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독서 목록

1. 종이 도시(존 그린, 김민석 역. 바람의아이들. 2010. 508쪽)
: 존 그린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매력적이다. 아니, 매력적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부족하다. 책을 읽는 누구도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고 그녀를 찾아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생을 사랑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그늘도 짙은 그녀들.

<종이 도시>의 마고 또한 그렇다. 어린 시절부터 옆집에 살았지만 자라면서는 마고와 멀어진 쿠엔틴은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느 밤 마고에게 이끌려 긴 모험을 벌이고, 다음 날 마고는 사라진다. 마고가 어느 빌딩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던 '종이 도시'라는 말을 기억하는 쿠엔틴은 마고가 흘려 놓은 빵부스러기들을 주워 모으며 그녀를 찾아 나선다.

읽는 내내 마고의 마음과 쿠엔틴의 마음 속을 왔다갔다 했다. 내가 마고라면 날 찾아주기를 바라고 있을까? 그런데 쿠엔틴이라면, 안 찾을 수 없잖아? 마고가 어디 있는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면서도 쿠엔틴이 마고를 좇는 게 묘하게 불안했던, 많이 두근거렸고 활짝 미소짓게 했던 소설이다.


2. 춤추는 목욕탕(김지현. 민음사. 2009. 273쪽)
: 상실을 달래는 방법은 각자 다르다. 같은 사람을 잃었더라도 말이다. 그가 네게보다 내게 소중했다고 우기며 내 아픔이 더 크다 말할 순 없다. 누구에게나 자기 아픔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남편 현욱을 잃은 미령. 늘 엇갈리기만 했지만 그렇게 하루아침에 사라질 줄은 몰랐다. 시어머니 복남. 아들 현욱과는 오래전부터 외면하는 사이였지만 아들을 잃은 후 혼수상태인 며느리 대신 주변 정리를 싹 해버리고, 깨어난 며느리에게도 독하게 군다. 이 둘을 바라보는 미령의 친정엄마 호순. 이 세 여인이 각자 마음 속의 전쟁을 치르며, 살을 맞부딪치며 서로의 아픔을 인정하고 보듬는 이야기.

내용은 좋았다. 다만 안타까운 건, 애절함과 재미와 해학이 다 조금씩 부족했다는 것. 하나만 강하게 부각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순의 '뻥'들은 재미있었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진도가 안 나가 읽기 힘들었다.


3. 오카방고의 숲속 학교(메이지, 앵거스, 트래버스, 홍한벽 역. 갈라파고스. 2011. 263쪽)


4. 뷰티플 크리처스(캐미 가르시아, 마거릿 스툴, 김승욱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2011. 616쪽)


5. 태연한 인생(은희경. 창비. 2012. 268쪽)
: 아, 내가 좋아하는 은희경이 꼰대가 되다니. 첫 챕터가 지나고 책을 읽어나가면서 든 생각이다. 예전의 은희경이었다면 냉소를 흘리고 차갑게 돌아섰을 것을 이제는 구구절절 지적하고 트집잡고 일갈한다. 물론 냉소도 전작보다 많이 보이긴 하고. 난 덜 은희경스러웠을 지라도 전작이 더 재미있었다.


6. 고양이 숲에서 길을 묻다(소냐 하트넷, 정미영 역. 뿌브아르. 2011. 334쪽)
: 도시 고양이 세 마리 - 키안, 잼, 켈리 - 가 숲에 버려졌다. 처음 마주친 숲의 무서움에 고양이들은 떨고, 유일한 어른 고양이 키안의 인도 아래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숲에 사는 고양이 무리와 마주친 키안은 아기 고양이들을 두고 가라는 고양이 무리의 제안을 거절하고, 고양이 무리에서 쫓겨난 쟌샤르, 말로, 샤일러와 숲을 가로지른다.

고양이 이야기라 무조건 집어들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없었다. 게다가 결론도 맘에 안 들었고. 다만 고양이의 심리 혹은 성격 묘사 부분은 꽤 읽을 만 했다.


7. 서른 번 째 생일 선물(토니 파슨스, 한기찬 역. 시공사. 2002. 421쪽)
: 한 남자가 서른이 되면서 제대로 철드는 이야기. 스물 다섯에 아빠가 된 해리는 서른 살 생일 즈음에 상황과 분수에 맞지 않는 스포츠카를 지르고, 직장 동료와 원나잇 스탠드를 하며, 그걸 아내에게 들켜 버림받았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에서도 잘리고 아내는 뒤늦게 꿈을 이룬다며 일본으로 날아가 버린다. 히피족 장인에게서 아들을 찾아온 해리는 육아에 적응하랴 백수로서의 삶을 받아들이랴 힘겨운데...

