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쪽』, 마르셀 서루

먼 북쪽 - 10점
마르셀 서루 지음, 조영학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후기/사월의책


먼 미래의 이야기일까...... 지구는 멸망 이후인 듯, 주위에는 아무 것도, 아무도 없는 동토. 시체가 그냥 밟히는 황무지에서 메이크피스는 가족과의 추억에 기대어 옛집을 지키고 있다. 책을 읽지도 못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보존하는 메이크피스는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책을 태우려는 아이를 총으로 쏜다.

텅 빈 세계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혹은 혼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야기이거나. 하지만 이야기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치 문명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풍경과 인간들. 탄저균과 방사능의 위협이 동시에 존재하고 '기억의 돌'과 신비한 푸른 플라스크가 마음을 흔들고 붙잡는 세계.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性을 지워버린 인간. 이 책을 읽는 누군가는 메이크피스의 여정에 주목할 테고 또 누군가는 멸망 후의 지배 논리에 관심을 갖겠지만 내게는 오직 메이크피스의 생존만이 중요했다. 다시 극북에 발 디딜 수 있을 지가. 그리고 메이크피스 또한 그러했으리라.

죽어가는 것에는,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눈길을 돌려 외면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게 하는 무언가가. 절대 그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은 혐오와 사그라져가는 불꽃을 눈빛으로나마 마지막까지 지켜주고 싶은 연민이. 난 이 이야기가 먼 (혹은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일거라 얘기했지만 사실은 지금 여기의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이미 이 지구상에는 방사능으로 소개된 도시도, 탄저균도, 노예도, 생존을 위해 性을 부인해야 하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나. 결국 우리 모두는 잡아야 하는 서로의 손을 뿌리치며 각자 하지만 함께 멸망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을 지도.

그래서 마지막 메이크피스의 말이 더 와 닿았다.


다만 그대들한테 남겨줄 세상에 대해선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 318쪽


나 또한 그러하다.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7/06/15 17:01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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