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독서 목록 Yujin's Book Story

1. 트위스티드 리버에서의 마지막 밤 1,2(존 어빙, 하윤숙 역.올. 2012. 440쪽,448쪽)


2. 탐정 레이디 조지애나(라이스 보엔, 김명신 역. 문학동네. 2012. 360쪽)
: 1932년 영국. 공작의 딸 레이디 조지애나는 유산은 커녕 당장 쓸 용돈조차 받을 수 없는 스물 한 살의 명목뿐인 귀족이다. 신분에 걸맞게 살기 위해서는 왕실에서 추진하는 물고기 닮은 루마니아 왕자와 결혼하는 방법 뿐. 추운 아일랜드 영지에서 무작정 런던으로 온 조지는 돈을 벌기 위해 신분을 숨긴 채 하녀 일을 시작하고,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니 욕조에 시체가 있다.

줄거리를 정리해 보니 유치하지만 나름 재밌게 읽었다. 긴장감도 있고. 물론 범인은 예측 못했고. 전체적으로 발랄하고 유쾌했다. 머리 아프고 우울한 일이 많아 기분전환을 위해 집어들었는데 큰 도움이 됐다.


3. 밤의 도서관(알베르토 망구엘, 강주헌 역. 세종서적. 2011. 384쪽)
: 처음에는 망구엘의 개인 도서관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책인줄 알고 구경이나 하자는 맘으로 집어들었는데, 내용이 생각보다 진지하고 학술적이었다. 각 장들의 제목 중 '형상(6장)', '우연(7장)','망각(12장)' 등 일면 추상적이고 환상적인 면이 있으나 꽤 구체적인 숫자와 예시들로 역사 속의 도서관과 삶에서의 도서관, 구원으로서의 도서관을 얘기한다. 에세이보다는 학술적이지만 학술서보다는 부드럽고 진했던, 책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도서관 이야기가 정말 좋았다.


4. 프랑스식 세탁소(정미경. 창비. 2013. 285쪽)
: 작가는 자신이 쓴 소설들을 되짚어 보며 "하나같이 아프고 어둡고 쓸쓸하고 막막하고도 불안하다(작가의 말)"고 했지만 내게 이 소설들 속 인물들은 그저 지금 바로 거리에 나가도 마주칠 수 있는 흔한 도시인들일 뿐이었다. "이 도시에서 시시포스 아닌 인간이 있(9쪽)"(<남쪽 절>)냐고 작가도 얘기했듯. 읽는 내내 타인인 듯 타인 아닌 타인 같은 인물들의 생각은 읽지 않아도 알겠어서 딱히 크게 재미있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초반 서너 페이지를 읽고 나면 판사인 강이 어떤 판결을 내릴 지 알 것 같았고(<파견근무>) 첫머리에서 주인공이 파르라니 머리를 깎은 남자친구를 보며 행복하냐 물으면 이 단편이 어찌 끝날 지 알 것 같았다(<타인의 삶>). 표제작은 좀 의외의 분위기였지만 '나'가 앞으로 어떻게 살 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건 <울게 놔두세요>.


5. 낙원의 이편(F. 스콧 피츠제럴드, 이화연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11. 441쪽)
: 피츠제럴드의 첫 소설이라는데, 그래서 구성이 고르지 않고 - 희곡 형식이 튀어나오거나 갑자기 편지글로 챕터 하나를 때우거나 - 미숙하다고는 하지만 난 꽤 재미있게 읽었다. 유복한 집안의 에이머리 블레인의 사춘기와 대학 시기, 그리고 그 이후의 방황기를 그린 작품이다. 에이머리의 사랑, 젊은이다운 오만과 현학적이면서도 허세스러운 생각들이 꽤 솔직하게 드러난 것도 좋았지만 내가 가장 감탄했던 건 풍광에 대한 묘사. 프린스턴의 기숙사에 어둠이 내리는 장면(94쪽)이라든지 캠퍼스의 밤안개(110쪽), 말을 타고 언덕에 오르다 구름 사이의 달을 보고 느낀 선득함(337쪽) 등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아름다운 문장들이었다. 역시 피츠제럴드.


