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홉가지 이야기(J.D. 샐린저, 최승자 역. 문학동네. 359쪽)
: 샐린저의 작품들 중 가장 재미있고 편안하게 읽었다.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나 <<프래니와 주이>>의 글래스 가족 이야기인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도 좋았고 - <<목수들아~>>를 읽으며 궁금했던 시모어의 마지막 날을 알게 되어서 좋았고 - <드 도미에 스미스의 청색시대>의 주인공과 <작은 보트에서>의 라이오넬은 왠지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이 생각나기도 했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 비참함으로>.
2. 프랑켄슈타인 가족(강지영. 자음과모음. 2011. 320쪽)
: 유명 정신과 전문의 김박사. 딸의 유학에 동행한 아내가 영국 여자와 사랑에 빠져 이혼을 통보하자 충격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시골에 내려가 버린다. 김박사에게 치료를 받던 환자 여섯 명은 대책을 위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만나 김박사를 찾아 나선다.
흡입력 강한 작가답게 훅 빠져들어 정신없이 읽었다. 하지만 가장 처음 읽었던 <<심여사는 킬러>> 보다는 덜 재미있었다. 환자들 각자의 사연이 너무 겉핥기 식으로 나열되어 있는게 좀 아쉬웠다. 그 부분을 좀 더 깊이 있게 다뤘다면, 특히 보물 사냥꾼 민수의 이야기를 제대로 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그러나 착한 결말도 맘에 들었고,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은 모두 읽을 것이다.
3. 새벽의 나나(박형서. 문학과지성사. 2010. 409쪽)
: 레오는 여행중이다. 태국에서는 며칠만 묵고 아프리카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자신을 빨아들이는 듯한 눈을 가진 플로이를 만나고, 그녀와 자신의 전생이 얽혀 있음을 본 레오는 나나역 소이 식스틴 거리의 그녀의 집에 그대로 눌러 앉는다.
소설 초반만 해도 시큰둥한 시선으로 읽었다. 태국에서만 사람들의 전생이 보이거나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순간 눈이 마주친 도마뱀과의 대화 등이 시덥잖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그녀들의 삶에 집중하게 됐다. 비록 읽는 내내 마음 아팠지만. 가난과 가족 폭력의 탈출구가 매춘이 된 그녀들과 괴로움을 잊기 위한 마약, 밀려오는 서구 자본 등 너무나 현실적이면서 한편으로는 현실을 초월한 이야기들 - 레오가 보는 전생들과 자식을 잊지 못해 유령으로 소이 식스틴에 머무는 솜과 식물 인간이 되어 화분에서 지내는 샨 등 - 이 어지러이 얽혀 있다. 비록 현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영 마땅치는 않았으나 인상깊게 읽은 소설이었다.
4.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박찬원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08. 276쪽)
: 난 어릴 때 축약본으로 읽은 고전들에 대해 은근한 컴플렉스가 있는데, 이 책의 표제작은 읽어보니 어릴 때 읽은 게 축약본이 아니어서 혼자 기뻐했다. 하지만 그만큼 혼자 실망도 했다. 뭔가 무시무시한, 어른들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감춰져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어릴 때도 느꼈던 거지만 자신의 악한 본성을 분리해 내는 건 정말 어리석어 보였다. 지킬은 정말 자신이 하이드에게 휘둘릴 것을 몰랐을까? 자기 자신을 너무 믿었던 건 아닐까? 자동차 보험 광고에서도 얘기하듯, 가장 무서운 건 자기 자신이다. 자신의 맘에 안 드는 부분을 극대화시키다니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다. 내게 그만한 능력이 있다면 난 나의 좋은 점만을 극대화시킨 존재를 만들어 내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그냥 나인채로 살고, 가끔 내가 어색하거나 부끄러워서 못하는 좋은 일들을 제 2의 내가 해줬으면.
5. 좋은 슬픔(롤리 윈스턴, 송정은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552쪽)
: 서른 세 살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소피의 슬픔 극복기이다.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보통의 삶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얘기해준다. 특히 소피의 심리상태에 대한 진솔한 묘사와 죽은 남편 에단을 흔히 죽은 사람에게 하듯 이상화하지 않은 점이 맘에 들었다. 다만 소피의 잘생긴 새 남자친구 - 마치 칙릿의 남주인공 같던 - 는 옥에 티.
