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독서 목록

1. 희랍어 시간(한강. 문학동네. 2011. 194쪽)


2. 슈크림 살인사건(조앤 플루크, 박영인 역. 해문출판사. 2010. 383쪽)
: 이쯤되면 이 모든 사건들의 배후에 한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혹은 마이크? 이번 희생자도 마이크가 가까이하던, 한나를 질투하게 했던 여자였으니 말이다. 사실 이전 이야기부터 도대체 공공의 적인 이 여잔 언제 이 마을에서 사라지나 싶었던 로니 워드. 그러니 이제 한나도 자신이 얘기했듯 마이크가 정말 나쁜 놈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깟 키스 따위에 넘어가지 좀 말고! 닥터 러브도 얘기했든 노먼을 선택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이번에 빵 터졌던 부분은, 구절구절마다 고통이 이어지는 가라오케에서의 엄마들 노래.


3. 자두 푸딩 살인사건(조앤 플루크, 박영인 역. 해문출판사. 2010. 383쪽)
: 이 마을에 살거나 나타나는 인물들은 절대로 불법적인 일을 하면 안된다. 바로 살해당하기 때문. 이번 희생자는 레이크 에덴의 잘 나가는 사업가 래리 재거. 그의 시체 역시 한나가 발견하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모든 우연이 맞아떨어져 범인 역시 한나가 찾아낸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노먼과 마이크 사이의 이야기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그런데 너무나 밉살맞은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고, 더구나 그 인간이 한나의 생활에 끼어들 조짐까지 보여 별로였다. 희생자보다 살인범이 더 불쌍했던 이야기.


4. 애플 턴오버 살인사건(조앤 플루크, 박영인 역. 해문출판사. 2011. 384쪽)
: 제목을 보고는, 또 앞부분만 읽어서는 애플 턴오버가 뭔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하드커버 겉표지가 벗겨진 상태라 표지 그림을 볼 수 없어서 더더욱 그랬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표지 그림을 보니 대충 알겠더라. 이번 희생자는 전편의 그 밉살맞은 인간. 인과응보라 해야하나. 이 시리즈를 읽으며 죽음에 둔감해진 건지, 희생자가 가엾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는 마이크도 희생자만큼 얄미웠다. 마초적이고 배려 없는 태도들이야 하루이틀도 아니지만, 힘껏 키스한 뒤 "난 당신을 사랑할 자격이 없어요...(중략)...노먼과 결혼해요"라니, 너 중2니? 게다가 그 말에 울먹이는 한나라니...내가 진짜 이 눔의 지지배를 불러다 앉혀놓고 1:1 과외라도 해야 하나... 속터져. 그런데 또 믿고 있던 노먼마저 태도가 이상하다 못해 엉뚱한 여자를 데려오질 않나. 몇 권 안 남은 이 시리즈가 좀 불안해진다.


5. 사물들(조르주 페렉, 김명숙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11. 160쪽)
: 이제 막 사회에 나온 20대의 부에 대한 갈망과 허세, 상대적 빈곤감과 자기 합리화를 그려냈다. 주인공들이 어리긴 하지만 나 또한 그들에게서 그리 멀리 오지 못했음을 깨닫게 한 책. 저자는 60년대 프랑스 사회와 젊은이들을 그렸지만 21세기의 우리나라도 30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쩌면 그들보다 더 늦되고 더 속물적이고 더 허세스럽겠지. 누가 자본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6. 악마의 케이크 살인사건(조앤 플루크, 박영인 역. 해문출판사. 2011. 384쪽)
: 설마 이 시리즈의 부제가 '한나는 어떻게 독신주의자가 되었나'는 아니겠지. 어쩐지 노먼이 너무 완벽하다 했어. 세상에 그런 남자가 존재할리가. 아무리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했다해도 말이다. 노먼이 데려온 한나의 새로운 경쟁자는 노먼 뿐 아니라 마이크와도 데이트를 하고, 덕분에 이 책의 로맨스는 우스꽝스러운 사각 관계가 되고 말았다. 뭐지, 이 산으로 가는 전개는...?

어쨌든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역시 외부인이고, 범인 또한 짐작한 대로다. 나름의 반전이랄까 하는 장치가 있긴 했지만. 이번 편은 왠지 시리즈를 더 길게 끌기 위해 노먼의 상황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한 이야기였다. 희생자가 악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안타깝긴 하지만, 살인 사건은 중요하지 않은지 오래됐어...


