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의 연인들 - ![]() 김선우 지음/민음사 |
물은 생명이다. 갓 태어난 인간의 몸 70%는 물이라고 한다. 이 비율은 나이가 들수록 적어진다. 결국 산다는 건 몸 안의 물을 쓰는 것이고 죽는다는 건 몸안의 물이 모두 없어지는 것이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전경린의 <유리로 만든 배>에서 왜 그녀가 몸 안의 수분을 모두 말려버리고 싶어했는지. 난 그 때 그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어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보로를 피우고 하겐다즈를 먹는 건 자신의 욕망을 감추지 않는 거라고, 그러니까 살고 싶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는 있는 거라고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전경린의 그녀와 달리 이 책의 수린은, 그럴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물이 상하면서 그녀의 몸도 함께 상해가니까. 물이 죽어가며 그녀 또한 함께 죽어간다. 채 피어나보지도 못한 열 일곱의 몸은 와이강과 함께 말라간다.
처음에는 그저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엄마가 출소를 앞두고 옥 중에서 자살하고, 유경은 와이강에 엄마의 뼛가루를 뿌린 후 한 줌의 나머지 뼛가루를 품은 채 북유럽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그. 그와 한국에 잠시 머물던 기억이 남아 있는 이 아파트는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는 동안에도 처분하지 못했고 유경은 다시 이 곳에 돌아왔다. 아무리 기를 쓰고 기억을 더듬어봐도 그의 이름은 떠오르지 않고, 그의 죽음도 믿지 못하겠다. 그리고 갑자기 유리병에 든 와이강의 물이 배달되어 온다.
유경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기에, 나 또한 그의 이름을 알고 싶었다. 이름 없이 하는 사랑은 없으므로. 이름이 없다면 이름을 주는 게 사랑의 시작이 아닌가. 그런데 그 이름을 잊었다면, 사랑도 잊힌 걸까? 이름을 잊으면 사랑이 있었다는 것도 증명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걸까? 왜 유경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이름을 잊은 걸까? 다른 모든 건 온 몸에 새겨져있는데 이름만은 왜? 이름을 잊으면서 죽음도 잊고 싶었던 걸까?
그런데 이름보다, 사랑보다 먼저인 생명의 이야기가 이 모든 질문들을 덮어버린다. 살아야 하는데, 살려고 하는데 그걸 못하게 하는 권력. 결국 맥을 끊고 삶을 끊어내는 건 사람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죽어가는 것도 사람이지.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이름도, 사랑도, 아픔도. 하지만 말해도 모르는, 못 알아듣는 건 어떡해야 하나. 지금도 어딘가에서 죽어갈 수린이들 때문에 난 책을 덮은 뒤에도 한참 동안 아팠다.





덧글
저번에 언급하신, 이름에 관한 내용이 이 책이었군요.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아, 이 책 읽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