6. 비행운(김애란. 문학과지성사. 2012. 351쪽)
: 김애란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했던 소설집. 초반 작품들은 그녀답다고 느꼈는데 중후반으로 갈 수록 천운영이 느껴졌다. 아마 김애란도 이제 무게감이 더해지는 것일 테지만 그녀만의 색이 바래지는 건 아닐까 괜히 조바심 나게 했다. 내 기우일 테지만 김애란이 누구를 닮아가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가장 좋았던 건 <너의 여름은 어떠니>.
7. 청춘가를 불러요(한창운. 한겨레출판. 2005. 311쪽)
: 한창훈의 소설은 어느 것을 택해도 안전하다. 늘 기대했던 만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짠한 이야기들. 가장 좋았던 건 <주유남해>와 <꽃 피는 봄이 오면>.
8. 가담 거리의 펜더윅스(진 벗설, 이원형 역. 지양어린이. 2008. 352쪽)
: 사랑스러운 펜더윅스 네 자매의 속편.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남겨 둔 편지에 따라 아빠는 데이트를 시작하고, 새엄마를 맞이하는 게 두려운 네 자매는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첫 챕터를 읽자마자 누가 새엄마가 될 지 알아차렸지만 이 사랑스러운 자매들의 행동에 금세 빨려들어갔다. 어른스러운 첫째, 활달한 둘째, 글 잘 쓰고 차분한 셋째, 깨물어주고 싶은 막내까지 읽을 수록 <작은 아씨들>이 생각나긴 했지만 통통 튀는 귀여운 에피소드들은 정말 두고두고 읽고 싶었다.
9. 소설과 소설가(오르한 파묵, 이난아 역. 민음사. 2012. 190쪽)
10.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마크 보일, 정명진 역. 부글북스. 2010. 328쪽)
11. 비밀의 정원 1, 2(케이트 모튼, 정윤희 역. 지니북스. 2012. 496쪽, 496쪽)
12. 이별하는 골짜기(임철우. 문학과지성사. 2010. 315쪽)
: 강원도 정선의 기차역. 이별하는 골짜기[別於谷]라는 이름의 이 작은 기차역의 사계에 담긴 슬픔이 연작으로 이어진다. 가벼운 맘으로 집어들었다가 뜻밖에 가슴 깊이 울려서 쉬었다 읽었다. 특히 <겨울 - 귀로>는 차마 지하철에서는 읽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이 힘들었다.
13. 이 모든 극적인 순간(윤대녕. 푸르메. 2010. 284쪽)
: 윤대녕의 수필들. 간결하고 차분하게 정리된 그의 생각들이 좋았다. 사소한 걸 버리지 못하는 습관을 지닌 저자가 새로운 것들을 위해 상자를 비우면서 가난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나, 보름 주기의 절기 변화에 따라 조금씩 성장해 간다고 느끼는 것, 그리고 물끄러미 바다를 내려다보던 여인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 지천으로 피어있던 매화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왜 윤대녕을 좋아하는지 새삼 느꼈다.
14. 열대 우림의 깊은 꿈(말콤 보세, 박현주 역. 검둥소. 2007. 303쪽)
: 1920년대 보르네오 섬의 이반 족 소년 바양은 어느 날 인생을 바꿔줄 꿈을 꾼다. 꿈에서 바양은 물고기의 눈으로 아래는 초록, 위는 푸른 세상을 바라보았다. 바양은 거대한 물고기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기로 하고,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어 부족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소녀 탐봉과 함께 길을 떠난다. 한편 부모님을 잃은 열 다섯 살 영국 소년 해리는 식민지 관리인 삼촌을 따라 열대 우림 원정에 나서는데, 호전적인 카얀 족의 습격을 받아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다.
문화도, 성장 배경도 전혀 다른 세 아이의 성장기이다. 굳이 따지자면 사실 바양이나 탐봉 보다는 해리의 성장이 눈에 띄는 소설이다. 해리는 바양, 탐봉과 함께 여행하기 전에는 식민지 관리들의 흔한 생각대로 원주민들은 문명화해야 할 대상일 뿐이며 가르침이 필요한 열등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이 함께 여행하는 동안 문화란 다른 것일 뿐, 어느 쪽이 우월하다 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윈저 가문의 자손'이라는 생각으로 정글에서의 두려움을 참던 해리가 정글에선 자신도 그저 짐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바양과 탐봉에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는 게 기특했다. 다만 큰 물고기의 비밀이 너무나 시시하게 풀려버린 건 좀 아쉬운 점.
