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독서 목록

1.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오렐리 발로뉴, 유정애 역. 북폴리오. 2016. 254쪽)
: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페르디낭 할아버지. 놀부 뺨치는 심술 덩어리다. 같은 아파트 사람들이 자신을 연쇄살인범으로 오해하도록 단서를 흘리고, 분리수거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며 비호감으로 등극한다. 특히 너무나 싫어하는 관리인 쉬아레 부인과는 철천지 원수 사이. 어느 날 페르디낭의 유일한 가족이자 단 하나의 사랑인 강아지 데이지의 차에 짓이겨진 시신을 쉬아레 부인이 가져오고, 페르디낭은 이를 간다.

뭐, 전형적인 외롭고 못된 노인의 개과천선기. 새로운 차원의 심술과 그 심술을 친절로 바꿔줄 신선한 인물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냥 어떤 나라의 어떤 노인이든 부릴 만한 심술과 독선, 그리고 뻔한 인물의 등장과 수법이 노인의 마음을 풀어준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해피엔딩이 확실한 만큼 맘 편하게 머리 식히며 읽었다.


2. 지구에서 한아뿐(정세랑. 네오픽션. 2012. 247쪽)
: 이 남자, 정말 최고다. 내가 소설에서 만났던 남자들 중 순정에 있어서만큼은 단연 1위다. 멀리서, 정말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사랑에 빠져 우주를 가로질러 온 남자. 전재산을 바쳐 지구인의 몸을 사고 자신만의 특권을 포기한 남자. 그래놓고 이해와 보상이 아닌 그저 '고려해줌'(97쪽)만을 바라는 남자. 진짜 멋있어. 과하게 멋있어.

이러니 내 현실 연애세포가 말라가지. 하다하다 이젠 외계인이 이상형이 되냐. 아무래도 정세랑은 천재같다. 그게 아니면 외계인이거나. 그래, 분명해. 그래서 망원경으로 지구 여자들을 다 들여다보고 이상적인 남자를 창조해낸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마지막 챕터는 좀 무거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이다로 읽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주선이 아깝긴 하지만. 어쨌든 빨리 신간 좀 내줬으면 좋겠다...라고 11월 1일에 썼는데 신간 나왔다. 예에~!!


3. 꿈을 파는 빈티지샵(이사벨 울프, 서현정 역. 노블마인. 2009. 567쪽)
: 가볍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 형식은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사실은 각자의 상처를 보듬는 이야기이다. 친한 친구 엠마가 사랑했던 가이와 약혼까지 했던 피비. 엠마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가이와 헤어지고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와 빈티지 드레스샵을 연다. 첫날 지역 신문기자 댄이 취재를 오고, 피비는 드레스를 구하러 경매에 갔다가 부유한 마일스를 만난다.

큰 줄기는 피비의 마음의 상처와 벨 부인의 회한을 해소하는 이야기. 특히 벨 부인의 유대인 친구 이야기가 묵직함을 더한다. 그리고 이 사이사이에 피비의 빈티지 빌리지에 드레스를 사러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피비의 새로운 데이트, 그리고 피비 부모님의 이야기가 솜씨좋게 섞여들어 있는데, 어느 하나 어색함이나 이질감 없이 재미있다. 이 와중에 가이와 마일스는 비호감이었지만. 피비가 자신의 상처를 곱씹고 벨 부인이 비밀을 털어놓는 건 읽으면서 맘이 많이 아프기도 했지만 자연스럽고 개연성 있는 해피엔딩이 맘을 위로해 주었다.


4. 화재 감시원(코니 윌리스, 김세경, 정준호, 최세진, 최용준 역. 아작. 2015. 379쪽)
: SF는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흥미를 좀 붙여보려는데, 역시 코니 윌리스가 나같은 초보자에게는 딱인듯. SF의 느낌은 크게 나지 않았고, 수록 작품들 대부분이 좋았다. 표제작이 가장 좋았지만, <내부 소행>도 좋았다. 사실 <내부 소행>은 전혀 SF같지 않았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건 표제작의 "역사학자의 소임은 침묵"이라는 말.


