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깃털 도둑 - 10점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흐름출판


10년 전 영국 자연사박물관에서 소장중이던 새 표본 299마리를 훔친 희대의 도둑 이야기.프롤로그부터 욕이 나왔다. 미친놈. 플라이 낚시의 미끼인 플라이 타잉을 만들기 위해서 플루티스트 에드윈 리스트가 벌인 일이었다. 읽는 내내 뒷골 땡겨서 정말이지... 야스퍼거 증후군으로 감형 받았을 땐 짜증났고 플라이타이어들 반응에는 게거품 물 뻔. 마치 소시오패스 집단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에드윈의 진실이 점점 드러나고 롱 응우옌이 등장하자 책을 때때로 덮고 숨을 골라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저자가 잘 정리했다. 저자도 나만큼 열받은 상태라는 게 위안이 됐다.

내가 다니는 도서관에는 이 책이 소설로 분류되어 있었지만 이 책은 에세이 혹은 르포르타쥬에 가깝다. 지식 대 탐욕의 역사. 앞부분에 소개되는 엘프레드 월리스는 순수하게 지식을 탐구한 역사적 인물의 아이콘이다. 다윈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이론을 정립했지만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개의치 않고 그저 계속 연구할 수 있음을 행복해 했던. 19세기에 유행한 깃털 모자는 엘프레드 월리스와 정반대의 탐욕의 아이콘이다. 물론 희귀한 깃털로 플라이 타잉을 만들어야 진짜 예술이 된다고 생각하는 미친 플라이타이어들도. 진짜 이들의 자기합리화에 어이가 없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나보다 나쁜 놈이 있다고 해서 나도 나쁜 짓을 해도 되는 건 아니라고!

박물학적 지식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인류의 과거이며 역사이다. 과거를 보며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건 어린애도 동의할 것이다. 훔친 새 표본은 역사의 일부이다. 목적을 위해 수단 따위는 가리지 않는 미치광이들이 망쳐놓은 역사. 그래도 지켜야 할 원칙을 사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19세기 깃털 유행을 저지한 사람들, 없어진 표본을 회수하려 노력한 저자, 그리고 늦게라도 깨달은 응우옌 같은 사람들.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9/07/01 15:39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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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타인에게 말걸기 : 6월 독서.. at 2019/07/03 12:21

... ... 다만 주인공의 사연은 좀 궁금하기는 했다. 가족이 범죄의 피해자였던 걸 암시하는 내용 때문에. 그래도 다음 권은 안 읽을 것 같다. 11. 깃털 도둑(커크 월리스 존슨, 박선영 역. 흐름출판. 2019. 428쪽) 12. 워싱턴 스퀘어(헨리 제임스, 임정명 역. 책세상. 2007. 381쪽) 13. 나쁜 소녀의 짓궂음(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송병선 역 ... more

Commented by 이요 at 2019/07/01 16:15
이거 윤고은 작가가 추천해서 리스트에 넣어뒀는데, 두꺼워서 차일피일 빌리기를 미루고 있는 중입니다. 내용보니 휙휙 잘 나갈 것 같기는 한데...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9/07/02 09:51
아, 이거 안 두꺼운데... 428페이지 밖에 안 되요^^ 아마 앞뒤에 화보(?)가 들어가 있어서 두꺼워보였을 듯... 내용도 말씀하신 대로 휙휙 잘 넘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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