: 샐린저의 작품들 중 가장 재미있고 편안하게 읽었다.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나 <<프래니와 주이>>의 글래스 가족 이야기인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도 좋았고 - <<목수들아~>>를 읽으며 궁금했던 시모어의 마지막 날을 알게 되어서 좋았고 - <드 도미에 스미스의 청색시대>의 주인공과 <작은 보트에서>의 라이오넬은 왠지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이 생각나기도 했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 비참함으로>.
2. 프랑켄슈타인 가족(강지영. 자음과모음. 2011. 320쪽)
: 유명 정신과 전문의 김박사. 딸의 유학에 동행한 아내가 영국 여자와 사랑에 빠져 이혼을 통보하자 충격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시골에 내려가 버린다. 김박사에게 치료를 받던 환자 여섯 명은 대책을 위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만나 김박사를 찾아 나선다.
흡입력 강한 작가답게 훅 빠져들어 정신없이 읽었다. 하지만 가장 처음 읽었던 <<심여사는 킬러>> 보다는 덜 재미있었다. 환자들 각자의 사연이 너무 겉핥기 식으로 나열되어 있는게 좀 아쉬웠다. 그 부분을 좀 더 깊이 있게 다뤘다면, 특히 보물 사냥꾼 민수의 이야기를 제대로 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그러나 착한 결말도 맘에 들었고,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은 모두 읽을 것이다.
3. 새벽의 나나(박형서. 문학과지성사. 2010. 409쪽)
: 레오는 여행중이다. 태국에서는 며칠만 묵고 아프리카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자신을 빨아들이는 듯한 눈을 가진 플로이를 만나고, 그녀와 자신의 전생이 얽혀 있음을 본 레오는 나나역 소이 식스틴 거리의 그녀의 집에 그대로 눌러 앉는다.
소설 초반만 해도 시큰둥한 시선으로 읽었다. 태국에서만 사람들의 전생이 보이거나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순간 눈이 마주친 도마뱀과의 대화 등이 시덥잖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그녀들의 삶에 집중하게 됐다. 비록 읽는 내내 마음 아팠지만. 가난과 가족 폭력의 탈출구가 매춘이 된 그녀들과 괴로움을 잊기 위한 마약, 밀려오는 서구 자본 등 너무나 현실적이면서 한편으로는 현실을 초월한 이야기들 - 레오가 보는 전생들과 자식을 잊지 못해 유령으로 소이 식스틴에 머무는 솜과 식물 인간이 되어 화분에서 지내는 샨 등 - 이 어지러이 얽혀 있다. 비록 현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영 마땅치는 않았으나 인상깊게 읽은 소설이었다.
4.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박찬원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08. 276쪽)
: 난 어릴 때 축약본으로 읽은 고전들에 대해 은근한 컴플렉스가 있는데, 이 책의 표제작은 읽어보니 어릴 때 읽은 게 축약본이 아니어서 혼자 기뻐했다. 하지만 그만큼 혼자 실망도 했다. 뭔가 무시무시한, 어른들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감춰져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어릴 때도 느꼈던 거지만 자신의 악한 본성을 분리해 내는 건 정말 어리석어 보였다. 지킬은 정말 자신이 하이드에게 휘둘릴 것을 몰랐을까? 자기 자신을 너무 믿었던 건 아닐까? 자동차 보험 광고에서도 얘기하듯, 가장 무서운 건 자기 자신이다. 자신의 맘에 안 드는 부분을 극대화시키다니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다. 내게 그만한 능력이 있다면 난 나의 좋은 점만을 극대화시킨 존재를 만들어 내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그냥 나인채로 살고, 가끔 내가 어색하거나 부끄러워서 못하는 좋은 일들을 제 2의 내가 해줬으면.
5. 좋은 슬픔(롤리 윈스턴, 송정은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552쪽)
: 서른 세 살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소피의 슬픔 극복기이다.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보통의 삶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얘기해준다. 특히 소피의 심리상태에 대한 진솔한 묘사와 죽은 남편 에단을 흔히 죽은 사람에게 하듯 이상화하지 않은 점이 맘에 들었다. 다만 소피의 잘생긴 새 남자친구 - 마치 칙릿의 남주인공 같던 - 는 옥에 티.