5. 이야기꾼 1, 2(쉘 요한슨, 원성철 역. 들녘. 2008. 336쪽, 280쪽)
: 시처럼 써내려간 가난하고 불안했던 어린 시절.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다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7개의 바다를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는 아빠는 집안 곳곳을 고치고 내게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해주지만 술만 마시면 눈이 뻘건 괴물로 변하고, 내가 사는 집은 '보통 사람들'이 사는 거리에서는 떨어져 있는 '무너져 가는 집'이다. 나와 누나 에바는 서로가 친구일 뿐 다른 아이들의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아도 그 집에 들어갈 수도 없다. 그래도 엄마와 할머니는 지역 도서관 사서의 존경을 받을 정도로 책을 탐닉하고, 특히 할머니는 노동 운동에 관한 책을 손자들에게 읽힐 정도로 깨어있다.

아름답기는 했다. '차가운 길'과 뮈르딩어의 울음소리, 골목 아이들의 사진과 얼굴에 밀가루를 칠하고 넥타이를 맨 아빠. 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라면 선뜻 그럴 수 있을까? 그 때로 돌아가라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무사히 지나왔기에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과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소리내어 이야기함으로써 치유받는 마음. 사실 그걸로 됐다. 그거면 충분하다.


6. 개와 늑대의 시간(김경욱. 문학과지성사. 2016. 332쪽)
: 1982년 경남 의령군. 손씨 집성촌의 유일한 법대생 박만길은 고향에 오랜만에 내려오던 중 담배 가게에 들르는데, 문 닫은 적이 없던 담배 가게가 웬일로 캄캄하다. 경찰서 지서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느닷없이 담뱃불을 빌려달라는 사람과 마주치고, 곧 총소리가 들린다.

한 마을 몰살기. 작가는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르포르타주처럼 담백하게 기술한다. 그래서 좀더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었고 좀 덜 놀라고 덜 슬플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종류의 비극은 내가 원래부터 좋아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인데. 하지만 막상 그 시간에 저쪽에서 오는 짐승이 개인지 늑대인지는 제대로 판단해 낼 자신은 없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7. 첼시의 신기한 카페로 오세요(맥스 루케이도, 권기대 역. 베가북스. 2015. 333쪽)
: 일단, 기독교에 호감이 없다면 이 책이 조금 불편할 수 있다. 저자가 목사인 만큼 기독교적 분위기가 강하다. 그래도 소설적인 재미가 덜하진 않다. 유명 수퍼볼 선수와 이혼 과정 중에 있는 첼시.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가 물려준 카페로 와서 카페를 다시 살려보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카페에는 밀린 세금도 어마어마. 이걸 하늘에서 모두 내려다 보던 첼시의 수호천사 사무엘은 첼시를 도와주기 위한 계획을 시작한다.

얘기했듯, 기독교적 설정이 있긴 한데 사실 헐리웃 로맨틱 코미디 보듯 읽으면 좀 수월할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출근길에 다른 책을 들고간 게 있었다면 난 안 읽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재미가 아주 없진 않았다. 로맨틱한 요소도 있었고 해피엔딩도 확신할 수 있었으니. 다만 결말은 아쉬웠다. 그게 뭐니? 혼자서도 씩씩해야지. 어쨌든 만약 이 책에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60점.


8. 말더듬이 자크(소르쥬 살랑동, 이주영 역. 아고라. 2007. 335쪽)
: 말을 더듬는 열 두 살 자크. 주위에 친구라곤 봉지밖에 없다. 말더듬증을 고치기 위해 약초라고 생각되는 풀을 우려내어 마시고, 안 좋았던 일들은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침대 상판 밑에 일기를 쓰며 맘을 달랜다. 말을 더듬지 않기 위해 동의어 사전을 수시로 찾고 단어장을 만들지만 반 아이들은 계속 놀려대고,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 때문에 맘 속 두려움은 쌓여간다.

조금은 답답하고 많이 안쓰럽고 또 약간은 슬픈 이야기. 자크를 보호해준 건 부모가 아니었다. 자크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똑같은 옷을 입은 봉지. 그리고 마뉘 선생님. 자크는 결국 다른 친구들을 갖게 되지만 이게 해피엔딩인지는 모르겠다. 자크의 학교 생활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다만 마뉘 선생님은, 눈물나게 고마웠다.