7. 시나몬 롤 살인사건(조앤 플루크, 박영인 역. 해문출판사. 2012. 400쪽)
: 드디어 한나의 경쟁자가 제거된다. 물론 그 전에 한나는 혼자 맘고생을 심하게 하지만. 노먼이 진실을 알아야할 텐데,라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다. 비록 명백한 증거나 자백은 없지만.

이번 사건은 꽤 흥미로웠다. 두 건의 죽음이 모두 해결된 게 아니라 아쉽기는 했지만. 처음의 죽음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냥 흐지부지 잊혀진다. 하지만 이번에 죽은 밴드 키보드 연주자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첫번째 죽음과 이 죽음이 뭔가 연관이 있을 거라 짐작했었는데 결국 나의 짐작을 확인할 길이 없게 되었다. 어쨌든 이 시리즈도 한 권 밖에 남지 않은 지금, 이 책의 부제가 '한나가 노먼에게 가는 길'이기를 바란다.


8. 레드벨벳 컵케이크 살인사건(조앤 플루크, 박영인 역. 해문출판사. 2013. 384쪽)
: 밉살맞은 그 여자가 또 나타날 줄 몰랐다. 그리고 살해당할 줄도. 처음에는 주요 조연 중 하나인 바바라가 희생자인 줄 알고 놀랐는데 다행히(?)도 희생자는 그녀. 그런데 이번엔 한나가 주요 용의자가 되었다. 다시 수사에 착수할 수 밖에 없는 한나. 역시 범인은 잘 찾아냈고, 나 또한 한나가 알아차리기 전에 꽤 일찍 - 바바라가 '남동생' 운운하고, 밉살녀가 살해 당한 뒤 - 범인을 알아챘다. 이번 편도 꽤 재미있었지만 여전히 한나의 사랑 이야기는 결론이 나질 않아 아쉽다. 게다가 마이크의 행동을 보면 한나를 별로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아. 이번 편이 번역된 걸로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라 결론 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노먼을 택해서 결혼도 하고, 이 작은 마을에 더 이상의 살인 사건은 없는 그런 결말을 읽고 싶다.


9. 양파의 습관(김희진. 자음과모음. 2012. 336쪽)
: 한 때 발레리나였지만 이제는 초고도 비만으로 쇼파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든 엄마와 아직도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 늘 모범생이었으면서 스무 살에 아빠가 되어 결혼한 형을 둔 요리사 지망생 장호. 다니는 레스토랑 사장을 골리기 위해 가짜 깁스를 한 채 휴가를 늘려 쉬는 그는 늘 가족을 피해 옥상에 나 앉아 있는다. 어느 날 옆집에 옥상에 냉장고를 올려 놓는 가족이 이사를 온다.

이제껏 읽은 김희진 소설 중 가장 따뜻했다. 다만 벌려놓은 여러 이야기들을 다 마무리 하지 못한 혹은 안한 느낌. 김희진 소설의 작은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전작의 등장인물이 아주 작은 단역으로 스치고 지나게 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이 '주황주택단지'의 상세하고 정감있는 인물들의 배경이 조금은 아까운 생각도 들었다.


10.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알바로 무티스, 송병선 역. 문학동네. 2010. 524쪽)
: 국적불명의 모험가 마크롤 가비에로와 세 여자의 이야기. 세 편의 단편 묶음집이다. 그렇다고 007이나 허클베리 핀 같은 느낌은 아니다. 자유롭지만 쓸쓸한 영혼의 방랑기랄까. 마술적 사실주의의 색채가 마르케스나 아옌데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제독의 눈>의 꿈 이야기나 <비와 함께 오는 일로나>의 라리사의 이야기는 충분히 환상적이었다. 마크롤 가비에로의 다른 모험 이야기들도 얼른 번역되었으면 한다.


11. 레몽 뚜 장의 상상발전소(김하서. 자음과모음. 2012. 304쪽)
: 영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을 기대했었는데 정작 읽어보니 다른 영화가 생각났다(그 영화 제목을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된다). 구성이 좀 산만하긴 했지만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건 분명했다. 다만 느낌은 좀... 섬뜩하고도 찝찝한 기분.


12. 어젯밤(제임스 설터, 박상미 역. 마음산책. 2010. 216쪽)
: 단순하고 담담한 문체 속에서 삶을 얘기한다. 무엇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모든 게 명확한 이야기들. 모두가 피해자이고 모두가 배신자이며 모두가 나쁜 사람들이다. 가장 좋았던 건 표제작.


