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독서 목록

1. 오버스토리(리처드 파워스, 김지원 역. 은행나무. 2019. 702쪽)
: 숲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는 아홉 명의 이야기. 직접 마주해서 행동한 사람들 뿐 아니라 그저 생활 속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나무를 지켜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환경운동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조상이 찍은 백 년 치의 밤나무 성장 사진을 물려받은 조각가, 이민 온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나무가 새겨진 반지와 족자를 소중히 간직하는 엔지니어, 참전 중 격추됐지만 나무 위에 떨어져 살아남아 귀국한 뒤 나무를 심으며 돌아다니는 전직 군인, 감전되어 심장이 멎었다가 살아난 뒤 나무를 위해 헌신하는 대학생, 환경운동가들의 심리가 궁금했던 대학원생 들은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움직인다. 그와는 다르게 나무에서 추락해서 장애인이 된 게임 개발자와 그저 <맥베스> 공연에서 만난 부부는 그저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무를 지켜나가고, 청각과 언어 장애가 있는 과학자는 나무를 연구하며 인간이 몰랐던 나무를 대변한다.

인상깊었던 건 역시 패트리샤의 연구 이야기. 이 책이 소설이긴 하지만 작가가 이 책을 쓰기 위해 가장 자료조사를 충실히 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이고 또 검색을 자세히 해본 건 아니지만 나무들의 연대 이야기는 나도 귀동냥으로 여기저기서 들어봤기에, 이 책의 신비로우면서도 충만한 분위기 속에서 읽으니 더 가슴에 와닿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이 남은 이야기는 레이와 도러시 부부 이야기. 어쩌면 현실 속에서 가장 비근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삶과 정원에 대한, 어떤 사람들은 '소극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가장 적극적일 수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나를 조금 울게 했다.


2.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공선옥 외. 창비. 2019. 314쪽)
: 신동엽 문학상 수상자 신작 소설집. 모음이 모음이니만큼 공통 주제를 찾기는 힘들고 그냥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작이라서 무난하게 읽었다. 가장 좋았던 작가는 김금희.


3. 바바리안 데이즈(윌리엄 피네건, 박현주 역. 알마. 2018. 659쪽)
: 서핑과 함께한 삶. 서핑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지만 재밌게 읽었다. 읽은 후에도 서핑을 하고 싶다거나 하다못해 바다조차 보고 싶은 맘이 생기진 않았지만 - 오히려 약간 멀미나는 기분까지 느껴졌다 - 긴 독서는 괜히 뿌듯했다. 서핑에 많이 할애하긴 하지만 이건 기본적으로 우정과 사랑, 방황의 이야기였다.

서핑은 파도와 바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드와 서퍼 자신은 물론, 보이지 않는 암초와 물의 성질도 서핑에 영향을 미친다. 파도를 탈 때 몸은 물 위에 있지만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기준은 뭍에 있는 지형지물이다. 인생도 그러하지 않은가. 보이는 것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이 미치는 영향들. 인생에서 기준이 되는, 움직이지 않는 진리들. 그리고 일단 보드 위에 올라서면 어떻게 되든 그 위에서 버텨야 한다는 것.


4. 세월(아니 에르노, 신유진 역. 1984books, 2019. 309쪽)
: 여자아이로, 여성으로 보낸 세월들. 프랑스 근현대사, 사회기술의 발전이 보통 사람의 생활과 의식에 미친 영향. 자전적으로 읽힌다. 생각의 변화뿐 아니라 소비생활까지 이야기하고, 매개체도 사진에서 영상으로, 다시 사진으로 변화한다. 가족식사 구성원의 변화와 대화주제, 양상도 변화한다.

저자 특유의 차분함으로 편안하고 고요하게 읽었다. 비슷한 전개 방식의 두 소설(장폴 뒤부아『프랑스적인 삶』, 귄터 그라스『나의 세기』)가 얼핏 떠오르긴 했는데 장폴 뒤부아보다 건조하고 귄터 그라스보다 말랑하다. 가독성은 가장 좋은 듯. 물론 장폴 뒤부아와 귄터 그라스는 읽은지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안나긴 하다. 다만 교정/맞춤법 오류는 옥에티. 특히 '바치다'를 계속 '받치다'로 일관성있게 틀려서 정말 거슬렸다. 뜻이 얼마나 달라지는데...


5. 블랙 아이스(마이클 코넬리, 한정아 역. RHK. 2015. 479쪽)
: 해리 보슈 시리즈 2권. 보슈는 마약팀 경찰 무어가 시체로 발견된 현장에 출동한다. 허름한 모텔에서 산탄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경찰은 얼마 전 보슈가 블랙 아이스라는 신종 마약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만난 적이 있다. 자신에게 할당된 사건을 수사하던 보슈는 그 사건이 무어의 자살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하고 파헤치기 시작한다.

