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독서 목록

1. 베를린 대왕(호어스트 에버스, 문항심 역. 은행나무. 2013. 416쪽)
: 베를린의 진짜 주인은 누굴까? 쥐떼? 혹은 쥐떼를 컨트롤 하는 그 사람? 아니면 맘마? 시골 출신 경감 라너는 베를린에 부임하자마자 첫 사건을 맡는데, 놀이터 모래 밑에 누워있던 벌거벗은 사내 시체의 사건 따위보다는 베를린 최고의 해충박멸업체 사장의 죽음에 더 관심을 가진게 된다.

스릴러 치고는 좀 산만했지만 저자 특유의 블랙 코미디는 살아 있었다. 다만 전작들이 더 내 취향에 맞을 뿐. 그래도 이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는 걸 멈추지는 않을 것 같다.


2. 어디로 갈까요(김서령. 현대문학. 2012. 310쪽)


3. 행복한 그림자의 춤(앨리스 먼로, 곽명한 역. 뿔. 2010. 414쪽)
: 딱 앨리스 먼로 다운 단편들. 삶은 늘 이런 거지, 얘기해주는 이야기. 삶은 늘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러므로 그럭저럭 살만 하겠지.


4. 요루와 휘린의 완벽한 결혼(김문숙. 북인. 2010. 232쪽)
: 각자의 이익을 위해 이합집산하는 사람들. 요루와 휘린의 결혼이 완벽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의 바람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고(표제작), 외계인과 완지의 결론도 각자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환상의 바이킹>). 남자와 여자가 각자의 길을 간 건 그들이 원하는 바가 달랐기 때문이고(<너에게 늘 모자란 것>), 클럽 이드에 모이는 사람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뿐(<클럽 이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용면에서 완전히 특이한 건 없을지라도, 결론이 심심했어도 맘에 들었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건 가장 맘 아픈 결론을 가진 <리오>.


5. 우체국(찰스 부코스키, 박현주 역. 열린책들. 2012. 256쪽)
: 부코스키가 이렇게 재밌다고 왜 그 동안 아무도 얘기 안 해준건지! 진짜진짜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다.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다 우체국에 취직해서 어찌어찌 12년을 버틴 치나스키의 이야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홀린 느낌. 도서 정가제 전에 왜 이 작가 책을 쟁이지 않았는지 땅을 치며 후회했다.


6. 날짜변경선(전삼혜. 문학동네. 2011. 232쪽)
: 딱히 대학에 가겠다는 목적도 없이 그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전국 백일장에 찾아다니는 현수.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지지해주지 않는 활동 때문에 외로움을 느낀 현수는 백일장 정보 카페 '날짜변경선'에 같이 점심 먹을 사람을 구하는 글을 올리고, '이한솔'이라는 여고생을 만난다.

꽤 재미있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 어정쩡한 고등학생의 맘도 공감됐고. 작가의 문장력도 나쁘지 않았다. 이 작가 찜.


7. 알타이 이야기(양민종. 정신세계사. 2003. 370쪽)


8. 하우 투 비 굿(닉 혼비, 김선형 역. 문학사상사. 2013. 404쪽)
: 평범하게 살면서 좋은 사람일 수는 없는 걸까? 그냥 내 생활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만 착한 일을 하면서 살면, 좋은 사람이 아닌걸까? 나 하나의 작은 변화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이 될 수는 있지만, 꼭 그렇게 내가 내 눈길이 닿는 모든 범위의 세상을 구원해야만 하는 걸까?

의사이자 집안의 실질적 가장 노릇을 하는 케이티는 어느 날 마트 주차장에서 '이렇게 살 수는 없어'라는 생각에 남편에게 전화로 이혼하자고 얘기하고, 남편은 아픈 허리를 치료하러 대안 치료사 굿뉴스에게 다녀온 뒤 갑자기 좋은 사람이 되겠다며 그와 함께 사회 운동을 시작한다.