13. 미안해 쿠온, 엄마아빠는 히피야(박은경. 쌤앤파커스. 2010. 240쪽)
: 저자는 영화제작자로 정신없이 일하다 문득 인도로 날아가 명상수행센터에 들어간다. 그 곳에서 만난 열 세 살 연하 호주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갖게 되어 결혼을 하고도 자신의 자유로움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좀더 상세한 본인만의 느낌이랄까 생각 등을 기대했는데 생활의 이야기가 더 많았다. 아이나 남편에 대해 얘기할 때는 그저 평범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어쨌든 원하는 곳에서는 그게 어디든 그저 가서 사는 그녀의 삶이 부럽기는 했다. 나라면 그렇게 앞뒤 안 재고 무조건 떠나지 못하겠지.


14. 정키(윌리엄 버로스, 조동섭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260쪽)
: 약물 중독에 빠졌다가 벗어나고, 다시 중독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풀어냈다. (저자의 의도도 그러했겠지만) 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에 가까운 느낌. 난 무엇이든 중독되는 걸 싫어한다. 어떤 사물이 날 휘두른다고 생각이 되면 난 단호하게 고개를 돌려버린다. 중독되는 사람들에 비해 내가 강하다고, 혹은 그 사람들이 유약하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그냥 내 성향이 그렇다는 거다. 해서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얘기하기는 힘들다. 다만 그들의 상황이랄까 혹은 현상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결론 부분에 이르러서야 이 책이 비로소 소설같았다.


15. 피아노 치는 남자(송혜근. 생각의나무. 2009. 209쪽)
: 이렇게 재미없는 소설 진짜 오랜만이다. 그나마 2부가 1부보단 나았다. 문장도 별로였다. 보통 서술 부분에선 사투리 안 쓰지 않나? 대화체면 몰라도. 게다가 비문과 오타도 왜 이렇게 많은지. 맞춤법도, 외래어 표기법도 깔끔하게 무시한 편집자의 이름을 기억해두려 했는데 무려 열 명의 이름이 적혀 있어서 포기.


16. 콰이어트 걸(페터 회. 박산호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683쪽)
: 절대 청각을 가진 카스퍼. 청력만으로 거리, 사람은 물론 생각과 느낌과 진실까지 모두 알아내는 그에게 어느 날 절대적인 고요를 느끼게 하는 소녀가 나타나고 곧 그 소녀와 또다른 소년이 실종된다.

여러 모로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스밀라의 남성 버전이 카스퍼라고 말할 수 있을 듯. 읽기에 쉽지는 않았다. 시제가 너무 왔다갔다하고 회상이 끝나는 시점이 명확치 않아서. 게다가 잊을 만 하면 한번씩 보이는 오타는 '바꼈다'는 단어에선 기어이 나로 하여금 편집자의 이름을 확인하게 했다. 결론 부분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 작가의 다음 번 작품도 읽게 되지 않을까.


17. 유럽의 민담(막스 뤼티, 김홍기 역. 보림. 2005. 259쪽)
: 유럽 민담의 특징을 전설 및 성자전설과 비교하여 설명했다. 민담은 전설이나 성자전설에 비해 단순하고 명확하다. 일차원적이고 평면적이며 고립적이다. 전설처럼 '피안의 모티프'를 사용하지만 전설과는 다르게 피안의 존재들을 두려워하거나 다른 차원의 존재로 인식하지 않으며 그저 이야기의 완성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대한다. 이러한 민담의 특징은 결국 공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즉 잘 받아들이기 위함이었다. 민담의 여러 예를 들어서 재미있게 설명한 데다가 얇고 명확해서 수월하게 읽었다.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4/04/02 16:14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메롱씨 at 2014/04/02 21:38
대부분 먹는거 살인사건!ㅎㅎ 어쩐지 사다리님 독서목록을 봐야 한 달이 끝나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4/04/03 18:27
이제 먹는 거 살인사건 번역본들은 일단락 됐는데, 아직 이 시리즈가 끝나지 않은 게 함정이에요 ㅋㅋㅋ

메롱씨님 말씀에 힘내서 이번 달 부터는 더 열심히 정리해서 빨리 올려야겠어요^^
Commented by 이요 at 2014/04/02 23:33
저 양과자 살인사건은 과연 언제 끝날 것인가! 두둥~
그리고 '바꼈다'라니....으으으으....진짜 싫어욧.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4/04/03 18:28
그러게 말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 시리즈가 좀 팔리니까 막 잡아 늘리는 느낌이에요 ㅋㅋㅋㅋㅋ

다른 오타는 그냥 오타구나 싶은 정도였는데, '바꼈다'는 진짜 몰라서 넘어간 느낌이었어요ㅠㅠㅠㅠ 진짜 싫어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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