6. 비행운(김애란. 문학과지성사. 2012. 351쪽)
: 김애란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했던 소설집. 초반 작품들은 그녀답다고 느꼈는데 중후반으로 갈 수록 천운영이 느껴졌다. 아마 김애란도 이제 무게감이 더해지는 것일 테지만 그녀만의 색이 바래지는 건 아닐까 괜히 조바심 나게 했다. 내 기우일 테지만 김애란이 누구를 닮아가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가장 좋았던 건 <너의 여름은 어떠니>.
7. 청춘가를 불러요(한창운. 한겨레출판. 2005. 311쪽)
: 한창훈의 소설은 어느 것을 택해도 안전하다. 늘 기대했던 만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짠한 이야기들. 가장 좋았던 건 <주유남해>와 <꽃 피는 봄이 오면>.
8. 가담 거리의 펜더윅스(진 벗설, 이원형 역. 지양어린이. 2008. 352쪽)
: 사랑스러운 펜더윅스 네 자매의 속편.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남겨 둔 편지에 따라 아빠는 데이트를 시작하고, 새엄마를 맞이하는 게 두려운 네 자매는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첫 챕터를 읽자마자 누가 새엄마가 될 지 알아차렸지만 이 사랑스러운 자매들의 행동에 금세 빨려들어갔다. 어른스러운 첫째, 활달한 둘째, 글 잘 쓰고 차분한 셋째, 깨물어주고 싶은 막내까지 읽을 수록 <작은 아씨들>이 생각나긴 했지만 통통 튀는 귀여운 에피소드들은 정말 두고두고 읽고 싶었다.
9. 소설과 소설가(오르한 파묵, 이난아 역. 민음사. 2012. 190쪽)
10.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마크 보일, 정명진 역. 부글북스. 2010. 328쪽)
11. 비밀의 정원 1, 2(케이트 모튼, 정윤희 역. 지니북스. 2012. 496쪽, 496쪽)
12. 이별하는 골짜기(임철우. 문학과지성사. 2010. 315쪽)
: 강원도 정선의 기차역. 이별하는 골짜기[別於谷]라는 이름의 이 작은 기차역의 사계에 담긴 슬픔이 연작으로 이어진다. 가벼운 맘으로 집어들었다가 뜻밖에 가슴 깊이 울려서 쉬었다 읽었다. 특히 <겨울 - 귀로>는 차마 지하철에서는 읽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이 힘들었다.
13. 이 모든 극적인 순간(윤대녕. 푸르메. 2010. 284쪽)
: 윤대녕의 수필들. 간결하고 차분하게 정리된 그의 생각들이 좋았다. 사소한 걸 버리지 못하는 습관을 지닌 저자가 새로운 것들을 위해 상자를 비우면서 가난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나, 보름 주기의 절기 변화에 따라 조금씩 성장해 간다고 느끼는 것, 그리고 물끄러미 바다를 내려다보던 여인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 지천으로 피어있던 매화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왜 윤대녕을 좋아하는지 새삼 느꼈다.
14. 열대 우림의 깊은 꿈(말콤 보세, 박현주 역. 검둥소. 2007. 303쪽)
: 1920년대 보르네오 섬의 이반 족 소년 바양은 어느 날 인생을 바꿔줄 꿈을 꾼다. 꿈에서 바양은 물고기의 눈으로 아래는 초록, 위는 푸른 세상을 바라보았다. 바양은 거대한 물고기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기로 하고,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어 부족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소녀 탐봉과 함께 길을 떠난다. 한편 부모님을 잃은 열 다섯 살 영국 소년 해리는 식민지 관리인 삼촌을 따라 열대 우림 원정에 나서는데, 호전적인 카얀 족의 습격을 받아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다.
문화도, 성장 배경도 전혀 다른 세 아이의 성장기이다. 굳이 따지자면 사실 바양이나 탐봉 보다는 해리의 성장이 눈에 띄는 소설이다. 해리는 바양, 탐봉과 함께 여행하기 전에는 식민지 관리들의 흔한 생각대로 원주민들은 문명화해야 할 대상일 뿐이며 가르침이 필요한 열등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이 함께 여행하는 동안 문화란 다른 것일 뿐, 어느 쪽이 우월하다 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윈저 가문의 자손'이라는 생각으로 정글에서의 두려움을 참던 해리가 정글에선 자신도 그저 짐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바양과 탐봉에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는 게 기특했다. 다만 큰 물고기의 비밀이 너무나 시시하게 풀려버린 건 좀 아쉬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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