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티드리버에서의 마지막 밤』 - 존 어빙

트위스티드리버에서의 마지막 밤 1 - 10점
존 어빙 지음, 하윤숙 옮김/올(사피엔스21)


모든 이야기는 마법을 품고 있다. 그리고 삶이 계속되는 한 이야기 또한 이어진다.

가장 가여운 건 살아남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살아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하지만 난 늘 죽은 사람들을 위해 눈물을 흘렸고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나 많은 죽음이 있는 이 소설은 시작부터 소년의 죽음이 이야기된다.

캐나다 소년 엔젤이 통나무 아래로 떠내려갔을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저 작가가 해주는 이야기에 홀려 정신 없이 따라가다 맞닥뜨리는 죽음은 정말이지 샬럿 섬에 몰아치는 눈보라가 만들어낸 토네이도처럼 심장을 순식간에 치고 지나갔다. 마치 소년이 휘두른 20cm 프라이팬에 맞은 게 나인 것처럼.

이 모든 죽음의 시작은 역시나 하나의 이야기였다. 아름다운 아내와 주방에서 야식을 먹고 있을 때 쳐들어온 곰의 눈 사이를 20cm 프라이팬으로 후려쳐 쫓아버린 작은 체구의 용감한 사내 이야기. 그 이야기만 아니었더라면 배시아갈루포 부자가 트위스티드 리버를 떠나는 일도, 카우보이를 피해 이름을 바꾸고 도망을 다니는 일도 없었을 텐데. 하지만 이 작은 전설 같은 이야기가, 그리고 그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이전과 이후의 도시도 춤이 결국 다니엘의 인생을 만들었고, 요리사와 케첨의 삶을 이루었다.

이 책에는 이 작은 전설을 시작으로 수많은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있다. 모두 각각의 마법을 품고서. 이 작가의 전작 『일년 동안의 과부』가 많이 떠오르는 이 소설은 그러나 『일년 동안의 과부』가 미쳐 보여주지 않은 작가 자신이 더 많이 드러나 있는 듯도 하다. 정작 작가는 소설 속 작가 다니엘의 자전적 이야기에 관심 갖는 언론과 독자를 향해 “실제 삶의 이야기는 소설 속 삶에 비해 결코 완전하지도 않고 완성된 형태를 띠지도 않기 때문에 소설 작가의 일이란 사실상 이야기 전체를 상상하는 것(170쪽)” 이라고 얘기하지만.

내가 읽은 이 작가의 작품들 중 가장 아름답고 매혹적인 이 이야기는 그러므로 가장 강력한 마법을 품고 있는 듯 하다. 바로 대니로 하여금,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소중한 것을 너무 많이 잃었지만 (중략) 그의 삶에서 멋진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느(441쪽)”낄 수 있게 하는 마법 말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정말 놀라운 존재라는 것, 또한 이야기는 결코 멈추는 법이 없(441쪽)”다는 마법.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4/12/30 17:07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Linked at 타인에게 말걸기 : 11월의 .. at 2014/12/31 15:44

... 1. 트위스티드 리버에서의 마지막 밤 1,2(존 어빙, 하윤숙 역.올. 2012. 440쪽,448쪽) 2. 탐정 레이디 조지애나(라이스 보엔, 김명신 역. 문학동네. 2012. 360쪽) : 1932년 영국. 공작의 딸 레이디 조 ... more

Commented by 취한배 at 2015/01/01 15:56
(존 어빙 중 저는 가장 질렸다고 썼던 것 같은데;) 사다리 님은 가장 아름답다고 하시는 이 리뷰를 보니 다시 좋아지려고 해요.ㅜㅜ 존 어빙, 이야기꾼. 신작이 나오면 틀림없이 우린 다시 만날 듯, 그지요?ㅋㅋㅋ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5/01/02 17:05
네, 취한배님의 포스팅도 읽었어용^^ 전 오랫만에 어빙을 읽어서 그런지 진짜 좋았어요^^ 신작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출간 안 된 옛날 작품들도 빨리 번역출간해줬으면 좋겠구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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