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시즌

난 요즘 도서관에 정기적으로 다닌다. 사실 책에 관해서 만큼은 읽는 것뿐 아니라 사는 것 자체로도 큰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도서관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도서관이라는 데가 원래 한 번 가기 시작하면 무한루프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곳 아닌가.

그런데, 책을 사는 것 자체가 내겐 아드레날린을 치솟게 하는 일이고 또 난 내가 읽기 전의 책과 읽은 후의 책은 존재 자체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라 내가 좋아하거나 혹은 일반적으로 ‘멋진 작가’라고 인정받은 작가의 책은 꼭 사서 읽고 싶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들은 대부분 칙릿이거나 처음 들어본 작가의 책, 혹은 들어봤더라도 내가 그다지 소장하고 싶지 않은 책들이다.

하지만 도서관은 대출 기간이라는 게 있고 난 평소 도서관 책을 연체하는 인간들을 아주 혐오해왔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 언제나 내 독서 목록에서 우선 순위를 차지하게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책 구입을 멈췄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서 지금 내 책상 위엔 안 읽은 책들이 탑처럼 쌓여있고 난 도서관에서 빌려온 불량식품 같은 책들을 아침 저녁으로 탐독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매년 봄 가을 무렵에는 늘 도서관에 다니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빌린 책들을 싹 반납해 버리고 발길을 끊곤 했고, 그 기간은 두어 달을 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올해 처음 도서관에 발길을 하기 시작했을 때 동생이 “언니, 그거 악순환이야”라고 하길래 “선순환이지!”하며 받아 쳤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악순환 맞는 거 같다.

내일은 도서관 가는 날이다. 내일부턴 그래도 영양가 있는 작가들의 책을 골라봐야겠다. 그 동안 서가의 명작들이 내게 강력한 눈빛을 보내오는 걸 외면하기 참 힘들었는데……

by 달을향한사다리 | 2009/10/27 18:31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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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nita at 2009/10/28 19:49
저 역시도 빌려 온 책을 연체시키는 걸 질색하는지라
항상 빌려온 책이 우선 순위를 차지하게 되요(빌려온 불량식품 같은 책 ^^;)
그런데 왠지 빌려온 책은 빨리 읽어야 된다는 부담감에,
왠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가지고 있어야 제맛이라는 생각에
가능하면 도서관(또는 대여점)에 안 가게 되더라구요..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09/11/02 14:52
맞아요, 사실 책은 사서 읽는 게 제일 좋죠^^ 내 손이 한번씩 닿았던 책장들은 도서관이나 대여점 책들의 책장과는 또 다르게 느껴지니까요...그래도 도서관은 무한루프에요^^;;
Commented by 당고 at 2009/11/02 16:08
사다리 님이 출판업계를 먹여 살리고 계십니다 흑흑- 저는 업계 종사자였지만서도, 지금도 외주를 하고 있지만, 읽는 책을 다 살 수가 없어요;;;
저는 꼭 책을 빌리지 않아도 도서관 가는 걸 꽤 좋아하는 편이에요. 저희 동네 도서관 중 하나가 깨끗하고 시설도 좋거든요 ㅎㅎ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09/11/03 15:27
ㅎㅎㅎ 예전에 제가 듣도 보도 못한 우리나라 작가들의 책을 사대는 걸 보고 저희 아빠가 저한테 그 말씀을 하셨어요, 네가 출판사들 다 먹여 살린다고. 근데 요즘엔 저도 도서관 무한루프 + 헌책방 삼매경이라 새 책을 사는 비율이 엄청 줄었어요;; 그래도 책 사서 쌓아두면 읽기도 전에 참 뿌듯한데 말이죠^^
Commented by orora at 2009/11/06 12:00
저도 한 동안 도서관을 드나들었으나...이제는 안갑니다
이유는 쓸데없이 발동한 결벽증때문에.ㅎㅎㅎ..
독서량과 어떤 관계게 있을까요..
반납일자에 쫓기지 않아서 스트레스는 없는게 큰 장점이예요.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09/11/09 17:40
아무래도 내가 산 내 책으로 읽는 게 가장 즐거운 독서죠^^ 저도 그래서 정말 읽고 싶은 책은 사서 읽겠다고 하다가 결국 불량식품같튼 책들만 읽고 있는 거구요... 이제 날씨가 추워져서 도서관 가기 게을러지고 있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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