농사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부모에게 짐이 되는게 미안한데 갑자기 집에 편지 한 통이 오고, 부모는 마을 외곽의 제본사에게 가서 도제가 되라고 한다. 책이라면 치를 떨며 손도 못 대게 하던 부모님이. 에밋은 제본사 노파 세레디스에게서 책 장정하는 일을 배우던 중 그녀를 방문한 귀족 루시안 다네이와 마주치고, 루시안이 자신을 경멸하는 걸 감지하고 불편해한다.

대부분의 책이 누군가의 기억을 봉인한 것이던 세상. '소설'이라는 게 출현하긴 했지만 가짜 이야기는 멸시당하는 세계관이 독특했고 또 정교했다. 하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이다. 하나의 기억을 공유하는 건 사랑의 여러 요소 중 하나이다. 물론 기억에 대한 해석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그런데 한쪽의 기억이 모조리 사라져버렸다면? 기억을 하는 쪽과 기억이 아예 없는 쪽, 어느 쪽이 더 아플까? 평탄(?)하게 에밋의 시점으로 흘러가던 이야기가 2부가 되며 루시안의 시점으로 바뀌고, 혹시 하던 생각이 문장으로 보여지던 순간 작가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혹시라는 생각이 확신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아가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작가의 능력을.

상당히 재밌었고 뒷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싶었다. 요즘 괜찮은 판타지를 계속 발견하고 있어서 좋다. 다만 교정은 유감.


6. 로야(다이앤 리. 나무옆의자. 2019. 288쪽)
: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좀 멀리할까 했는데 왠지 이 책은 좀 다를 것 같아서 집어들었다. 작가 소개를 먼저 읽고 읽어서인지 이 책 내용 전체가 다 그냥 작가의 이야기같다. 어느 한 부분도 픽션은 없을 것 같은. 화자는 여덟 살 딸과 남편과 함께 밴쿠버에서 살고 있다. 세 식구가 함께 클래식 공연을 보고 돌아오던 밤 교통사고가 나고, 몸의 고통을 치료하면서 자신의 마음도 들여다보게 된다.

추상적이고 수식어가 많은 멋부린 문장과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모습들을 묘사한 부분들에서 자꾸만 블로그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편하기도 했고 좀 이물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부럽기도 했고. 다행히 비문은 없었다. 책 전반의 분위기는 차분했고 조금은 쓸쓸하기까지 했는데, 아마도 작가는 누구나 자신만의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 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듯 하다. 하지만 뭐랄까, 누군가 읽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썼다기보다는 작가 자신의 치유를 위해 써내려간 느낌. 기존 국문학 소설들과는 결이 달라 매우 신선했지만 독자 개인적인 성향과 경험, 환경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듯한 소설이다. 그래도 난 이 작가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읽어볼 생각이다.


7. 리처드 3세(셰익스피어, 신정옥 역. 전예원. 1996. 207쪽)
: 자신의 어린 조카들마저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영국사의 악명 높은 리처드 3세가 왕위를 강탈하는 내용의 희곡. 다 아는 이야기이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단선적이며 스토리 진행이 빨라 수월하게 읽었다. 이 희곡이 처음 발표되던 당시에 만연해 있던 리처드 3세나 엘리자베스 등 등장인물들에 대한 대중적인 평가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듯 했고 그들의 대사에서 캐릭터의 생생함이 잘 드러나서 흥미로웠다. 여론조작, 이미지 세탁, 종교지도자들이 정치인과 야합하는 모습 등은 현대와 다를 바 없고. 다만 읽으면서 이 작품을 공연한다면 배우들이 대사 외우기가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8. 뷰티풀 보이(데이비드 셰프, 황소연 역. 시공사. 2019. 488쪽)


9. 레이디 캅 소동을 일으키다(에이미 스튜어트, 엄일녀 역. 문학동네. 2019. 364쪽)
: 먼저 읽은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의 후속작.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보안관보 콘스턴스 콥의 이야기이다. 전작은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이번 책에는 '콥 자매 시리즈'라는 부제가 붙은 걸 보니 콘스턴스 콥 외의 두 동생도 앞으로 꽤 활약을 하려는 모양이다. 전권에서 보안관보로 당당하게 우뚝 섰던 콘스턴스는 정식 임명 앞에서 '전례없음'의 벽에 부딪쳐 여성교도소 교도관으로 전직되고, 여전히 형사 역할에 목마른 그녀는 자신의 실수로 지키고 있던 죄수가 병원에서 달아나자 단독으로 단서를 찾으며 수사를 시작한다.

작품 중에도 나오지만 콘스턴스의 신분이 보안관보가 아니니만큼 아무래도 여성 탐정의 분위기를 띌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제약은 그녀의 내외부에서 그녀를 압박한다. 하지만 다들 짐작하다시피 이 이야기도 해피엔딩이고, 그녀의 무모함과 고집이 좀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다음 이야기도 기대된다.


10. 추락하는 새(예른 리르 호르스트, 이동윤 역. 엘릭시르. 2019. 420쪽)
: 노르웨이의 해안가 별장. 비수기에 접어든 이 곳에서 시신이 발견된다. 노련한 빌리암 비스팅 형사는 현장에 출동해 수사를 지휘하지만 귀가 중 괴한에게 얻어맞고 차를 뺏긴다. 비스팅은 차를 탈취해 간 사람이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짐작하고 수사를 하고, 곧 부검의가 경찰서로 보낸 시신이 사라진다.

