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과 카페인쇼크

난 카페인쇼크가 있다. 커피는 못 마시고, 콜라나 녹차 등도 빈 속엔 못 마신다. 증상은, 다들 아시겠지만, 호흡곤란, 손 떨림, 심장 박동수 증가, 어지러움, 무력감 등등. 중1때인가 시험 기간에 도서관에서 처음 커피를 접했을 땐 처음이라 그러겠거니, 계속 마시다 보면 적응하겠거니 했지만 그 뒤로도 증상은 매번 나타났고 끝내 적응에 실패했다. (그런데 카페인 쇼크 극복한 사례도 있나? 있겠지?)

난 생리통도 심하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잠을 못 자거나 하면 몇 배로 심해진다. 여자한테 좋다는 한약도 꽤 먹어봤지만 역시 다스리는데 실패. 어떤 사람들은 서른 넘어서면서부터는 잦아들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난 아마 계속 안고 가야 하나 보다.

이번 생리통은 여느 달에 비해 몇 백배로 심한 것 같았다. 시작되는 순간부터 몸을 펼 수가 없었다. 난 원래 양약을 싫어하기에 평소에도 참을 수 있을 때까지 꾹 눌러 참다가 정 안되겠다 싶을 때 타이레놀을 한 알 먹는데, 이번에는 못 참겠다 싶은 때가 너무 빨리 와서 내겐 타이레놀이 없었다. 동료가 게보린을 한 알 줬고 그걸 먹자 생각보다 빨리 고통이 가라앉았다(그래도 두어 시간 고생했다. 그나마 깨끗이 사라진 건 아니고). 난 게보린의 약효에 감탄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 약국에서 타이레놀 대신 게보린을 샀다. 그리고 저녁에 다시 통증이 찾아오자 망설임 없이 게보린을 먹었다, 빈 속에.

자려고 누웠는데 잠은 안 오고, 머리는 멍해졌다. 난 불면증이 왔다고 생각했다(카페인 쇼크에, 생리통에, 불면증에……질병 대방출이로구나). 익숙하게, 내 머리 속을 다스려 잠으로 유도하려고 했지만 되지 않았다. 속이 울렁거리고 심장은 두근거리고 숨은 갑갑하고……. 전형적인 카페인 쇼크였지만 너무 오랜만이어서인지 카페인 쇼크라는 생각은 못하고 그저 몸이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억지로 잠 속으로 나를 쑤셔 넣었고, 오늘 아침에는 쇼크 증상이 사라지고 생리통만 있었다. 그래서 어리석게도, 또 게보린을 한 알 먹었다.

대가는 오전 내내 치렀다. 너무 힘들어서 일도 못하고 책상에 엎드려 있다 문득 이게 카페인 쇼크 증상이라는 걸 깨달았다. 약 설명서를 찾아보니 역시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인을 알자 맘은 편해졌다, 몸은 여전히 힘들고. 물을 계속 마시고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렸다, 복도를 비틀비틀 걸어. 점심 시간엔 억지로 밥을 다 먹었다. 그리고 매일 점심 후에 마시는 녹차는 당연히 생략. 이 시간이 되자 좀 편해졌다. 다른 달보다 몇 배나 심한 생리통과 오랜만의 카페인 쇼크, 몸이 내게 돌봐달라고 소리치나 보다.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1/08/23 14:21 | 힘내서 살아가기 | 트랙백 | 핑백(2)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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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었는데 자세를 고치다가 그만 책을 미끄러트려서 턱에 부딪치고 말았다. 턱 아픈 것보다 맘 상하는 건 책장에 묻은 팩. 쑥팩이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픈데 나한테 있는 건 게보린 뿐이어서 먹을까 말까 고민 중. 오늘은 녹차도 2잔이나 마셨는데...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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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상 가장 많이 읽힌 글은 6월의 독서 ... 입니다. 가장 대화가 활발했던 글은 생리통과 카페인쇼크 입니다. (덧글14개, 트랙백0개, 핑백1개) 1위: 당고 (37회) 2위: a ... more

Commented at 2011/08/23 15:1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1/08/24 11:14
평생이군요ㅠ 저도 진통제는 그냥 통증을 힘껏 눌러놓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몸을 크게 움직이면 왠지 통증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요;;
요가 말씀이 솔깃한데요^^ 저도 한번 요가 스케줄을 알아봐야겠어요. 근데 요가할 때 생리통이 없으셨다니, 생리통과 바른 자세가 관련이 있는 걸까요?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1/08/23 18:13
힘 내세요~~!!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1/08/24 11:14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11/08/23 21: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1/08/24 11:17
그러게요ㅠ 어쩌면 그동안 살살 외쳐왔는데 제가 몰랐던 것일 수도...ㅠ 그래도 오늘은 많이 나아졌어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11/08/23 22:32
몸에서 반응이 오는 것은 오히려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하더군요.
안좋은 것을 먹고도 반응이 없는걸 현대인들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요.
안좋은 것이 무엇인지 아셨으니 조심하시면 되지요. ^^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1/08/24 11:18
아~ 그렇군요^^ 전 제가 너무 예민해서 사는 게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말씀하신 대로 생각하는 게 훨씬 긍정적이네요^^ 어쨌든 이번엔, 약 성분을 꼼꼼히 체크하자는 교훈을 얻었어요 ㅋㅋㅋ
Commented by 당고 at 2011/08/24 16:23
아니, 이제 괜찮으세요? 이게 뭔 일이래요ㅠ 게보린의 역습ㅠ
카페인이 몸에 좋은 것도 아니니 뭐 안 먹어도 무방하겠죠ㅠ 전 커피를 좋아하지만ㅠ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1/08/24 17:23
네, 이젠 괜찮아요^^ '게보린의 역습'이라니, 역시 당고님의 언어구사력! 카페인에도 좋은 기능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예를 들면 각성 기능 같은 거요, 전 녹차나 콜라 정도면 괜찮아서 방심하고 있다가 당했어요ㅠ 이제는 왠만하면 피하려구요 ㅋㅋㅋ
Commented by anita at 2011/08/24 21:05
오랜만에 뵙네요.

저 역시 예전에 먹고 뻗은적이 있어서 게보린은 못 먹고,
타이레놀은 먹어도 별 효과를 못 보고,
다른 진통제는 속이 쓰려서 못 먹고...

그냥 그때되면 커피도 줄이고 찬거 덜 먹고,
등이랑 배에다 일회용 핫팩 붙이고 삽니다.
여름엔 죽을맛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가장 효과가 있는듯 싶어요.
한번 시도해보심도...(단, 반드시 속옷에다 붙이긴 해야하지만요)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1/08/25 17:08
정말 타이레놀은 아무래도 효과가 좀 별로인 듯 해요. 약국에선 서방정을 권하던데, 그건 왠지 손이 안 가고... 일회용 핫팩 다음 번에 한번 시도해 봐야겠어요^^ 어차피 실내에선 에어컨 빵빵인지라... 전 그냥 쿠션 껴안고 있던지 아니면 배에 무릎담요 두르던지 했는데, 왠지 생리통이라고 사무실 전체에 광고하는 것 같아서 좀...^^;;
Commented at 2011/09/30 15: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11/09/30 15:57
게보린이 그렇군요! 역시 피해야 겠어요;; 음... 약국에선 타이레놀 서방정을 권해줬어요. 그치만 전 효과 빠른 약을 원하기도 했고 서방정은 왠지 약이 몸 속에 오래 남아있는 듯 해서 그냥 타이레놀을 먹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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