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매일매일이 똑같은 날들. 그래도 이런 날들이 소중하다.

사실은 지난 3~4주간 꽤 여러 번의 데이트를 했다, 여러 명과. '소개팅 - 애프터신청 - 두 번째 만남 - 상대방이 세 번째 만남 원함 - 나의 거절'로 이어지는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됐다. 이상하게도 두 번째 만나고 나면 급격히 피곤해지고 상대방에 대한 흥미도 없어질 뿐더러 간혹 짜증이 나기도 하는 것이다. 아마 내 건강에 관한 이슈가 있어서이기도 했겠지만, 어쩌면 난 새로운 관계에 대해 겁을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암튼 지금은 모두 정리되었다. 지지난 주말에 혼자 조조로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을 보고 인적 드문 한가한 거리를 걸어서 도서관에 갔을 때도, 지난 주말에 예약 도서 가지러 도서관에 갔다 편안한 쇼파 자리에 앉아 초집중해서 책 한 권을 뚝딱 해치우고 나와서 혼자 스타벅스에서 멍 때리고 있을 때도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경 쓸 사람 없이 혼자여서 정말 좋다고, 이 얼마나 소중한 싱글 라이프인지 모르겠다고.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은 정말 혼자 보는 게 좋을 영화였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겠지만 내게도 마담 프루스트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그래서 내 머리 속 부정적인 기억들을 모두 끄집어내어서 제대로 볼 수 있게 해 줬으면.

<명량>도 봤는데, 혼자가 아니어서 불편했던 기억이... 동행이 내 쪽으로 너무 찰싹 붙어있는데다가 옆자리에는 핸드폰을 계속 켜대는 진상이 앉아있었고, 난 원래 전쟁 영화를 싫어하지만 아직 친하지 않아서 내 취향도 모르면서 내게 의논도 없이 예매해 놓고 나름 데이트 코스를 완벽하게 짰다고 뿌듯해하는 사람 민망할까봐 원래 보고 싶었던 척 하면서 보느라 지쳤었다. 어쨌든 <명량>은 내게 최고의 반전(反戰) 영화였다. 막연하게 '승리했던 해전'으로만 알고 있었지 그 와중에 죽어갔을 병사들은 생각 못 했었는데...

<군도>는 꽤 좋았다. 역시 혼자여서 그랬을 수도. 다들 강동원의 미모를 칭찬하나본데 난 서늘하게 아름다운 옴므 파탈 조윤도 보기 좋았지만 노사장 이성민이 진짜 멋있었다. 그 카리스마와 따뜻함이라니... 지리산골 요새에서 노사장이랑 살면서 도치 같은 아들 키우고싶다.

지난 달 독서 목록에서도 썼듯이, 난 내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겠지. 그게 인생이니까. 그저 내게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내가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일들이기를.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4/08/20 16:39 | 힘내서 살아가기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우람이 at 2014/08/20 23:39
흐. 신경 쓸 사람 없이 혼자여서 정말 좋다고.... 저도 자주 느낍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동지를 만난 기분(?)이네네 하하. 그냥... 사다리님 글 읽을 때마다 마음 속에서 응원이 퐁퐁 솟아요 :)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4/08/21 15:36
응원 감사합니당 ^^ 저 우람이님 블로그 꾸준히 보고 있는데, 뭔가 내밀(?)한 일기장 훔쳐보는 기분이라 차마 댓글은 못 달고 있었어요^^;
Commented by 이요 at 2014/08/21 11:45
첫줄 읽고 "으잉?"했다가 여러사람과 했다는 말에 "오잉?" 했다가. 그 중 한명 괜찮은 사람이 있었음 좋았을텐데...안타깝....^^;; 실제 명량대첩에선 우리쪽 사망자가 2명이던가 매우 적었다고 하더라구요. 영화에 나오는 백병전 같은 건 없었대요. 다행이죠.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4/08/21 15:38
그게, 인연이 아니었던 건지 제가 비겁했던 건지...^^;;

저도 예전에 명량대첩에서 우리쪽 피해는 거의 없었다고 들었었는데 영화 보면서는 그래, 갖고 있는 자원이 그렇게 차이가 컸는데 피해가 없었을 리 없지 하는 생각에 울컥했었어요. 백병전은 재미를 위한 장치 같은 거였군요. 다행이에요^^
Commented at 2014/08/2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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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4/08/2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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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4/08/2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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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4/08/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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