난 서른이 되었을 때 무조건 신이 났다. 이제 진짜 어른이 되었구나, 이제 이십대의 불안함과 미숙함은 안녕. 하지만 나이 먹는다고 안정과 성숙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해리에게도 마찬가지. 해리가 겪는 좌충우돌은 유머러스하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해피엔딩을 의심치 않았기에 즐겁게 읽었다. 현실에서도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8. 여자의 가방(장 클로드 카프만, 김희진 역. 시공사. 2012. 294쪽)
: 가방이 여자에게 의미하는 바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 그러나 새로울 건 없었다. 다만 인용된 다양한 케이스들은 남의 가방 속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주었다. 읽는 동안에는 나도 내 가방들과 그 내용물에 대해 주절주절 얘기하고 싶었으나 책장을 덮자마자 흥미는 사라졌다.


9. 슬픔이 춤춘다(다니 라페리에르, 김다은 역. 생각의나무. 2011. 392쪽)


10. 부적(로베르토 볼라뇨, 김현균 역. 열린책들. 2010. 198쪽)


11. 천년의 왕국(김경욱. 문학과지성사. 2007. 372쪽)
: 네덜란드인 벨테브레와 조선에 정착한 박연. 벨테브레가 아직 벨테브레일 때, 하지만 박연이 되어야 한다는 걸 서서히 알아갈 때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벨테브레를 화자로 내세웠지만 함께 표착된 두 명의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사실 가장 흥미있었던 건 에보켄이었다. 천연덕스럽게 조선에 적응해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말도 배우고 여인네와 살림까지 합친 에보켄. 그의 회색 눈빛 뒤에 숨어있던 슬픔은 벨테브레의 느린 절망과 데니슨의 무용한 집념보다 날 깊이 건드렸다.

동방의 작은 나라로 흘러들어와 관직 받고 그럭저럭 잘 적응해서 살았으려니 했던 박연. 그 이름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고뇌와 아픔,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는 슬픔을 굵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해 준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12. 진심어린 거짓말(케르스틴 기어, 전은경 역. 퍼플북스. 2010. 358쪽)
: 채팅에 관한 기사를 쓰던 통통 몸매의 기자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되는 칙릿. 채팅 부분은 지루했지만 재미있었다.


13. 세시 반에 멈춘 시계(한스 도메네고, 이미옥 역. 궁리. 2007. 221쪽)
: 역시 내 상태 때문에 그닥 재미를 못 느낀 책. 또래와는 비교도 안 되는 지능을 가진 에버하르트의 눈에 비친 작은 마을의 어른들 이야기. 놀라운 통찰력으로 어른들의 위선을 까발리는 이 애어른의 캐릭터가 영 마뜩치 않았다. 그저 작가의 편의를 위해 설정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상태 괜찮을 때 이 작가의 다른 책을 더 읽어볼 생각이다.


14. 대설주의보(윤대녕. 문학동네. 2010. 302쪽)
: 과거에서 여전히 못 헤어나는 남자들. 천연덕스럽게 과거에서 걸어나와 현재가 되는 여자들. 그러나 몸의 상처는 늘 여자들의 몫이다.

가장 좋았던 건 표제작. 오랜만에 읽은 윤대녕인데 왠지 반갑지가 않았던 소설집이었다. 윤대녕은 여전했으니, 아마 내 마음 탓인 듯.


15. 괴물들이 사는 나라(데이브 에거스, 조동섭 역. 문학동네. 2011. 308쪽)
: 모리스 센닥의 그림책을 시나리오화한 데이브 에거스의 소설이다. 사실 읽는 내내 집중이 잘 되지 않아 큰 재미는 못 느꼈다. 맥스와 괴물들의 난리법석을 보면서 왠지 그 이면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생각이 옆길로 빠지곤 했다. 서툴게 구는 맥스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괴물들에게서 나 자신이 보이는 듯도 했고. 어쨌든 기대한 즐거움은 찾지 못했다.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2/08/01 14:18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김정수 at 2012/08/01 14:29
이번달도 다독하셨네요. ^^ 제가 읽은 책들이 없어서 아쉽네요.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2/08/02 11:34
읽기는 열심히 읽었는데, 이번 달엔 만족도가 덜하네요^^;; 저는 읽는 책의 90% 이상이 소설이어서 아마 정수님과 겹치는 책이 거의 없을 듯 해요^^
Commented at 2012/08/02 02: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2/08/02 11:35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춤추는 나무 at 2012/08/02 21:27
괴물들이 사는 나라!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죠. 그림책으로~ ^^;
뚜리는 좋아하면서도 괴물이 나온다고 무서워하며 제 다리에 철썩 달라붙어 보았답니다. 근데 사다리님의 리뷰를 보니 딱시 소설을 보고 싶은 생각은 안드네요. ㅎㅎ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2/09/06 11:42
그림책은 재미있나요? 소설에도 괴물 모습이 삽화로 그려져 있긴 했는데 그림책의 그림도 그 모습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소설은 진짜 보실 필요 없을 듯.... 나무님에게 딱 달라붙어 있는 뚜리 모습, 상상하니 정말 귀여워요~ ^^
Commented by 당고 at 2012/08/03 14:26
이 더위에도 독서독서!
사다리 님은 역시 진정한 독서인 ㅎㅎㅎㅎㅎㅎㅎㅎ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2/08/06 14:08
우왕~ 당고님의 인정을 받다니 뿌듯~!! ㅋㅋㅋㅋㅋ 이제 양보단 질에 집중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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