6. 영란(공선옥. 뿔(웅진). 2010. 272쪽)
: 나쁘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던 사랑 얘기. 처음에는 주인공이 너무 나 같아서, 내 미운 면만 모아 놓은 것 같아서 불편한건가 싶었는데 읽다보니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사고로 아들을 잃고 남편마저 따라간 뒤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게 된 주인공은 생전에 남편이 하던 출판사에서 미지급된 인세가 있다는 걸 알고 남편 선배의 친구인 소설가 정섭에게 전화를 걸고, 그와의 만남 끝에 목포까지 내려오게 된다. 이후 목포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남도의 진한 삶들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삶들이, 하나같이 짠내나고 울컥한 삶들이긴 한데, 새롭지가 않았다. 흔하다면 흔하달 수 있는, 남도의 인생들을 언급할 때면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 그래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읽었던 것 같다.


7. 이와 손톱(빌 벨린저, 최내현 역. 북스피어. 2008. 287쪽)
: 뒷표지에 '더이상 새로운 미스터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권한다'는 도발적인 문구는 요즘처럼 장르 문학과 드라마, 영화가 난무하는 시대에 기대치를 너무 많이 올려 준다는 점에서 좀 에러같지만,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50년대를 생각하면 맞는 말이지 싶다. 살인자에게 복수하고 살해당한 마술사 루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는 법정신들은 그 시절을 감안하고 읽으면 - 내가 그 시절의 배심원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 꽤 흥미진진할 수 있지만 사실 그러기에는 너무 알려진 것들이 많지 싶다. 유전자 검사 한 번이면 끝날 공방을 시시콜콜 주고받는 건 아무래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얘기했듯 쓰여진 시대를 감안한다면, 아니 그걸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 얘기는 꽤 재미있다. 사랑하는 아내가 숨기고 있던 비밀과 그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의 사건이 이야기 되기 전에 루의 배경 설명이 충분히 이야기되는 것이 특히 좋았다.


8. 꾼(이화영. 뿔(웅진). 2010. 344쪽)
: 조선 정조 때 이야기꾼 김흑의 이야기. 그가 하는 이야기와 이야기를 핍박했던 정조의 이야기, 그리고 김흑의 삶과 사랑 이야기가 엮어진다.

사실 읽으면서는 난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와 맞지 않는걸까, 혹은 역사 소설과? 하는 생각을 했다. 책 뒤의 작품 해설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후자인 듯. 역사적 사실이나 그 와중에 알려진 소소한 야사는 재미있는데 그걸 이렇게 소설로 풀어낸 건 아무래도 좀 경계심이 든다. 그럼에도 "세상의 이야기가 시시한 우리를 구원한다"(109쪽)는 말은 그 때에도 지금에도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9. 비너스에게(권하은. 자음과모음. 2010. 288쪽)

덧글

  • 이요 2014/12/02 17:45 #

    저도 공선옥의 소설은 좀... 학교 다닐 땐가 졸업하고 나서인가 한권 읽어보고는 더 이상 안읽어요.
  • 달을향한사다리 2014/12/03 15:33 #

    전 어릴 땐 그런 친숙함이 좋았는데 이제는 그만 읽어야 하나 싶어요...
  • 취한배 2014/12/03 01:47 #

    11월 목록은 더 반갑네요, 저와 2개나 겹쳐서 무척 좋아요, 사다리 님.ㅎㅎ <트위스티드 리버> 리뷰도 기대되고요.
  • 달을향한사다리 2014/12/03 15:37 #

    2개나 겹쳤어요? 우왕~ ㅋㅋㅋ <트위스티드 리버> 진짜 좋았어요. 늘 느끼는 거지만 제 글솜씨가 부족해서 책이 덜 빛날까봐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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