재미가... 없었다. 지리적 배경이 노르웨이일 뿐, 기존 범죄 소설과 구분되는 독특함도 없었다. 그렇다고 북유럽 특유의 우울하고 습한 분위기가 강조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뭔가 이 소설만의 유니크함이 없다면 범죄소설을 읽을 때 기대하는 긴박함이라든가 반전 따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딱히. 최근 범죄의 현실을 반영하기는 했지만... 다만 주인공의 사연은 좀 궁금하기는 했다. 가족이 범죄의 피해자였던 걸 암시하는 내용 때문에. 그래도 다음 권은 안 읽을 것 같다.


11. 깃털 도둑(커크 월리스 존슨, 박선영 역. 흐름출판. 2019. 428쪽)


12. 워싱턴 스퀘어(헨리 제임스, 임정명 역. 책세상. 2007. 381쪽)


13. 나쁜 소녀의 짓궂음(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송병선 역. 문학동네. 2011. 548쪽)


14. 머리부터 천천히(박솔뫼. 문학과지성사. 2016. 255쪽)
: 홀수 챕터의 '나'는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병준의 이야기이고 짝수 챕터는 현실 속 우경의 이야기이다. 병준의 정신은 어딘가를 헤매고 우경은 중환자실 벽에 붙은 세계지도에서 병준의 위치를 보고 그 곳으로 간다.

병준의 이야기는 꿈 속. 병준도 그걸 알고 있다. 남의 꿈을 들여다보는 건 아주 재밌거나 아주 지루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대체로 후자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우경의 이야기가 지극히 현실적이거나 재밌지도 않았다. 꿈에도 평행우주가 있는 듯, 우경은 자신의 꿈 속에서 자꾸만 병준의 꿈으로 건너가고 싶어하지만, 난 그런 우경이 안타깝지도 공감되지도 않았다. 아마 내 독서 내공이 아직 부족한가보다. 그래도 문장은 아름다웠다.


15. 달콤한 노래(레일라 슬리마니, 방미경 역. 아르테. 2017. 300쪽)
: 완벽히 아이를 돌보던 보모가 두 아이를 살해했다. 보모도 자살을 기도했고, 이야기는 처음 아이의 어머니가 보모를 구하던 순간으로 돌아간다.

읽기 전엔 범죄 소설인 줄 알았는데, 심리 소설에 가깝다. 루이즈의 외로움은 머리로는 이해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이 만들어낸 망상의 시발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 그리스 여행이거나 그 전의 저녁 모임, 아니면 이후에 우편물을 폴이 받았을 때일 수도 있다. 다만 작가는 간결하게, 망상이 스스로 생겨나 루이즈의 머릿속으로 가볍게 뛰어들어 편안히 자리잡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가 묘사하는 루이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이 여자에게 동정심과 혐오감을 동시에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소설 속 다른 등장인물들처럼. 이 작가의 다음 작품, 얼른 읽어야겠다.


16. 오를라(기 드 모파상, 최정수 역. 생각의나무. 2007. 284쪽)
: 모파상의 기담 같은 단편들 모음. 현재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약하긴 하지만 공포스럽거나 환상적이고 기이한 분위기의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작가는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 속에 기술 발전이나 인간 관계, 기억, 삶의 의미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잘 버무려 놓아서 행간을 허투루 지나지 않게 한다. 가볍게 읽으려면 가볍게, 깊이 읽으려면 깊이 읽을 수 있는 단편집이다.


17.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손철주. 생각의나무. 2010. 395쪽)
: 미술계의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에피소드 모음집이랄까. 저자도 서문에서 깊이 있는 미술사 책은 아니라고 했고, 신문에 연재했던 컬럼을 엮은 것이니만큼 딱 그만한 무게감을 갖고 있다.


18. 루미너리스 1.2.(엘리너 캐턴, 김지원 역. 다산책방. 2016. 528쪽, 676쪽)


19. 거울 보는 남자(김경욱. 현대문학. 2018. 164쪽)
: 남편의 1주기. 무덤에 다녀오던 '나'는 지하철에서 남편과 닮은 남자를 보고 무작정 쫓아간다. 남편의 얼굴을 가진 사람. 결국 그와 마주하게 된 화자에게 그는 남편에 관해 묻기 시작한다.

처음엔 사별 이후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이건 진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남편은 제대로 웃지 않았구나. 눈은 그대로인채 입꼬리만 올려 웃던 남편. 잘 웃기는 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잘 웃어 보이는 사람'(42쪽). '웃어 보일 때는 모든 걸 다 품을 듯 하다가도 그렇지 않을 때는 온 세상에 등을 돌린 것 같은 사람. 어느 쪽이 진짜였을까'(42쪽). 화자가 얘기하는 '남편이라는 책의 왼쪽 페이지'(95쪽)를 화자보다 먼저 알아챘다고 생각했지만 진실은 내가 아는 그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반전일 수도 있고 어쩌면 클리셰일 수도 있는 이야기. 이게 이 작가의 필력이고 매력이다.

돌려주지 않는다고 내 것이 될 수는 없다.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9/07/03 12:21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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