과거를 묻은 자 vs 끊임없이 과거로 돌아가는 자. 땅굴에서 나올 때 안도하는 자 vs 땅굴로 들어가는 자. 진실을 좇는 자 vs 진실을 묻는 자. 정의가, 진실이 승리했다고 보기에는 조금 부족할 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보슈는 매력적이고, 어쩌면 그는 늘 옳은 지도 모르겠다.


6. 늑대가 온다(최현명. 양철북. 2019. 383쪽)
: 여행기인 줄 알았는데 추전관찰일지이다. 저자는 2002년 늑대를 좇아 중국 네이멍구 지역으로 간다. 현지인에게는 양을 습격하는 유해 동물일 뿐인 늑대를 좇으며 '발자국/흔적을 찾았지만 없었다, 우연히 늑대를 발견했지만 놓쳤다'가 대부분인 이야기인데도 재밌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멸종된 늑대가 중국/몽골 지역에서도 멸종 위기이고, 이는 당연하게도 바로 앞만 내다보는 인간의 판단착오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 유목민들에게 당장 늑대를 죽이지 말라고, 보호해야 한다고 누가 얘기할 수 있을까?


7. 아무도 원하지 않은(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박진희 역. 황소자리. 2018. 428쪽)
: 이혼한 아내가 추락사한지 6개월. 오딘은 어린 딸 룬을 돌보기 위해 정부 조사위원회로 직장까지 옮기고 생활에 적응중이다. 새롭게 조사하게 된 사건은 40여년 전 문제아들을 수용하는 사설 보호소에서 일어났던 소년들의 죽음. 오딘의 이야기와 40년 전 보호소에서 일했던 알디스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북유럽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서늘한 분위기를 담뿍 담고 있는 스릴러다. 게다가 이런 반전이. 설마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음에도 결말은 소름끼친다. 다만 프롤로그와는 그닥 연결되지 않는 느낌이고, 40년 전의 알디스가 너무나도 현대적인 느낌이라는 게 옥에티랄까. 그래도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필력은 감탄스러울 만했다. 처음에는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독자의 기대감을 누르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끌어두는 구성이 꽤 영리하다. 이름이 어렵긴 하지만 이 작가 기억해둬야 겠다.


8. 나의 아로니아 공화국(김대현. 다산책방. 2018. 415쪽)
: 2038년, 아로니아 공화국의 초대, 2대 대통령 김강현은 이제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을 맞아 감회가 새롭다. 그의 나이 일흔. 동중국해 한가운데에 있는 숨은 사암 섬에 아로니아 공화국을 세우고 효율적으로 통치해 온 그는 그간의 세월을 회상한다.

일면 황당할 수 있겠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상상을 바탕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심플하게 요약하고 한일대륙붕 협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상당히 재기발랄하고 유쾌하지만 그의 잔소리가 결코 가볍지는 않다. 작가의 말대로 이 책을 읽고 대륙붕 협정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일 테니까. 다만 문장은 많이 아쉽다. 글빨이 나쁘지는 않은데, 잊을 만 하면 한번씩 등장하는 비문이 몰입을 방해한다.


9. 왜 맛있을까(찰스 스펜스, 윤신영 역. 어크로스. 2018. 414쪽)
: 가스트로피직스. 미식학 + 물리학을 합한 분야를 말한다. 말 그대로 식기, 배경음악, 분위기, 플레이팅 등이 맛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해 준다. 난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음식을 가려서 조금씩만 먹어야 하는데, 자꾸만 과식을 하게 되어서 영 낫지를 않고 있다. 이런 내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집어든 책인데, 이 책은 나같은 환자나 다이어터 보다는 요식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책이다. 다만 증강현실에 관한 이야기는 내게도 유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다. 우리나라의 먹방 이야기라든지, 혼밥의 위험성 등 기존에도 알고 동의하는 항목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당연한 얘기를 길게 써놓았다. 다만 맨 뒤의 팁 10가지를 정리해 둔 건 유용했다.


10. 적과 흑 1.2 (스탕달, 이동렬 역. 민음사. 2004. 440쪽, 461쪽)
: 나폴레옹 실권 후 왕정복고 시대 지방 소도시, 강한 신분상승 의지를 가진 쥘리엥은 라틴어 성경을 통째로 외우는 능력 덕분에 시장의 아이들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된다. 시장 부인인 드 레날 부인과 가까워지게 된 쥘리엥은 거의 의무적으로 그녀를 유혹하고, 이를 발판 삼아 천천히 자신의 야망을 실현해간다.