읽는 동안 남편의 행태에 뒷골이 땡겨서 혼났다. 노숙자 아이들을 거두는 건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였지만, 세상을 나 혼자 구원할 수는 없는 거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나 혼자 옳다는 생각은 아무리 그 목적이 선하다고 해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 닉 혼비는 처음인데 진짜 재미있었다.


9. 아무도 보지 못한 숲(조해진. 민음사. 2013. 168쪽)


10. 페스의 집(수전나 클라크, 서동춘 역. 북노마드. 2009. 415쪽)
: 모로코 페스에 여행갔다가 충동적으로 이 곳에서 일 년의 절반을 살기로 결심하고 집을 구입해서 모로코 전통 양식으로 수리를 하는 과정을 쓴 에세이. 모로코의 관료주의와 이슬람 국가라는 특수성, 외국인이기에 당할 수 밖에 없는 사기, 그리고 가난하지만 밝고 긍정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산만하지만 꽤 재미있었다.


11. 터틀넥 스웨터(홍명진. 삶이보이는창. 2011. 272쪽)
: 왜 국내 소설들은 이렇게 소재가 겹치는지. 삶의 무게를 견디는 서민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작가만의 특별함은 찾기 힘들다. 하나같이 신산한 삶을 묵묵히 견디는데, 기존 다른 작가들의 단편집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들이다. 문장도 평이하고. 그래도 표제작은 나쁘지 않았다.


12. 도둑들의 도시(데이비드 베니오프, 김이선 역. 민음사. 2009. 400쪽)
: 1942년 레닌그라드. 독일군의 포위가 길어지고 도시 내에서는 더 이상 먹을 게 없어서 폭격 당한 식료품 창고 아래의 흙마저 시장에서 거래된다.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면 인육으로 도살당하기 딱 좋은 이 황량한 도시에서 국가의 재산이 될 수 있는 독일군 포로의 물품을 훔치는 건 즉결 심판에 처할 수도 있는 중죄. 열 일곱 살 레프는 하늘에서 낙하산을 달고 떨어진 독일군 시신을 뒤졌다가 붙잡히고, 감옥에서 탈영병 콜야를 만난다. 이들은 딸의 결혼식을 앞둔 대령에게 불려가 일주일 안에 계란 열두개를 구해오면 사면받기로 하는데...

전쟁이라는 배경과 달걀을 구하는 여정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은 쉽게 짐작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숱하게 읽어 온 전쟁 중의 빈곤, 추위와 헐벗음, 우정, 용기, 성장의 이야기들 그 어떤 것과 비교해 봐도 이 책은 전혀 모자라거나 부족하지 않다. 능글능글 수완 좋은 콜야도, 어리숙한 듯 강단 있는 레프도 단순히 이렇게만 이야기할 수 없게 변화하고 성장한다. 결론을 읽은 후엔 내가 이 결론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 그만큼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 이 여정에서 누군가를 얻은 건 레프만은 아닐 것이다.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5/03/03 17:29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이요 at 2015/03/03 18:12
닉 혼비가 처음이라니 부럽! 저는 더 읽을 닉 혼비 소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페스의 집'은 몇년 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아직도 안읽은 여행기.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5/03/05 17:45
닉 혼비는 하도 명성이 자자해서 괜히 안 읽고 있었는데 그게 후회되더라구요ㅋㅋㅋ 다 재밌나요? 기대되요^^ <페스의 집>은 여행기라기 보다는 그냥 집 고치는 이야기에요ㅋㅋㅋ
Commented by 춤추는 나무 at 2015/03/11 06:36
우와 이번달엔 찜해놓고 싶은 책들이 잔뜩. 마침 뚜리 학교가 바로 도서관 옆인데, 오며가며 빌려 읽어야겠어요~><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5/03/11 16:46
오~ 뚜리 학교 옆에 도서관이! 좋네요^^ 저도 요즘 도서관 열심히 다니는데, 그러다보니 책 연체 안 시키려고 더 열심히 읽게 되더라구요. 그러기엔 좀 부끄러운 목록이긴 하지만요^^;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