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책에 관한 얘기와 동물에 관한 얘기는 늘 궁금하다. anita님의 블로그에서 이 책을 알게된 후 쟁여놓고 있다가 문득 이 책이 절판될 것 같아 허둥지둥 구입하여 읽기 시작한 나는 진작 읽지 않은 걸 정말 후회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책벌레인 저자가 책과 나눈 사랑 얘기이다. 그리고 운 좋게도 저자의 주위에는 가족을 비롯해서 저자처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물론 저자가 책을 사랑하는 방식과 그들의 방식이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남편과 결혼한 지 5년(안지는 10년, 함께 산 지는 6년)만에 서재를 합치면서 책 정리 방법 때문에 골머리를 썩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과 책을 다루는 방법들이 상충해서 웃지 못할 일도 생기긴 하지만 어쨌든 이 책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맞아”, “나두나두” 할 만한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특히 ‘당근 삽입’과 ‘카탈로그 독서’ 정말……
나는 저자처럼 ‘세분파’이며, 저자와는 반대로 ‘궁정식 연인’이다. 물론 난 저자와는 다르게 영미 유럽 작가들이 아니라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더 세분해서 정렬하고, 책을 읽고 품에 껴안고 때로는 표지에 살짝 입맞추는 것 만으로도 책을 사랑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육체적 연인’들이 책을 갖고 하는 수많은 다른 일들은 얼마든지 다른 물건들로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내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위해서 내 주위에는 ‘육체적 연인’들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난 저자의 오빠의 행위에 가슴이 찌릿했고, 아버지의 행동을 읽고는 경악했으며, 남편의 행태에는 뒷골이 땡겼다).
난 이 책 또한 궁정식으로 아주 정중하게 대했으며 앞으로도 모든 책에 그럴 생각이다. 어쨌든 이만큼 재미있는 책에 관한 책들이 좀 더 출간됐음 좋겠다. “난 이 책, 이 책, 또 이 책 읽었어요”라고 자랑하는 책 말고 말이다.
덧글
뭔가 재미있는데요...
요즘 약간의 여유가 생겨 '그녀의 눈물 사용법'을 읽기 시작했어요.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임용고시 준비를 시작하게 될 것 같아서 서둘러 읽으려고 하는데, 책을 펼치면 천천히 조심조심 읽게 되네요.
그런 저에게 또 책으로 자극을 주시네요. 이 책 역시 너무너무 읽고 싶어지네요.
이 책 읽고 나서 알아먹을 수 있는 표현들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