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독서 목록

1. 감기(윤성희, 창비)
: 꽤 재밌게 읽은 단편집. 표제작을 비롯해서 모든 단편들이 다 재미있었다. 특히 "안녕, 물고기자리"는 왠지 나도 소설 속의 그녀들처럼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2. 파울라(이사벨 아옌데, 민음사)
: 오랜만에 읽은 아옌데.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과 르포 형식의 작품이 확연히 구분되는 마르께스와는 달리 아옌데는 현실의 사건과 마술적 사실주의를 혼합해서 정말 완벽하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글을 쓰며 아픈 딸 곁을 지키고 사랑하는 딸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모습에 난 많이 울었고 또 많은 힘을 얻었다. 제 3세계 여성들이, 그리고 우리나라 여성들이 어떻게 힘든 삶을 헤쳐왔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정말 개인적인 것이 바로 역사적인 것임을 느끼게 해준 책.

3. 침이 고인다(김애란, 문학과지성사)
: 김애란의 책은 단편들만 띄엄띄엄 여기저기서 읽어왔는데 이렇게 단편집을 읽은 것은 처음인 듯. 그녀의 단편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떻게 이렇게 비루한 일상을 콕 집어낼 수 있을까. 게다가 위트까지... 그녀가 앞으로 많은 작품들을 써낼 거라고 믿고 있고, 그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4. 고슴도치의 우아함(뮈리엘 바르베리, 아르떼)

5. 바늘(천운영, 창비)
: 뭐랄까, 여성성 아니 인간성의 그로테스크한 부분을 불편하지 않게 드러내 보인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쁘지 않은 외모, 강렬한 성격을 가진 여주인공들이 마냥 편안했던 건 아니지만 수동적이지도 타협적이지도 않은 그녀들이 난 좋았다. 사놓고 읽지 않은 그녀의 다른 작품집이 정말 기대된다.

6. 동정없는 세상(박현욱, 문학동네)
: 왜 남자는 동정을 잃기 위해 미친듯이 헤매고 여자는 동정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나. 쉽게 술술 읽혔던 책. 아마 90년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다들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동까지는...

7.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두 남편(조르지 아마두, 열린책들)
: 역시 라틴 문학은 내게 늘 힘을 준다. 마르께스나 아옌데와는 또다른 마술적 사실주의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
망나니 남편과 7년의 결혼 생활을 하고 사별한 도나 플로르는 첫번째 남편과는 정반대의 거의 완벽한 듯 보이는 두번째 남편을 얻는다. 하지만 두번째 남편에게는 없고 첫번째 남편에게만 있는 것을 그리워하는 그녀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게 되는 이야기. 시대배경에 비하면 자기주장 확실하고 적극적이며 사랑스러운 그녀의 얘기가 정말 유쾌하게 그려져 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이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8.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김인숙, 문학동네)
: 삶은 항상 죽음을 업고 다닌다. 그걸 잊고 살고는 있지만,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음의 순간에 우리를 위로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일까.

이 단편집의 뒷부분 작품들은 죽음이라는 주제에서 조금은 멀리있는 듯 보였지만 난 표제작이 워낙 강렬해서 이 단편집 전체를 읽으며 계속 죽음에 관해 생각했던 것 같다. 김인숙은 작품을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점점 더 좋아진다.



*

아, 누군가 내게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냐고 물으면 난 세상의 모든 언어를 읽고 해석하고 쓰고 말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할 것이다. 번역 출간되길 기다리는 건 너무 힘들다.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0/02/02 12:33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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