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 10점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한길사


전권의 사회적인 이야기에서 이제 다시 개인적인 이야기로 비중이 옮겨간다. 레누는 다시 한 번 작가로서 날아오르고, 리나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 여전히 내게는 리나의 행태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건 레누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으로서의 그녀는 왜 이리 나약한가.

리나와 레누는 평생 자라지 못하는 걸까? 망할 놈의 니노 때문이라고 내내 짜증냈지만 니노를 받아들인 건 레누이고 니노처럼 레누도 사춘기시절 그를 짝사랑하던 시절에서 조금도 성장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 잘 쓴 책이다. 1권에서 처음 일어난 사건이 4권에서 재현된다. 그 전에도 언급은 있었지만 633쪽에 이르러서야 다시 등장해 확실히 재조명된 그 에피소드를 읽으며 경탄했다. 나도 역자처럼 1권을 다시 읽어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1권부터 모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터라...

결말은, 읽는 동안에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고 예측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정말 만족스러웠다. 내내 레누의 목소리만 들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마무리야말로 제대로라고, 이제야 모두 제 자리를 찾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 마지막 소포 속 물건들까지도. 제목의 잃어버린 아이는 정말 잃어버린 그 아이이기도 하지만 리나와 레누 안의 자라지 못했던 어린 여자아이이면서 또 어린 시절의 그 물건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어쩌면 리나와 레누야말로 진짜 하나의 영혼을 가졌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소울'메이트'라기보다는 플라톤이 말한 것처럼 정말 하나의 영혼이 둘로 갈라져서 한쪽은 리나에게 나머지는 레누에게 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오랜 기간 서로를 놓지 못하고 끊임없이 부러워하고 시샘하고 상처 주고 애틋해하며 사랑하고 미워했는지도. 그리고 이제야 둘로 갈라진 별개의 영혼은 각자의 몫임을 받아들이게 된 건지도.

4권을 읽으며 나 또한 기진맥진해졌다. 리나의 실종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독서는 곧 끊임없이 이 이야기가 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님을 상기해야 하도록 깊어졌다. 이 책 속의 수많은 에피소드와 등장인물들과 사회역사적 상황이 지금 여기의 나와는 어떤 공통점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난 중간중간 책장을 덮고 깊은 숨을 내쉬며 나와 레누는 다르다고 나 자신에게 얘기해야 했다. 그만큼 이 책에서 화자의 목소리는 짙었고 문장은 강했다.

우리는 모두 평생 자라지 못하는 걸까? 아니, 레누는 이제야 자랄 수 있겠지. 그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았고 레누 또한 마지막 문장에서 그렇게 얘기했으므로. 리나를 잃었으므로. 우리는, 과연 언제 어떤 상황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성장을 시작할 수 있는 걸까?

이제 나도 내 안의 아이를 잃어버려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9/07/02 12:16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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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군대가 있던 다호메이 왕국. 다만 그 여전사들이 노예무역에만 능력을 발휘했던 것과 왕의 아내로 간주되었던 건 유감이다. 3.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엘레나 페란테, 김지우 역. 한길사. 2017. 680쪽) 4. 하버 스트리트(앤 클리브스, 유소영 역. 구픽. 2017. 400쪽) : 형사 베라 스텐호프 시리즈. 이런 시리즈물을 접할 때마다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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