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녀의 짓궂음』,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나쁜 소녀의 짓궂음 - 10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문학동네


유감스럽게도, 화자 리카르도에게만 특히 더 나빴던, 팜므 파탈의 방황 이야기이다. 페루 리마의 중산층 동네에 칠레 출신이라는 소녀 릴리가 이사 온다. 리카르도는 한눈에 그녀에게 반하지만, 그녀는 거짓말이 드러나고 갑자기 사라진다. 대학 졸업 후 파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리카르도는 페루 혁명을 위해 게릴라를 모집하는 친구를 통해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된다.

어쩌면 클리셰일 수도 있다. 리카르도도 얘기했듯 그녀 인생에서 유일하게 안정된 존재였던 그에게 주기적으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처를 주고 사라지는 팜므 파탈. 여러 남자를 울리는 듯 하지만 정작 그녀 또한 편하고 즐거운 인생을 산 건 아니었다. 착한 소년 리카르도가 끊임없이 그녀를 받아들이고 품는 건 그걸 알기 때문이었을까.

그녀가 사라질 때마다 그녀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수척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를 안으며 달콤한 말을 속삭이는 리카르도가 답답하긴 했지만 많이 화가 나진 않았다. 난 내가 리카르도라는 걸 알고 있고, 내 인생에서 유일했던 나쁜 남자를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나, 인생의 사랑이 어떤지. 그건 사람에 대한 게 아니다. 사랑 자체에 대한 거지.

단선적인 스토리에 저자 특유의 색은 좀 옅지만 그래서 더 애틋하고 아름다웠던 이야기였다. 어쩌면 나쁜 소녀의 마지막은 저자가 그녀에게 내린 형벌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책장을 덮고 누운 잠자리에서 들었고, 문득 내 인생의 나쁜 남자의 현재가 궁금했다.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9/07/02 09:45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핑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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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 존슨, 박선영 역. 흐름출판. 2019. 428쪽) 12. 워싱턴 스퀘어(헨리 제임스, 임정명 역. 책세상. 2007. 381쪽) 13. 나쁜 소녀의 짓궂음(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송병선 역. 문학동네. 2011. 548쪽) 14. 머리부터 천천히(박솔뫼. 문학과지성사. 2016. 255쪽) : 홀수 챕터의 '나'는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병준의 이야기이고 짝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