9. 나의 요리사 마은숙(김설원. 나무옆의자. 2016. 231쪽)
: 제목에 낚였달까. 요리사가 말 그대로 요리사인 줄 알았는데. 차라리 '첫사랑 마은숙'이라고 했다면 역시나 낚이긴 했겠지만 첫 챕터에서 풀렸을 텐데. 백년 넘은 집을 홀로 지키며 사는 '나'는 이제 내년쯤이면 죽은 남편 옆 미리 잡아놓은 묘 속에 눕고 싶다. 이런 내게 출판사를 하는 아들은 자서전을 써보라며 대필 작가 마은숙을 집으로 보낸다. '나'는 마뜩잖지만 살갑게 구는 마은숙의 질문에 생각 밖으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전형적인 전개와 짐작 가능한 내용들. 게다가 디테일에서 어긋나는 부분이 가끔 튀어나와 거슬렸다. 그래도 마은숙과 마신령의 얘기는 괜찮았다. 딱 마신령 얘기 나오면서부터 끝부분까지를 압축해서 쓴 단편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 작가는 다음에 또 읽을 것 같지 않다.


10. 알바니아의 사랑(수산나 포르테스, 조구호 역. 들녘. 2011. 288쪽)
: 금지된 사랑과 독재하의 어두운 사회상을 햇살 아내 빛나는 빗방울같은 문장으로 얘기한다. 배경은 시종 비라도 내리듯 칙칙하지만 이스마일과 헬레나의 다락방은 아련하게 빛난다.

독재 정권의 수뇌부 大자눔의 두 아들 빅토르와 이스마일. 형제의 어머니는 어릴 때 죽었고, 자눔의 빌라에서 형제의 어머니는 다만 '그 여자'라고 불린다. 동생에게 헌신적이었던 빅토르와 형을 누구보다 믿었던 이스마일은 서로에게 비밀이 없었지만 빅토르는 기숙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아버지와 점점 닮아가고, 이스마일은 형에게 거리감을 느낀다.

짧지만 깊었다.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무덤의 나라' 알바니아를 읽어내기에 충분했고 헬레나의 숱많은 머리칼은 그들의 고뇌를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다행인 결말도. 난 이것으로 충분했다.


11.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황현진. 문학동네. 2011. 283쪽)
: 공고 3학년 만생. 느닷없이 부모님은 학교 앞에 옥탑방 하나를 얻어주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버린다. 만생은 베프 태화가 소개해 준 이태원 SA급 짝퉁 명품 가게에서 알바를 시작한다.

좋아하는 여자애의 이상형이 공고생이어서 공고를 간 초단순 남자아이답게 적당히 무식하고 적당히 무모하다. 그래도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다른 누군가의)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 부모에 대한 추억과 걱정, 사랑에 대한 혼란. 난 부담없이 읽었지만 만생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꽤 묵직하게 다가갈 수도 있을 듯. 다만 갑작스런 결말은 당황스러웠다. 적어도 한 챕터는 덜 쓴 듯한 느낌.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12.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모험(제임스 샤피로, 신예경 역. 글항아리. 2016. 539쪽)


13. 댓글부대(장강명. 은행나무. 2015. 247쪽)
: 길지 않지만 씁쓸한 이야기.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그러리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단순히 뉴스 기사에 여론 선동성 댓글을 다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진보 성향의 커뮤니티들을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도록 교묘히 싸움의 불씨를 피우고 조용히 부채질하는 여러 방법들. 게다가 마지막에는 나름의 반전마저 있다. 현 시국과 맞물려 결코 그냥 읽을 수만은 없었던 이야기.


14. 록스 호텔(피터 니콜스, 정윤희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2016. 582쪽)
: 사랑과 오해에 관한 아름다운 소설. 지중해의 작은 섬 마요르카에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루루가 운영하는 록스 호텔이 있다. 아흔 살이 다 된 루루는 얼마 전의 뇌졸중의 영향으로 그동안의 시계처럼 정확하던 습관을 버리고 아무 때나 장을 보러 나가다가 몇 십년 동안 마주치지도 않았던 첫번째 남편 제럴드와 식품점에서 마주치고, 60여년 전의 오해에 관해 해명하려 쫓아 온 제럴드와 말다툼하다가 함께 익사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이어진다.

