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노마드』, 은승완

도서관 노마드 - 8점
은승완 지음/문학사상사


현실과 타협해버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버릴 수는 없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꿈 언저리에서 맴도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기만의 글을 쓰고자 했던 사람은 그저 남의 이야기나 대신 읊어주는 대필작가로 살거나(표제작, 「악행의 자서전」) 모든 야망을 접어버린 채 택시를 몰거나(「뇌비게이션」) 정수기 판매원을 상대로 강연하는(「텔레토킹」) 일로 생계를 꾸리고,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가 꿈이었던 사람도 생활고에 장비를 모두 팔고 여행 잡지에 고정 꼭지 하나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역광」). 이들은 모두 삶을 버티기 위해 심지를 하나씩 잡고 있지만 – 오래된 차이거나(「당신의 트라비」) 텔레파시로 나누는 대화(「텔레토킹」)하기 혹은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하기(「뇌비게이션」) – 초라하고 공허할 뿐.

어차피
산다는 건 별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꿈 같은 것, 손아귀로 물을 움켜쥐는 행위 같은 것이다. 애초에 물은 움켜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손으로 움켜쥐려 해도 단지 차가운 감촉으로만 남는다. 삶에 새겨지는 추억과 상처들은 물의 감촉이거나 감촉의 기억에 불과한 것일지 모른다. – 126~127쪽


하긴, 그렇게 버티지 않는 삶이 얼마나 되나. 나도 그 버틸만한 것 하나 건지자고 주말에도 도서관에 나와 앉아 있는 것을.

가장 좋았던 건 「악행의 자서전」. 「배롱나무 아래에서」도 재미있었지만 작가가 뭘 얘기하고자 했는지 모호했다. 어쩌면 그저 위대한 사랑 이야기였을지도.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4/09/15 17:41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핑백(1)
Linked at 타인에게 말걸기 : 8월의 독.. at 2014/09/15 17:44

... 의미가 없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 책이 재미없었던 이유가. 게다가 내가 갑자기 죽기라도 하면 내 책들이 어떤 취급을 당할 지 생각하니... 16. 도서관 노마드(은승완. 문학사상사. 2013. 268쪽) 17. 망원동 브라더스(김호연. 나무옆의자. 2013. 344쪽) : 근근히 삶을 이어가는 35세 무명 만화가의 망원동 옥탑방에 느닷없이 예전에 알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