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의 악몽

새벽에 난 잠시 깨었다가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 바로 악몽이 시작되었다.

난 고등학생이었다. 남녀공학, 한 반(실제로 난 남녀공학을 졸업했지만 분반이었다). 대학교 대형 강의실 같은 곳에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이 무리지어 앉아 있었다. 아마도 겨울이었는지 교복은 동복이었다. 교실 앞 쪽의 대형 스크린에서 교육자료 같은 걸 보여 준다 했다. 선생님은 교실 중간 쯤에 의자를 놓고 앉아 계셨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건 뜻밖에도 미드 수사물이었다. 난 실제로는 수사물을 종종 보곤 하지만 꿈 속에서는 공포감이 나를 덮쳤다.

잠시 뒤, 스크린 속의 그녀가 걸어 나왔다. 익사체. 결이 고운 녹색 금발을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다리에는 수초가 감겨 있는 낭창한 몸으로, 물을 뚝뚝 흘리며 맨발로 조심스레 걸어 와서는 교실 뒤쪽의 벽에 다리를 세우고 기대 앉아 무릎 위에 팔을 엇갈려 올리고 얼굴을 묻었다.

너무 무서웠다. 난 내 앞에 있는 회색과 분홍색 쿠션 두 개를 집어들고 선생님이 앉아 있는 교실 중간의 빈 공간으로 달려가 엎드려 고개를 땅에 쳐박고 머리 위에 쿠션 두 개를 올려 귀를 완전히 덮은 뒤 비명을 질렀다. 선생님이 날 노려봤다. 교실 뒤쪽의 그녀는 애잔했고, 부패하고 있었다.

누군가 나를 불렀다. 여러 벌의 코트를 보여주며 어떤 걸 입겠냐고 물었다. 난 이미 하얀 패딩을 입고 있었기에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패딩의 허리끈을 묶으려 했지만 왜인지 묶을 수가 없었다.

장면이 바뀌어, 난 밖에서 학교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참이었다. 학교는 숲길 옆에 있었고 따로 경계는 없었다. 걸어가는데 옆 쪽에서 규칙적인 탕, 탕, 탕 소리가 들렸다. 장작 패는 소리네, 하며 돌아보자 커다란 통나무 받침 위에서 도끼 한 자루가 저혼자 보이지 않는 장작을 패고 있었다. 또다시 공포감이 엄습했다. 저만치 앞서 걸어가고 있는 흰 옷 입은 소년을 불렀다. "**아, 같이 가자". 그가 돌아봤고, 도끼를 발견했고, 엄청난 속도로 뛰어서 학교로 들어가 버렸다. 난 계속 그를 부르며 뛰었지만 따라 잡을 수 없었다. "**이가 날 버리다니". 슬퍼하며 운동장 안으로 뛰어가는데 다른 소년이 "**이가 널 버렸네"하며 활짝 웃었다. 비웃음인지 위로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깼다, 다행히도.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6/09/22 11:15 | 힘내서 살아가기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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