독특한 형식도 이 소설의 아름다움에 한 몫 하기는 했지만, 띄엄띄엄 이어지는 이야기를 끼워맞추기 위해 책 앞부분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 좀 귀찮았다. 작은 오해로 시작된 균열은 서서히 사랑을 잠식하기도 하지만, 루루처럼 단호한 성격을 가진 여인의 사랑은 한 번에 쪼개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누누히 얘기하는 거지만 사랑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 60년이 지난 후에까지 쫓아와서 난 문제를 해결했노라고 얘기하는 건 아무 의미 없다. 어쨌든 이 책은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이고, 그 때는 챕터를 거슬러서 뒤에서부터 읽어볼 것이다.

ps. 이봐요, 편집자! 517쪽!!!!


15. 목수의 연필(마누엘 리바스, 정창 역. 들녘. 2012. 240쪽)
: 술집에서 일하는 에르발은 내전 당시 군인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끈질기게 감시했던 다 바르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간수로 일하면서 화가의 '밤 산책'을 갔다가 얻게 된 목수의 연필을 귀에 꽂은 채 들리던 화가의 목소리와, 자신이 사랑하는 마리사의 다 바르카를 향한 사랑도.

어린애같은 말이지만 진정한 사랑은, 진짜 정의는 누구도 죽일 수 없다. 다 바르카의 영웅적인 삶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건 사랑 이야기이다. 에르발의 집요한 사랑이 지켜준 마리사의 사랑 이야기. 적어도 난 그렇게 읽었다. 이 소설의 배경이 지닌 무게는 사실 역자 해설을 읽으면서 더 많이 알았다, 부끄럽게도.


16. 유럽, 소설에 빠지다 1, 2(안토니오 타부키 외, 이혀경 외 역. 민음사. 2009. 262쪽, 285쪽)
: 기대보다 재미없었다. 1권의 첫번째 작품이 좋아서 나머지 작품들도 기대했는데 읽을 수록 난해하기도 하고 진도가 쉬이 나가지지 않아서 답답했다. 서문에서 '도시에서의 삶'이 공통 주제라고 했는데 의외로 작가들이 모국의 도시보다는 '떠나와 머물고 있는 이 도시'의 이야기를 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17. 야만적인 앨리스씨(황정은. 문학동네. 2013. 162쪽)
: 여장노숙자 앨리시어의 야만성의 근원을 이야기한다. 앨리시어가 아이였을 적 살던 고모리와 늘 앨리시어를 따라다녔던 어린 동생과 언제 어떤 계기로 '씨발'이 될 지 알 수 없었던 엄마와 집을 올려지어 값을 받아먹기에 눈이 먼 늙은 아비에 대해, 그리고 길 한가운데에 죽어 누워 부패해가던 개에 대해.

기괴했고 불편했고 미웠고 역겨웠다. 책이 아니라 책 속 폭력이. 그래도 이 책을 읽은 건 잘한 일이다. 폭력을, 약한 자에게만 강한 자들을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수 있도록 맘을 강하게 할 수 있었으니.


18. 개더링(앤 엔라이트, 민승남 역. 랜덤하우스. 2008. 335쪽)
: 오빠 리엄이 죽었다. 시신이 잘 발견되도록 밝은 형광조끼를 입고 주머니에 무거운 것을 넣은 채 바다로 들어갔다. 엄마는 열 아홉 번의 임신과 일곱 번의 유산을 했고, 우리 열 두 남매 중 살아 남은 아홉. 그 중 나 베로니카만이 리엄의 장례식을 준비할 여유가 있다. 베로니카보다 겨우 11개월 일찍 태어난 리엄과 베로니카, 그리고 바로 아래 동생 키티는 어릴 적 출산에 지친 엄마에 의해 외할머니 에이다의 집으로 보내졌다. 베로니카는 리엄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에이다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시처럼 아름답고 바다처럼 깊은 이야기이다. 바람처럼 손에 잡히지 않지만 어떻게든 안아주고픈 리엄과 리엄의 장례식 후 남편과 딸들에게 맘 붙이지 못하고 부유하는 베로니카. 늘 허깨비 같았던 엄마는 이제 아예 존재자체가 희미해져 가고, 형제자매는 남 같다. 장례 중 누군가 다정하게 쓰다듬어 준 손길을 느끼지만 그게 누군지도 모르겠다. 그 손길의 주인을 찾고 싶어하는 베로니카의 마음이, 조카의 말랑한 뺨을 부비고 싶어하는 베로니카의 마음이 만져질 것 같다.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6/12/02 11:14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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