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세컨드라이프』, 윤효

그의 세컨드라이프 - 10점
윤효 지음/자음과모음


허공에 지어진 가짜 집/ 가짜 가족 안에서 버둥대는 사람들의 이야기. 가족의 붕괴야 늘 이야기되어지는 흔한 소재이지만, 이 작가의 이야기는 늘 뭔가 독특한 울림을 준다. 처음에는 주인공들이 미묘하게 반감이 들게 하는 게 내 기분 탓 -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주말에 좀 심통 나는 일이 있었다 - 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어쩌면 그게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작가는 이들에게 연민을 가져주기를 바랐을 지 모르지만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일지도.

어려서 엄마에게 버림받고 아이를 갖지 못하는 헛헛함을 완벽한 홈 데코레이션으로 채우려거나 (<북유럽풍의 꽃무늬 접시>), 월세 낼 능력도 없으면서 완벽한 집에 살고자 하는 것(<당신은 이곳에 살지 않는다>), 현실을 타개하려 하기 보다는 도망치는(표제작) 등의 모습이 현실에서도 너무 흔하기에. 하지만 책을 계속 읽어나가면서 그들에게 그렇게라도 도망칠 구멍이 있다는 게, 사이버 세계일지언정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게(표제작), 내 거짓말을 모른 척 해주는 혹은 내가 모른 척 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아리의 케이크>), 이혼이라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게(<눈이 어둠에 익을 때>)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 느꼈다. 이만큼의 삶이나마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마지막 동아줄. 그것이 썩은 건지 온전한 건지는 잡아당겨보아야 알리라.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7/02/02 16:56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핑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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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와의 이야기는 나를 울렸다. 내가 '나쁘지 않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를 이야기한 방식 때문. 8. 그의 세컨드라이프(윤효. 자음과모음. 2016. 256쪽) 9. 에이미와 이저벨(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정연희 역. 문학동네. 2016. 546쪽) : 작은 마을 셜리풀스. 이제 막 유례없는 더위가 시작되고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