사실 쥘리엥의 신분상승 여정보다는 그의 연애사가 주 에피소드이다. 연애를 글로 배운 쥘리엥이 머리 빠개질 듯 쉴 틈 없이 상황을 해석하고 무엇이 이로울 지 계산하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신경쓰는 내용이 거의 대부분인데, 그 와중에 그의 운빨과 상대방의 오해와 정황이 맞물려서 그 자신이 원하는 대로 파리의 귀족사회로 진출하게 되는 상황이 실소를 자아낸다. 이래저래 호감이 가지 않는 쥘리엥이지만 아무래도 심리묘사가 상당히 섬세하다보니 그의 시점에서 그에게 동화된 듯 읽어나갈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라고 할 수만은 없겠지만 상대적으로 여성들에게는 공감하기 힘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똑똑한 여자들이 사랑에서는 잘못된 판단을 하곤 하지. 전에 읽은 『파르마의 수도원』보다 재미는 덜했다.


11. 루거 총을 든 할머니(브누아 필리퐁, 정소미 역. 위즈덤하우스. 2019. 415쪽)
: 102세 할머니 베르트가 방아쇠를 당기는 걸로 소설은 시작된다. 2차 대전 중 독일군이 사용했던 루거총을 경찰에게 쏘아대는 이 할머니를 가까스로 취조실로 데리고 온 벤투라 반장에게 베르트 할머니는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해 준다.

처음에는 베르트의 캐릭터가 전형적이라고 생각했다. 나이 들었지만 정정하고 카랑카랑한 할머니. 하지만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단순히 기력 좋고 드센 할머니가 아니라는 게 드러났고, 이 할머니가 좋아지는 것 이상으로 존경스럽고 또 부럽기도 했다. 루거 총을 갖게 된 계기부터, 자신의 삶에 나타난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고 꽉 잡을 줄 알았던 베르트의 면밀함과 평생의 사랑 이야기까지 어느 것 하나 모자람도 넘침도 없었던 깔끔하게 재미있던 소설. 이야기가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웠다.


12.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손보미. 문학과지성사. 2018. 293쪽)
: 일상에 서서히 틈입해오는 '폭신폭신하고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종류의 침입(18쪽)'. 하지만 독자로서 스트레스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분명히 침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저 뒷 이야기가 궁금할 뿐. 때로는 침입자와 당한자가 뒤바뀌거나 구분이 안 가기도 한다. 큰 상처없이 마무리되는 이야기들. 역시 이 작가는 장편보다 단편이다. 가장 좋았던 건 「죽은 사람(들)」.


13.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어슐러 르 귄, 진서히 역. 황금가지. 2019. 322쪽)
: '중요한 것들에 대한 사색'이라는 부제가 딱이다. 노년의 작가가 나이든다는 것과 평생의 과업이었던 문학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 전반과 주위의 소중한, 사람을 비롯한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루한 글도 있었고 공감가는 글도, 갸우뚱하게 되는 글도 있었다. 파드 연대기는 생각보다 재미없었다. '노년은 마음의 상태가 아니다. 존재 상태이다.(28쪽)'라는 말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젊게 살라고 모두가 외치는 소리에 귀를 막고 싶은 나에게는 특히.


14. 축복(켄트 하루프, 한기찬 역. 문학동네. 2017. 471쪽)
: 작은 도시 홀트에서 평생을 산 대드 루이스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철물점을 꾸리며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원치 않는 상처를 누군가에게 주기도 했고 또 그 자신도 받기도 했던 그만의 회상과 그를 둘러싼 가족들 - 자취를 감춘 아들 프랭크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러 온 딸 로레인, 그리고 평생을 함께한 아내 메리 - 그리고 이 작은 마을의 여러 사람들 - 옆집 버타 메이와 그녀의 손녀 앨리스, 과부 윌라 존슨과 딸 에일린, 라일 목사의 이야기가 차분하게 이어진다.

이 작가의 책은 겨우 세 번째이지만 이 작품이 가장 좋았다. 길고 무거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건 이 작가의 큰 장점이고 다른 작품들에서도 보여지는 분위기이지만 이 작품에서 더더욱 두드러진다. 조용히 이어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내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건 '축복은 고르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 삶은 축복이고 태어난 이상 모든 사람은 축복을 누리고 있는 거지만 똑같은 축복은 없다는 말이다. 그래. 그거였다. 늘 삶은 고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힘차게 팔다리로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


15. 센티멘털도 하루이틀(김금희. 창비. 2014. 280쪽)
: 작가의 첫 소설집. 아무래도 초기작들이다 보니 최근작들보다 밀도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함이랄까 하는 건 느껴진다. 살면서 닥치는 위기들을 나열하며 봐, 나에게만 생기는 일들도 아니잖아, 하는 듯. 물론 그보다 더 무겁거나 차분한 분위기의 작품들(「집으로 돌아오는 밤」,「사북」)도 있었고 읽는 동안에는 그것들이 다른 작품들보다 더 좋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역시 이 작가는 발랄함 속의 무게감이 장점인 듯.


