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싫어

남들 보기에는 평범하고 평온한, 하지만 머리와 가슴 속은 한낮의 아스팔트처럼 지글지글 끓고 있는 날들이다.


일단, 회사가 또 이사를 했다. 아주아주 멀리. 출근 시간은 배 이상 늘어났다. 전에는 30~35분 정도 걸렸는데 이제는 1시간 20분이 걸린다. 너무 힘들다. 지하철 타는 시간이 길어졌으니 책 읽을 시간도 늘어난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체력이 너무 달려서 긍정의 힘 따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를 않는다. 원래도 다니기 싫었던 회사와 하기 싫었던 일이어서 더더욱 적응하기 힘들다. 이 와중에 일은 더 쏟아지고...

그나마 바뀐 사무실에서 딱 한 가지 맘에 드는 건 내 자리가 바로 창 앞이고, 창문 너머로 건너편 빌딩의 옥상 정원이 멀리 보인다는 것. 몇 그루의 나무와 풀 몇 포기를 보며 나 자신을 토닥이고 있다.

회사 다니기 싫다는 얘기는 몇 년 째 하고 있어서 이웃님들께 미안한 맘까지도 들지만, 또 해야겠다. 나 진짜 그만두고 싶다.... 그런데도 그만두지 못하는 건 돈 때문이다. 지금 벌어둔 백만원이 10년 20년 뒤에 몇 천만원이 되지는 않겠지만 지금 벌 수 있는데도 안 번 백만원은 10년 20년 뒤에는 정말 아쉽고 아쉬운 돈일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게 부끄럽지는 않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잖나.

게다가 난 4개월 뒤에는 이사를 해야하는데 그 때 대출이 필요할 것 같고 그러려면 적어도 11월말까지는 회사에 붙어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밀어내더라도 내가 붙들고 늘어져야 하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니까 더 우울한 기분이다.

회사를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다른 한 가지 이유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거다. 지금 기분대로라면 아무 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고 싶다. 누워서 책 읽다가 자다가....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無爲하다가 그냥 스르르 사라지고 싶다. 이런 생각 속에 회사를 그만두면 난 정말 딱 굳어버릴지도 모른다. 굳은 채로 1년, 2년... 그렇게 도태될 지도. 그러다 어느 순간 길거리에 나앉아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을 하면 좀 무섭다... 내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주위에 끼칠 폐 때문에.

결국 모든 건 돈으로 귀결된다. 내가 돈이 많다면 이런 게 다 무슨 걱정이겠어. 아, 지겨워라, 이 놈의 돈.


회사가 멀어진 이후로 오후에는 꼭 한 번씩 낮잠을 나도 모르게 자게 되는데, 아까는 낮잠에서 깨어나 보니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자면서 잠꼬대라도 한 건 아닌지, 혹 울부짖기라도 한 건 아닌지 은근 걱정된다. 머릿 속에서 '이 일이 싫어, 회사도 싫어, 멀어서 못 다니겠어 -> 그럼 그만둬야지 -> 그만두면 뭘 해서 먹고 사나? 이 일은 진짜 싫은데 -> 난 할 줄 아는 게 없잖아 -> 그럼 다시 이 일을 하는 회사로 취직해야겠지 -> 그 회사들은 거의 다 이 동네로 이사했잖아. 더 이상 강남에는 없어 -> 그럼 여기 그냥 다니는 게 낫네 -> 근데 이 회사 진짜 싫어' 가 무한 반복되고 있어서 혹시 이런 내 기분이 나도 모르게 막 쏟아져 나온 건 아닐까 싶어서.

어찌됐든 일단은 버텨봐야겠지. 또 이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난 내일도 성실하게 출근하겠지. 가진 건 성실함 하나라서. 아, 로또 1등 됐음 좋겠다...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6/08/18 17:10 | 힘내서 살아가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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