16. 우연의 음악(폴 오스터, 황보석 역. 열린책들. 2000. 351쪽)
: 폴 오스터는 뭐랄까, 초콜릿 같달까. 한동안 안 읽으면 어느 순간 땡긴다. 정기적으로 읽어줘야 하는 작가이다, 내게는. 역시나 이 책도 오스터를 읽을 때가 되어서 집어들었다. 아내를 잃고 어린 딸은 누이에게 맡긴 소방관 나쉬.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가 유산으로 거액의 돈을 남기고, 나쉬는 좋은 차를 사서 빠르게 달리며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다. 돈이 떨어져갈 때 쯤 봉변을 당한 도박사 잭을 길에서 만나 태우게 되고, 잭이 말한 한탕 크게 건질 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어쩌면 이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닐 지도 모른다. 갑자기 주어졌다 스르르 사라진 행운과 우연히 마주친 누군가. 가면 안 되는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딛는 발걸음.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지만 삶은 내 편인 적이 없었고, 모든 게 해결됐다고 믿었지만 지금 이 자리는 오래 전에 출발했던 그 곳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 내내 나쉬의 결심이, 판단이 못 미더웠으면서도 그의 마지막 행동만은 깊이 공감했다. 나 또한 몇 번씩 마음으로 그러했으니.


17.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라(브리짓 퀸, 박찬원 역. 아트북스. 2017. 320쪽)
: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에서 저평가되었거나 아예 이름이 사라진 여성 미술가들을 이야기한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유딧 레이스터르, 아델라이드 라비르귀아르, 마리 드니즈 빌레르, 로자 보뇌르, 에드모니아 루이스, 파울라 모데르존베커, 버네사 벨, 앨리스 닐, 리 크래스너, 루이즈 부르주아, 루스 아사와, 아나 멘디에타, 카라 워커, 수잔 오말리. 15명이다. 물론 미술사 전체를 통틀면 이보다 훨씬 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있을 테고, 그건 비단 미술사 뿐이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실린 15명의 이야기도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것도.

서문에서 얘기했듯 미술계 종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아는 미술가 5명의 이름을 말해보라'고 했을 때 여성 미술가의 이름이 하나라도 포함되기는 쉽지 않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워낙 예술계 무지렁이이기도 하고. 솔직히 말해서 여기 15명의 이름을 모두 외우기는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앞으로 누가 물어보면 적어도 버네사 벨 정도는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나마 가장 친숙했으니(버지니아 울프의 언니이다). 그림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내 취향이었고, 가장 마음 쓰이는 삶은 아나 멘디에타.


18. 콘크리트 블론드(마이클 코넬리, 이창식 역. RHK. 2015. 528쪽)
: 해리 보슈 시리즈 3권. 보슈를 LAPD에서 할리우드 경찰서로 좌천시킨 4년 전의 그 사건 - 인형사 살인사건의 피의자 사살 사건 - 의 민사 재판이 열린다. 매춘 여성들을 교살하고 피해자의 화장품으로 피해자를 과하게 화장시킨 후 시신을 유기한 사건의 피의자 집에서 피해자들의 화장품이 발견되었고, 보슈는 자기가 사살한 사람이 범인임을 의심치 않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똑같은 수법으로 살해된 시체가 또 발견된다.

지난번 이야기를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초반에 등장인물들이 잠깐 헷갈렸다. 실비아 무어와 관계가 그렇게 발전했을 줄 몰랐지. 게다가 어빈의 캐릭터가 그렇게 순해질 줄도 몰랐고. 어쨌든 전권보다 재밌었다. 범인이 드러나기 전에 그에 대한 힌트도 알아챌 수 있어서 많이 놀라지는 않았고, 다만 그가 그렇게 이 시리즈에서 사라지나 싶어서 좀 서운했다. 나 그 캐릭터 좋아했나봐. 보슈 시리즈는, 아니 전반적으로 내 성향이 그런 거겠지만 난 지난 이야기처럼 규모가 큰 것보다는 이렇게 하나의 사건이 마무리되는 이야기가 더 좋다. 너무 재밌어서 얼른 도서관에 달려가고 싶어졌다. 다만 올드한 번역이 옥에티.

by 달을향한사다리 | 2019/09/02 14:31 | Yujin's Book Story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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